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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2 (22: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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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건설계획과 입장(立場)의 사고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는 서정주 시인의 시 구절은 논리적 사고로는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다. 동양에서는 조수 간만의 차, 밀물과 썰물의 원인이 지구가 아닌 달에 있다는 사실을 이미 고대부터 알고 있었지만, 서양에서는 18세기 초에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개체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사고와 전체적(관계적) 사고의 차이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공약 중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대해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 대운하 건설 계획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갖거나 반대한다는 것이다. 물론 대운하 건설계획은 실용과 경제논리를 앞세운 공약이지만 근본적으로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다. ‘대운하 건설’ 이라는 개발 논리는 근대 이후 서양인 특유의 자연을 대상화한 사고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서양인(미국인)과 동양인(중국인, 일본인, 한국인)에게 같은 그림이나 사진을 보여주고 질문을 하면 서로 약속이나 한 듯 각각 다른 대답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서양인이 어떤 대상을 나누어 실체적으로 본다면 동양은 관계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는 양 문명권의 언어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며, 그만큼 서양인과 동양인은 세상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서양아이들과 동양아이들에게 자기 집을 그려보라고 하면 대개 서양아이들은 특정시점에서, 그것도 눈높이에서 바라본 집을 대상화하여 그리는데 동양 아이들은 집을 마당과 함께 다시점으로 그린다고 한다. 즉 서양아이들은 특정시점이 분명하게 정해져 있지만 동양아이들은 대개 그 시점이 다양하면서도 새가 내려다보듯이 그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투시 원근법을 기조로 한 서양의 근대 풍경화와 다시점인 삼원법을 기조로 한 산수화와의 차이를 연상케 한다.

서양의 언어는 명사 중심의 언어이며 동양의 언어는 동사 중심의 언어다. 서양인은 ‘나’란 존재가 있어 ‘내’가 가지만 동양인은 ‘가는 행위'를 하는 사람이 곧 ‘나’다. 존재론 중심의 전통적 서구 특유의 철학과 달리 불교의 연기설에 근거한 ‘제법무아(諸法無我)’설은 ‘나’는 외부와 단절된 존재일 수 없음을 뜻한다.
도가(道家)의 ‘유무상생(有無相生)’ 논리도 마찬가지이며, 이는 사물을 쪼갠다는 말이 어원인 서양의 분석적 사고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이다. 요컨대 유무상생이란 ‘있음’과 ‘없음’이 명백한 서구적 사고로는 이해되지 않은 입장의 사고이다. 입장의 사고란 말 그대로 어떤 장(場)에 서서(立) 사고한다는 뜻이다. 즉 동양인은 원래 입장(立場)의 사고, 즉 나를 내가 서 있는 장소와 공간 속에서 함께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의 사고로 생각해보면 백두대간의 허리를 끊고 강과 산을 콘크리트로 도배하고 식수원에 거대한 화물선을 띄운다는 구상은 국토의 대부분이 산악지형인 국토의 특성을 무시한 개발지상주의 논리로 접근한 발상임을 잘 알 수 있다. 무엇보다 해당예정지역에 대한 환경 영향평가, 문화재 지표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운하 추진계획이 먼저 설정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잘못 추진될 경우 식수오염, 홍수피해, 생태계 파괴 등 환경재앙을 초래하며, 결국 투기꾼 지주, 대기업 등 극소수를 위한 정책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입장의 사고로 대운하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며, 이는 곧 자연을 대상화하여 규정하지 않는 다시점의 사고이자 전체적 사고를 의미한다.  


언어의 틀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것이다. 우리 인간이 의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나타난 ‘현상’과 ‘실재(reality)'의 일치 여부가 문제가 되는 것도 언어의 틀이 세계를 보고 이해하는 방식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즉 언어가 인간의 주인노릇을 한다는 것이다.
서구화가 곧 합리화를 의미할 정도로 우리는 근 백 년 동안 서구식 사고를 익혀 왔다. 다분히 인종차별적인 시각이지만 현대의 동양인을 겉은 노랗고 속은 하얀 ‘바나나’에 비유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서구의 언어에 근거한 서구적 사고방식은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을 키워주며, 사실 근현대문명은 이러한 사고의 소산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대운하 건설추진에 대해 지각 있는 많은 사람들이 한 결 같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데서 알 수 있듯, 이러한 사고방식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다시점의 사고, 즉 입장의 사고에 대해 그 가치와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물줄기를 직선으로 만들고 웅덩이를 파고, 강가를 콘크리트로 막으면 살아 있는 강이 될 수 없다. 살아 있는 강은 자연스럽게 흘러야 한다.  내가 서 있는 장(場)을 먼저 생각하는 입장의 사고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8년 5월 2일

                              도 병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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