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 5521
2007.06.05 (17: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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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세계의 모든 얼굴’을 읽고


1.
그림의 창작은 화가나 회화 애호가라는 이름 외에는 별다른 공통점이 없는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이질적으로 생성된다. 즉 회화의 본질은 본질의 부재, 그 다양성에 있다. 따라서 20세기 회화의 사유를 간단하게 논하는 것은 회화의 질적 풍요로움을 도식적으로 마름질하는 것이 된다. 예술을 범주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예술의 속성에 대한 반역이다. 그러나 회화의 존재론을 다질공간을 통해 一以貫之할 수 있다면 기쁜 일임에 틀림없다. 어떤 존재론도 이런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각각의 존재론은 나름의 관점을 제시할 뿐이다.      

위의 글은 최근 출간된『세계의 모든 얼굴』이란 책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철학자 이정우다. 그는 서울대에서 공학과 미학을 공부하고 동대학원에서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으로 서강대 교수를 재임하다가 동대학의 고루한 교수들과의 갈등 끝에 사직하고, 현재는 철학 아카데미 공동대표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그는 그간 숱한 저서를 펴냈는데, 담론의 공간(1994), 가로지르기(1997), 인간의 얼굴(1999), 접힘과 펼쳐짐(2000), 주름, 갈래, 울림(2001)등을 꼽을 수 있다.    

2.
철학자 이정우는 『세계의 모든 얼굴』에서  “회화와 존재론은 세계(*그는 이 책에서 세계란 단어를 전부 한자 世界로 썼다)를 그 근원에서 탐구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는 관점에서 회현대화가 각각 하나의 세계=면을 드러내면서 ‘세계’의 진정한 얼굴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고 본다. 그러므로 그에게 “좋은 회화와의 만남은 세계의 발견이고 ‘세계’와의 새로운 만남이다.    
그는 철학자답게 서구 존재론의 근거가 실재實在 'to on'의 탐구, 즉 참된 것 진짜의 탐구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온톨로지ontology로 문화로 보며, 이에 대한 추구를 서구 문화의 근간으로 본다. 서구인들은 이 존재론들에 입각해 세계와 인간을 보는 눈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물들의 형상(이데아, 에이도스)을 전통 존재론과 나란히 서구회화의 전통도 사물들의 형상을, 본질을 모방하는 것을 주조로 삼아왔다고 본다. 물론 그는 학문 영역에서 이루어져 온 존재론과 기예 영역에서 이루어져 온 회화가 반드시 서로를 전제했던 것도, 인식했던 것조차 아니라고 보면서 서구 회화사의 굵직한 흐름에서 회화 자체의 존재론을 읽고자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정우는 서구의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는 세계의 참된 실재를 찾으려는 ‘본질주의’와 함수적 관계, 주체 개념으로 서술하지만 20세기 문화의 전체 흐름은 본질주의적 전통의 종언으로 본다.
그래서 현대회화는 탈본질주의, 즉 존재론적 상대성을 갖게 된다고 본다. 그러나 그는 현대의 각 화가, 각 유파는 본질주의적 열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본다. 그 까닭은 사실상 화가들은 세계를 바라보는 어떤 관점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회화의 핵심은 본질주의의 종언이 아니라 본질의 다원화, 실재의 다원화를 거친 ‘실재’ 추구로 본다.
그럼에도 그는 현대 화가들에게 일반적으로 승인된 ‘실재’는 없으며, 각자 자신의 본질주의를 가지고 있다고 기술한다. 그러나 이정우는 많은 화가들은 그것이 ‘실재’라고 말하지는 않으며 자신이 본 세계의 얼굴이라고 생각할 뿐이라고 본다. 그래서 현대회화는 다양성을 그 생명으로 하며, 현대의 화가들이 찾아낸 존재면들을 종합하면 우리는 세계의 ‘실재’에 좀더 다가갈 수 있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이 책에서 서구의 근현대회화사에 대해 주로 마네의 올랭피아, 인상파 그림, 세잔 몬드리안, 마그리트, 잭슨 폴록, 베이컨, 바넷 뉴먼의 회화를 다루었다.    
이정우는 이 책의 말미에서 1970년대 이후 회화가 뚜렷한 퇴조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화가들의 영혼이 죽지 않는 한 회화의 존재 탐구는 계속되리라고 믿는다는 말을 결론으로 대신하면서 회화예술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애정을 보여준다.

3.
이 책은 철학자의 책이지만 간결한 문체여서 난삽하지 않으며, 분량도 그리 많지 않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물론 이 책에 담긴 그의 시각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시각이 보이지 않은 글이나 책들을 많이 보게 되는 비평 부재의 시대여서 그럴까? 회화들 간의 존재론적 차이를 다층적으로 드러낸 시각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적어도 이 책은 미술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미술이란 세계를 느끼고 발견하려는 탐구정신이 바로 미술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바탕임을 알게 한다.    
                                      
                           2003년  3월 6일
                                         도 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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