조규현
조회 수 : 2383
2016.12.22 (11: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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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d Mountain

 

[콜드 마운틴]에서, 내가 너에게 꼭 들려 주고 싶은 그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내게 ‘왜 지금

콜드 마운틴인가 묻지 마라. 나 자신도 아직 확실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이 소설을 한국판으로 출간 당시 구입하여 1999.1.26 독했다는 기록과 2016.2.17 2차로 읽었다는 메모 옆에 2016.12.24, 3차 종독의 메모를 적어 넣었다. 메번 읽을 때 만다 새로운 의미를 깨우치게 되면서 문학예술의 진미를 맛보게 해 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새로운 의미를 일께워준 대목을 소개한다.

 

<freewill savages (원서 p. 284), 상처의 유산 (한국판. 64패이지.) 에서 따 옴.>

 

…….  .   전쟁을 겪고 나서 내 음악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루비는 여전히 의심스렵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전쟁 전에는 공짜로 술을 얻어 먹을 수 있을 때만 바이올린을 연주했잖아요. 그야 옛날 얘기지. 지금은 신들린 사람처럼 연주를 한다고 인정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야. 스토브로드(Stobrod)가 말했다. 그의 말로는 뜻밖의 순간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됐다고 했다. 1862 1월 초순, 리치몬드 근처에서였다. 당시 그가 소속되어 있던 부대는 겨울용 막사에 머물러 있었다. 어느 날 한 남자가 바이올린을 켤 줄 아는 사람을 찾아 막사로 왔다가 스토브로드에게 안내되어 왔다. 그 남자는 올해 열다섯 살 된 딸아이가 있다고 했다. 그의 딸이 그날 아침 어느 때와 다름없이 불을 피우다가 막 점화된 불씨 위에 등유를 부었는데, 활활 타고 있던 석탄 위로 등유가 쏟아지면서 난로 뚜껑을 덮자마자 폭발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난로 뚜껑이 머리로 날아와서 세게 부딪쳤고 난로 구멍에서 불기둥이 솟으면서 뼈가 거의 드러나 보일 정도로 딸의 얼굴을 태웠다고 했다. 이제 딸은 얼마 안 있어 죽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딸은 사건이 일어난 지 한두 시간 후에 의식을 찾더니, 조용히 눈을 감을 수 있게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스토보로드는 바이올린을 들고 그 남자를 따라 한 시간을 걸어갔다. 침실엔 일가족이 침대를 빙둘러 앉아 있었다. 화상을 입은 소녀가 베개에 파푿힌 채 누워 있었다. 머리카락은 거의 모두 날아가 버렸고 얼굴은 마치 가죽을 벗긴 너구리 같았다. 벗겨진 피부에서 흘러나온 진물이 베갯잇을 홈뻑 적시고 있었다.

 

난로 뚜껑에 맞은 귀 윗부분에는 깊이 패인 상처가 있었다. 피는 멈췼지만 핏자국이 선명했다. 소녀는 벌겋게 벗겨진 얼굴과 대비되면서 섬뜩하게 보이는 하얀 눈동자를 굴리며 스토보로드를 위 아래로 처다봤다. 아무거나 들려 주세요. (Play me something, she said.)

 스토보로드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 바이올린의 음을 고르기 시작했다. 줄감개를 얼마나 오랫동안 빙빙 돌렸던지 소녀가 아저씨 …… 저를 조용히 보내주시려면 이제 연주를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스토보로드는 <냄비 속 완두콩> <샐리 앤> 등을 차례로 연주해 여섯 곡으로 이루어진 래퍼토리를 모두 끝냈다. 모두 댄스곡으로, 스토보로드는 이런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곡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천천히 연주했지만 아무리 탬포를 늦춰도 엄숙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여섯 곡을 끝내고 난 후에도 소녀는 아직 숨을 거두지 않았다.

 다른 곡을 …….. 더 들러주세요. 소녀가 말했다.

 어쩌지? 더 이상 아는 곡이 없는데. 스토보로드가 대답했다. (I dont know no more, Stobrod said.)

 없다구요? ……. 무슨 바이올리니스트가 그래요?(Thats pitiful, the girl said. What kind of a fiddler are you?)

 떠돌이인데다가 가짜라서 그래.

그 말을 들은 소녀는 잠시 미소를 지었지만 다시 고통이 오는지 금새 얼굴이 일그려졌다.

 그럼 아저씨가 …….. 지어서 들려 주세요. 소녀가 말했다.

 스토보로드는 그 말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여지껏 작곡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왜요? ……..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세요?

 .

 그럼 지금이라도 …… 얼른 해보세요. 시간이 ……. 없으니까.(Best go to it, she said. Times short.)

 스토보로드는 잠시 동안 생각하다가 줄을 뜯으며 다시 조율했다. 바이올린을 턱에 괴고 활로 켜기 시작하다가 자신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멈췼다가 이어졌다가 하면서 천천히 맬로디가 흐러 나왔는데, 단조로운 가락과 윙윙거리는 쉼표 속에서 나름대로 분위기를 찾아갔기 때문이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음산하고 소름이 오싹 돋는 프리지아(소아시아의 고대 국가)풍의 노래였고, (He could not have put a name to it, but the tune was in the frightening and awful Phrygian mode.) 이 노래를 듣던 소녀의 어머니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며 밖으로 뛰어 나갔다.

 연주가 끝나자 소녀는 스토브로드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 곡 ……… 참 좋네요.

 . 그저 그랬지. 스토브로드가 겸손하게 말했다.

 아니에요 ……. , 정말 좋았어요. 소녀는 고개를 돌러 가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소녀의 아버지가 다가와 스토브로드의 팔을 잡고 부엌으로 데리고 갔다. 스토브로드를 식탁에 앉히고 우유를 한 잔 따라 주고 나서 다시 계단 위로 올라갔다. 스토브로드가 우유를 다 마쎴을 쯤 소녀의 어버지가 다시 나타났다.

 눈을 감았어요. 그 남자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스토브로드의 손에 쥐어 주었다.

 선생 덕분에 아이가 편하게 세상을 떠났네요. (You eased her way some up there, he said.) (게속됨)

 

2. [콜드 마운틴] 12상처의 유산 이어짐.

 

 스토브로드는 셔츠 주머니에 돈을 넣고 그 집에서 나왔다. 막사로 걸어가는 동안 그는 처음 보는 물건인 것 처럼 바이오린을 몇번 식이나 쳐다봤다. 여지껏 실력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갑자기 귀가 뻥 뚫린 듯한 기분이 들면서 모든 곡을 연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토브로드는 소녀를 위해 만들었던 곡을 그후로도 매일 연주했다. 한번도 질린 적이 없었고, 오히려 평생 매일 연주해도 매번 새로운 곡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손가락으로 줄을 짚고 팔로 활을 켜며 그 곡을 수도 없이 연습했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연주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음을 떠올리려고 애써 기억을 더듬을 필요도 없었다. 밤이 찾아오면 기도를 하는 사람도 있고, 이중으로 문단속을 하는 사람도 있고,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바이오린에서 저절로 흘러 나오는 그 곡은 이제 스토브로드가 하루를 마감하는 습관이 되었다.

그 소녀 일이 있던 날부터 스토브로드는 음악에 대한 생각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 이제 전쟁에 관심이 없어졌다. 전투에 잘 나가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도 없었다. 스토브로드는 시간이 날 때마다 리치몬드의 선술집을 찾았다. 씻지 않은 몸 냄새, 쏟아진 술 냄새, 싸구려 향수 냄새, 요강 냄새가 나는 술집이었다.

사실 전쟁 내내 시간이 있을 때마다 그런 선술집을 찾기는 했지만, 이제는 술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서 연주를 하는 흑인들이 주요 관심사가 된 것이다. 스토브로드는 숱하게 많은 밤을 이 술집 저 술집 돌아다니며 현악기를 제대로 다룰 줄 하는 사람, 기타나 밴조의 천재를 찾아다녔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동이 틀 때까지 함께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매번 새로운 기술을 배웠다.

처음에는 주로 조율과 손가락 놀림과 악구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다 흑인들이 부르는 노래 가사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들이 삶에서 느끼는 욕망과 두려움을 얼마나 정확하고 자랑스렵게 노래로 표현하는지 감탄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예전에는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자기 자신에 대해 조금씩 알아 가기 시작했다.

그런 과정에서 깨달은 놀라운 사실 한 가지는 그에게 음악이란 단순한 즐거움 이상이라는 사실이었다. 음악에는 의미가 있었다. 허공으로 소리가 울려 나올 때면 창조의 법칙에 대해 뭔가 이야기가 들여 왔다. 세상 만물에는 법칙이 있기 때문에 인생은 그저 뒤죽박죽인 채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형태와 목적을 갖추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모든 일은 그저 우연히 일어나게 마련이라는 생각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말이었다.

지금 스토브로드는 900곡의 바이오린곡을 알고 있는데 그중 몇백 곡을 직접 만들었다고 했다. 루비는 900이라는 숫자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여지껏  살아오면서 숫자를 셀 일이 있을 때마다 열 손가락이면 충분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뭐든 열 개가 넘을 만큼 가져 본 적이 없잖아요. 루비가 말했다.

900곡을 알고 있다니까. 스토브로드가 말했다.

그럼 한 곡 연주해 보세요. 루비가 말했다.

스토브로드는 잠시 앉아서 생각에 보다가 엄지손가락으로 바이오린 줄을 쓰다듬으면서 줄감게를 감고 다시 또 쓰다듬고 다른 줄감개를 감더니, E선을 3프랫 정도 낮취 A선의 세 번쩨 키에 맞추는 색다른 조율 방법을 택했다.

아직도 이곡 이름을 뮈라고 할까 생각중이지만 녹색 눈을 가진 소녀라고 부르면 될 거야.-(Ive mever stpped to name this one, he said But I reckon you could call it Green-
Eyed Girl.)

새 바이오린 위로 활을 올려놓은 순간 선명하고 또렷하고 순수한 곡조가 흘러 나왔고, 이색적인 조율로 독특하면서도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듯한 화음 효과가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그 맬로디를 들으면, 인생은 흘러가는 구름 같은 것이고 지나고 나면 붙잡을 수 없는 것이라는 슬픈 진실이 손에 잡히는 듯했다. 그리움이 그 곳의 주제였다.  

아다와 루비는 스토브로드가 연주하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쓸쓸한 분위기의 그 곡을 연주하면서 그는 다른 바이올린 연주자들처럼 물결치듯 짧게 활을 늘리는 주법이 아니라, 길게 활을 켜는 주법으로 달콤한 음악을 자아냈다. 루비는 그런 멜로디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아다도 마찬가지였다. 숨을 쉬듯 자연스러우면서도 바이올린을 삶의 중심으로 삼을 만하다는 확신에 찬 연주였다.

수토브로드가 연주를 마치고 희색 수염이 난 턱에서 바이올린을 치우자 오랫동안 침묵이 흘렸다. 개울가에서 지저귀는 새소리가, 다가오는 겨울 때문에 슬퍼하면서도 희망을 안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스토보르드는 연주가 어땠는지 평해 주기를 기다라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루비를 쳐다봤다.

아다도 루비를 쳐다봤다. 루비는 한 가지 이야기와 바이올린 한 곡으로 싸늘하게 식어 버린 심장을 녹일 수는 없다는 표정을 띠고 있었다. 루비가 아다를 보며 말했다.

저 나이가 되어서야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뭔가를 갖게 되다니 별나기도 하지? 햄을 훔치다가 붙잡혀서 말뚝으로 홈씬 두들겨 맞은 후에야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형편없던 사람이 말야.

아다는 다른 사람도 아닌 스토브로드가, 인간이 아무리 쓰레기 같은 인생을 살았다 하더라도 과거의 삶을 적어도 일부분은 보상할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증인이 되어 나타나더니, 참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 [Cold Mountain]의 저자 찰스 프래지어(Charles Frazier) 1950년 노스캐롤라이나의 산악 지방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으며 콜로라도 대학과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교수직을 역임하기도 한 그는 역사를 새롭게 재현해 내는 풍요로운 상상력을 지닌 시인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자주 들러주던 탈영한 증조부에 대한 이야기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이야기를 깊은 산속 오두막에서 갈고 다듬어 작품 [콜드 마운틴]으로 그려 냈다. 이 작품은 1997년 말 현재까지 2년 간이나 그 상위권을 계속 유지하며 미국의 독서계를 휩쓸고 있으며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전세계 로 소개되기도 함. 20여 개 국에서 번역 출판되어,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화제가 되고 있다. 찰스 프레지어를 일약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시킨 이 작품은 1997년도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아 <전미국 도서 대상(National Book Award)을 수상했다. 한국어판은 1998년 문학사상사에서 출간하였다. 2004년 안소니 밍겔라 감독의 영화(주드., 니콜.키드먼, 르네.젤워거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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