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전원길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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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5 (13: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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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본 예술작품의 가치

황영철

2004/7/17 (11:36)


전문가 앞에서는 침묵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지만, 부싯돌님의 글을 읽고는 칭찬을 아끼지 않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예술을 위하여 용맹정진하시는 모습은 언제나 우리를 돌아보게 하며, 그 속에서 생산되는 작품들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줍니다. 또한 신앙인으로서 예술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찾으려는 오랜 노력이 그 글에서 엿보여 더욱 상쾌합니다. 영국에서 함께 지내는 동안 토론했던 많은 내용들이 회상됩니다.

님의 글을 읽다가 한 가지 마음에 떠오르는 것이 있군요. 허두에 시작하신 말, '작품의 가치는 경험하는 자의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물론 님의 그 말씀의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그 발언이 생각나게 하는 문학이론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른바 reader response theory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미 오늘날 문학 비평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 이론입니다. 그 이론이 대답하고자 하는 근본 문제는 문장의 의미가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문장의 의미는 문장 자체에 내재한다고 믿어졌습니다. 그래서 바른 방식으로 문장을 잘 공부하면 거기에 내재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고, 따라서 독자의 임무는 그 내재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믿어졌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독자가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방식을 관찰해보면, 그런 전통적인 생각에 의문이 드는 점이 많게 됩니다. 대부분의 문학작품의 경우, 심지어는 객관적으로 기록되었다고 하는 보고서나 신문기사에 대해서도, 모든 사람이 그것을 동일한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끔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경험이 되어 더 이상 그것이 이상하지 않게 느껴질 지경입니다. 어떤 문제에 대한 토론 프로 하나만 들어보면, 동일한 사태에 대해서 사람들이 얼마나 상이한 해석을 내리는지가 금방 드러납니다. 이 카페에서 오가는 담론에 대해서도 모든 사람들이 완전히 동일한 이해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질문이 떠오릅니다. 문장의 의미가 과연 문장 자체에 있는 것인가? 만약 문장 자체에 의미가 있다면 왜 사람들은 문장에서 전부 동일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제가끔 그 문장의 의미를 이해할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연구자들의 관심은, 문장을 그렇게 다르게 이해하게 만드는 요인이 무엇인가에 집중되었고, 거기서 발견된 것은 선이해와 경험의 중요성입니다. 즉 독자가 가진 과거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그것에 의해서 형성된 세계관 혹은 선이해들이 독자로 하여금 동일한 문장을 다르게 이해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프로이드의 인간 이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이 이론을 성경해석에도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어서 이론적인 토론이 진행되고 있기는 합니다.

그래서 이 이론의 주창자들은 문장의 의미는 문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있다고 주장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내용을 모르면 말이 안되는 소리 같지만, 내용을 알고 보면 거기에 상당한 일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독자는 수동적으로 앉아서 문장이 던져주는 의미를 받는 입장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의미를 생산해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의미의 생산자로서의 독자가 있음으로써 문장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지요. 물론 저는 그 이론의 극단적인 형태를 일관되게 비판해 왔고, 특별히 그 이론이 가지고 올 파괴적인 영향에 대해서 깊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우마님이 염려하신 가치의 상대화가 이런 이론을 통해서 현실화되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론은 우리에게 상기시켜주는 것이 있습니다. 문장의 참된 의미에 도달하기가 그렇게 용이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문장을 해석함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을 이해함에 있어서, 혹은 어떤 현상을 해석하고 파악함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독특한 경험에 의해서, 혹은 우리가 과거에 맺었던 어떤 대인관계에 의해서, 혹은 우리의 기질에 의해서 얼마든지 현실을 오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우리 자신의 이해를 반성하게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 자신을 좀 더 겸손하게 해주는 유익이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타인에 대해서 관용하기를 더 쉽게 해줄 것입니다.

'작품의 가치는 경험하는 자의 것'이라는 님의 언명이 그 이론을 생각나게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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