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병훈
조회 수 : 5155
2009.02.01 (22: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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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 한 토막



꾀꼬리와 비둘기 그리고 무수리는 서로들 제 목소리가 좋다고 승부를 다퉜다. 승부가 나지 않자 상의한 끝에 어른을 찾아가 심사를 받기로 합의했다. 모두들 “황새라면 괜찮다!”고 말했다.
그런데 꾀꼬리는 제 목소리가 신비하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 터라 그늘 짙은 곳에서 쉬면서 웃기나 했고, 비둘기도 승부에 크게 괘념치 않고서 느릿느릿 걸으면서 흥얼흥얼 노래나 불렀다.
반면에 무수리는 제가 생각해도 저들보다 목소리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뱀 한 마리를 부리에 물고서 다른 새들 몰래 먼저 황새를 찾아갔다. 뱀을 먹으라고 건네면서 개인사정을 말하고 청탁을 넣었다. 마침 배가 고팠던 터라 황새는 한 입에 뱀을 꿀꺽 삼키고서 기분이 좋아져 말했다.
“그저 그것들과 함께 오기나 해!”
셋이 함께 황새한테 갔다. 먼저 꾀꼬리가 목소리를 굴려 꾀꼴꾀꼴 노래를 불렀다. 황새가 주둥아리를 목으로 집어넣으면서 살짝 음미해보더니 말했다.
“맑기는 맑은데 소리가 구슬픈 데 가깝다!”
그 뒤를 이어서 비둘기가 구구구 소리를 냈다. 황새가 모가지를 땅바닥으로 내리면서 슬며시 웃고 말했다.
“그윽하기는 그윽한데 소리가 음탕함에 가깝다!”
맨 마지막으로 무수리가 모가지를 쭉 빼고서 꽥 소리를 질렀다. 황새가 꽁무니를 쳐들고 빠르게 외쳤다.
“탁하기는 탁하지만 소리가 웅장함에 가깝다!”
고과(考課)하는 법에는 뒷부분의 평가가 우수한 사람이 이긴다. 그리하여 무수리는 제가 이겼다고 생각하고 높은 데로 올라가 사방을 휘둘러보면서 부리를 떨며 쉼 없이 소리를 질렀다. 황새도 뒤꿈치를 높이 쳐들고 먼 곳을 바라보며 우쭐댔다. 꾀꼬리와 비둘기는 부끄럽기도 하고 기가 꺾이기도 하여 꽁무니를 빼고 말았다.
              
마치 이솝의 우화 같은 위 이야기는 조선 후기 18세기 영 정조 시대에 살았던 서얼출신 문인으로서 주로 규장각에서 활동했던 인물인 성대중(成大中 ,1732~1812)의 『청성잡기』중 「성언(醒言)」에 실려 있는 우언(寓言)이다. 꾀꼬리와 비둘기 그리고 무수리(*황새과의 물새), 이렇게 세 종류의 새가 목소리를 경쟁하여 무수리가 부정한 방법으로 이겼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가 전하고자 메시지는 분명하다. 뇌물 앞에서 새들의 목소리의 우열은 이미 결정된 것이다. 무수리가 황새에게 뱀을 물어다 준 결과 꾀꼬리의 구슬이 구르는 듯한 높고 고운 목소리는 구슬픈 소리로 전락하고, 비둘기의 낮은 소리는 음탕한 소리로 전락하는 반면, 무수리의 탁한 외마디 소리는 가장 멋진 소리로 탈바꿈한다.  
이 우화는 당대의 사회를 반영한 이야기다. 18세기 조선시대의 문란했던 과거제도와 관리의 고과제도가 이러한 우언의 직접적 배경이다. 이는 이 글 뒤에 “인물을 판단하는 감식안이 없는 시험관이 이 글을 읽었다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지 않을 수 있으랴?”라는 평이 달려 있는 데서 알 수 있다. 평자도 동시대 문제를 잘 풍자한 우언으로 읽은 셈이다.  

우리 시대에도 각계에 이러한 무수리와 황새가 많지만 세상에 드러나는 것은 언제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러나 기가 꺾이지 않은 꾀꼬리와 비둘기가 있는 한,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이다. 성대중이 『청성잡기』 다른 부분에서 말했듯, 작은 일에서 그 근원이 드러나고, 큰일에서 그 흐름이 밝혀지기 때문이다.
                                
                               2009년 2월 1일

                                  도 병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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