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전원길 칼럼입니다.
조회 수 : 3424
2007.06.05 (13:3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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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우의 “바꿔쓰기와 다시보기”

전원길

2005/7/6 (0:53)

이응우의 “바꿔쓰기와 다시보기”

전원길/ 작가, 대안미술공간 소나무 관장

지난 겨울 이응우선생의 작업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갑작스런 건강 적색 경고를 받고 그가 취한 조치는 추운 겨울 아무도 찾지 않는 공주 원골 자연미술의 집 작업장에 틀어 박히는 것 이었다. 우선 너저분한 작업실을 정리하던 그는 그를 둘러싸고 있는 오브제들을 다시 보게 되었고 그것들과 놀이를 시작했다. 자르고, 태우고, 붙이는 동안 불속으로 들어가 재가 될 나무토막들이 그의 손맛에 힘입어 다양한 형태의, 용도가 애매한 물건(?)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얼핏 보기에 쓰다버린 작두 같기도 하고 우주공상영화의 비행선 같기도 한 作業物들은 그의 생김새만큼이나 털털하게 보이지만 그가 몰두했던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의 놀이의 소산들은 우쭐하게 자신을 뽐내야 직성이 풀리는 여타 예술작품들과는 달리 시골 노인들이 툭툭 찍어 쌓아 놓은 나무토막들처럼 자기를 자랑하지 않고 그저 다른 것들과 나란하게 누워있을 때 오히려 보기 좋다.

‘바꿔쓰고 다시보기’는 이응우의 작업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방식이다. 무릇 모든 창의적 사고의 출발이 그가 말하는 “변용과 재인식”의 과정이고 보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닐 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물의 분류적 특성과 실용성에 의해 규정되는 사물의 이름과 그 의미망을 벗어나 사물의 또 다른 본성과 만나기란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몸을 치유하기위해 작가 본연의 일에 몰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동안 자신이 천착해온 자연미술의 연장선상에서 무언가 그럴듯한 작업을 하기위해 몸을 도사리기보다는 그저 발에 걸리고 손에 잡히는 나무토막과 철재들을 주물럭거리는 작업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작업과정은 본인도 예기치 않았던 주변 것들과의 새로운 만남을 가능하게 했다.
나는 그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얻어낸 소득은 무엇보다도 창작의 즐거움을 실감나게 경험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작가로서 쌓아놓은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긴장을 풀고 자유롭고 편안하게 자신의 감성과 정신을 유영(遊泳)하게 하기란 쉽지 않다. 이응우가 자연 현장에서 이미 풀어놓은 작업의 양이 적지 않고 한국 자연미술계의 중요한 작가 중 한 사람인 이상 그의 작업들 하나 하나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몸의 정상적이지 않은 징후를 접하자 삶 전체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이응우는 자기스스로 자기에게 짐 지운 그 어떤 것을 내려놓고 마치 초보자처럼 아주 원초적인 제작의 즐거움을 누렸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전시회가 단지 그의 유희적 작업들로 마무리 된 것은 아니다. 그가 전시 팜프렛 표제 작업으로 선보인 ‘댕기’라는 작품은 긴장의 이완 이후에 찾아오는 산뜻한 발상으로 이전의 유사 작품과 그 형식적 차이를 보이는 작업을 선보였음을 관심 있게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작업을 통해 그는 다시금 자신의 자리에 서서 보다 새롭게 앞으로의 작업을 설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는 여름 땡볕 아래 그야 말로 잘 차려입고 그의 꽁지머리에 풀로 땋은 댕기머리를 묶은 다음 그 끝에 빨간 댕기를 매었다.  여기까지는 자신의 꽁지머리와 자라나는 들의 풀들을 서로 관계지우면서 우리의 전통적 머리스타일과 자연의 생명력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그동안 野投그룹의 일반적 제작 어법의 범주를 벗어난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그는 선연한 핑크빛 배경색을 자신의 작업의 배경으로 취함으로서 개념적(conceptual) 발상에서 출발한 작품을  시각적(visual)인 영역으로 회귀시켜 시감각적 즐거움을 충분히 제공하게 하였다.  그가 팜프렛 제작을 위해 도발적 포즈와 배경색을 그의 품성대로 점잖게 수정하기는 하였지만 처음 제시한 사진이 주는 매력적이면서도 코믹한 여운은 지워지지 않는다.
여기서 그는 보여짐을 의식했다.  풀잎 댕기머리를 달고 단색 벽면 앞에 삐딱하게 서 있는 뒷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그의 작업 의도를 분석해 들어갈 여유를 주지 않고 직접 눈의 망막에서 먼저 작용한다. 개념과 감성이 그 경계를 허물고 동시에 엉켜 들어오는 이 장면은 우리로 하여금 그냥 삐실 삐실 웃음을 흘리게 한다.

그는 간단한 퍼퍼먼스를 통해, 상서로운 일을 위해 길을 떠나기 전 의복을 정제하고 예뿐 댕기를 매었던 우리의 옛 형님들과 누이들을 이야기하면서 전시회에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좋은 일이 있기를 축원하였다.
한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서 그 제작과정을 듣는 일은 너무나 흥미로운 일이다. 그리고 그의 작업이 나의 의식이 소화 할 수 있는 범위를 어느 순간 벗어나 쭉 뻗어나가는 느낌을 받을 때는 기분 좋은 질투감이 머리와 가슴사이를 왕복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 겨울 작업실에서 풀어낸 이응우 선생의 작업들이 긴 여름 장마의 첫머리에 열리는 개인전이 대안미술공간 소나무에서 열린다. 전시장의 작품들을 통해 그의 즐거운 작업 과정에서 찾아든 행운같은 영감의 순간이 같이 읽혀지기를 바란다. 또한 작가 이응우의 앞으로의 행적이 창작의 진정한 즐거움이 고갈된 이 시대를 격려하는 큰 몸짓으로 드러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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