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 5630
2008.04.20 (07: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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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봄과 세잔 그림의 재발견



내가 사는 아파트 주변에는 자그마한 산이 하나 있다. 불과 며칠 사이 싱그러운 숲으로 변하는 광경을 자주 본다. 2년 전 꼭 이맘때처럼 봄에 아파트보다 주위 환경이 마음에 들어 이곳에 살게 되었고 또 새 봄을 맞은 것이다.

올 봄에는 아파트 단지 군데군데 커다란 자목련 나무에 핀 꽃들이 매우 아름다웠다. 꽃 한 송이 한 송이는 물론 꽃잎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표정을 지닌 것이 지나다닐 때마다 눈길을 멈추게 하였다. 이어 꽃들이 지기 시작하고 나뭇가지 마다 신록이 싹트고 순식간에 연푸른 녹색들이 숲을 이루는 데, 저마다 다른 색조의 변조가 새롭다.
이는 때마침 최근 모 잡지에서 파랑, 검정과 흰색, 그리고 녹색을 주제로 각각 색채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원고 청탁이 있어 세잔의 회화를 다시 보게 된 사실과도 관계가 있다.

이전까지 유럽의 진부한 그림방식을 극복하려 했던 세잔은 새로운 감각과 방법으로 그림을 그렸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의 <수고>에서 대기의 짙은 청색에 대해 관찰자로서 기록을 남겼다면, 세잔은 대기를 매우 청명한 청색의 색조로 표현하였다. 특히 말년에는 그의 그림에서 청색의 비중이 커진다. 생트 빅투아르 산 시리즈에서 잘 볼 수 있듯, 공간의 깊이와 약동하는 자연의 존재감을 그는 주로 푸른 색조의 변조를 통해 실현하였던 것이다.
  
오늘 아침 신문에 일전의 내가 쓴 글의 제목이기도 했던 ‘세잔의 사과’란 제목의 책이 서평란에 신간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저자는 전영백 교수인데, 현대사상가나 비평가들의 세잔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중심으로 자신의 시각을 정리한 책이었다.
오후에 학교에서 퇴근하자마자 바로 서점으로 가서 그 책을 구입하였다. 집에 와서 일독을 하면서 지금까지 잘 몰랐던 세잔의 삶과 작품 세계를 알게 되었다.
그간 세잔에 대해 나름대로 관심도 있었고 세잔에 대한 글도 썼다. 그래서 언젠가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세잔의 <생트 빅투아르 산>을 비교하는 글을 꼭 써보겠다는 생각을 하다 이번에 ‘세잔의 사과’란 책을 보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 세잔에 대해 심도 있는 선행연구가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하였다. 작품에 대한 풍성한 담론이 바로 미술문화의 두께임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 책에 실린 많은 부분이 내가 직접 화집에서 세잔의 그림을 자세히 보며 느끼고 알게 된 관점과 부합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세잔이 말년에 그린 그리다 만 듯한, 그림의 선, 색채, 구성에서 작업의 과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생트 빅투아르 산 그림들을 특히 좋아하는 데, 이 책에서도 심도 있게 이 부분을 다루었다.

그러나 역시 책은 책이고 세잔의 그림은 그림이다. 새 봄 나무에 싹트는 새 순처럼 세잔의 그림은 세상을 진부하게 보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눈을 맑게 한다. 바로 이 점이 세잔 그림이 여전히 독보적인 지위를 갖는 이유가 아닌가? 그야말로 색채와 터치로‘아무 것도 아닌 광경이 됨으로써만 어떤 것의 광경이 되는 광경’을 세잔의 그림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2008년 4월 19일 11시 30분경

                                  도 병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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