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전원길 칼럼입니다.
조회 수 : 4227
2007.06.05 (13: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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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작가연구회와 신미술문화운동

전원길

2006/11/8 (1:10)

머리말

독립작가연구회와 신미술문화운동

전원길 (미술작가, 대안미술공간소나무 대표)

I
독립작가연구회 독립작가연구회
   수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독립 미술 작가들의 연구 활동 모임으로서 각자가 추구해 나가는 작업의 성과를 개인전 혹은 오픈스튜디오(OPEN STUDIO)를 통하여 미술이론가 및 작가들과 더불어 프리젠테이션과 인터뷰(PRESENTATION & INTERVIEW)를 갖는 장(場)을 마련하는 것을 기본 활동방안으로 삼으며 그 외 다양한 연구활동을 통하여 지역사회 미술문화발전에 기여하고자 결성되었다,

  회원명단
  경수미, 김수철, 김희곤, 박용국, 우무길, 유지숙, 이우숙, 이윤숙, 장혜홍, 전원길, 황은화 이상11명
가 결성된지 이년 반 만인 이 시점에서 연구회의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기 위한 세미나와 전시회가 열리고 그간의 활동 내용과 세미나 자료를 모아 책으로 엮게 된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라 하겠다.
어느 시대 건 역사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을 찾아 나서게 마련이다. 예술가들은 사회참여가 되었든 순수한 방법론적 탐구이든 간에 자신이 서있는 위치를 확인하고 다음 행보를 생각하고 나아간다. 또한 예술계 내부의 구조적, 정치적 진화 과정 속에 있어서도 자신들의 할 일을 모색한다.
독립작가연구회는 미술계를 지배하고 있는 후진적 미술문화를 좀 더 발전적이고 실질적인 것으로 바꾸어 내려는 생각을 가지고 출발하였다. 독립작가연구회는 단지 집단화된 그룹 형태의 모임을 지양하고 연구회 성격을 강조하였으며 보다 구체적인 목표와 실행방안을 *창립 취지문을 통하여 발표하였다.

* 창립 취지문

독립작가연구회는 독립적으로 활동해 온 작가들이 보다 긴밀한 연계를 가지고 회원 각자의 발전과 지역 사회 미술계의 전문화와 활성화에 기여하기위하여 결성되었다. 참가하는 회원은 새로운 조형 언어를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의 바탕 위에 세워나가고자 진지하게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로서 각각의 작품 세계를 보다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발전시켜 경쟁력 있는 작가로 우뚝 서기 위한 서로간의 협력을 모색하며, 지역의 전문 작가들이 활기 있게 경쟁하는 새로운 현대미술 중심 도시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이 시대의 사상과 문화 예술 환경을 바탕으로 한 자생적 자기 방법론을 모색하기 위하여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과 관련된 동서양의 이론 및 전시정보, 작가 자료를 연구하고 교환한다.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교양의 수준이 높은 미술애호가 및 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하여 폭넓고 전문적인 예술 담론의 장을 형성한다. 기존 미술계의 권력 지향적 구조에 대응하는 작가 중심의 새로운 활동 체계를 실험하는 한편 국제적인 네트웍을 형성하여 국가와 인종을 넘어서는 예술 본연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교류를 갖는다. 작업과정에서 얻어지는 내밀하고 신비로운 작가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예술적 영감이 끊임없이 교환되는 작가 주도적 공간을 만들어나간다.
본 단체는 이러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전시 활동, 연구 활동, 국내외 작가들과의 교류 활동 및 기획 사업을 수행하며, 나이, 학력, 경력 등에 의한 불필요한 권위보다는 합리적인 토론과 자유로운 대화로 마음을 열고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 속에서 창의적인 발상이 자유롭게 교환 되도록 한다.


창립취지문에서 보듯이 독립작가연구회는 낭만적 예술숭배주의에 빠져 자기 자신과  이웃을 예술이란 이름으로 현혹하기 보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로서의 자기위치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탐구와, 이 세계와 인간 그리고 미술 그 자체에 대한 관점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기위한 연구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결성되었다. 이러한 모임의 배경에는 독립적인 한 예술가로서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힘든 길을 서로 격려하며 나아가자는 생각 뿐 만 아니라, 지역에서 자라고 활동해온 예술가들로서 보다 건강한 미술풍토를 만들어 보려는 지역미술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또한 밑받침 되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신을 가지고 활동해온 작가들의 면면을 소개하고, 그들이 애초에 하고자 했던 일들이 얼마만큼 구체적으로 실현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보다 발전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어떠한 방안이 있을지 다시 생각해 본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미는 찾아질 것이다.

II
독립작가연구회의 가장 중요한 활동 중의 하나는 개인전을 통한 자기 작품 ‘프레젠테이션과 인터뷰’(Presentation & Interview)이다. 이 프로그램은 작가들이 보통 개인전을 준비하며 서문을 받기 위해 평론가와 만나게 되는 기회를 함께 공유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발전한 것으로서, 전시오픈 행사시 이론가 혹은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 전반에 관하여 토론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창립되던 해인 2004년에만 일곱 차례의 개인전이 ‘프레젠테이션과 인터뷰’ 프로그램과 함께 열렸으며 기존의 전시 오프닝과는 다른 형식의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전시문화 형성의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는 언제든지 전시회를 엮어낼 수 있는 회원들의 평상시 작업역량이 뒷받침 되었고 기꺼이 회원들과 관객, 그리고 초대된 질의자와 더불어 작가 자신의 작업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작업 경로를 되돌아보고 그것을 말로서 풀어낸다는 것은 평상시 많은 공부와 사색을 하는 작가라고 하더라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다수의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 논리에 의해 작업하기 보다는 순간적인 직관에 의존하거나, 아예 작업 과정 속에 자신을 맡김으로서 자기도 모르는 순간에 작품을 완성시키곤 한다. 자신의 작업에 대한 사색적 복기(復碁)와 그 작품이 갖는 의미를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찾아보는 작업은 대개 평론가들의 역할로 남겨진다. 따라서 작가들에게 작업에 대한 논리 정연한 설명을 요구하거나, 질의자의 질문 내용에 대한 논리적 설득력을 갖는 대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도 할 수 있다. 토론을 통해서 작가들은 속 시원한 답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앞과 뒤가 맞지 않는 모순적 입장을 취하게 됨으로서 곤경에 빠지는 경우도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독립작가연구회의 모임을 통해서 모든 작가들은 나름대로 진솔하게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였으며, 참석자들은 예전에는 듣기 어려웠던 작가의 내밀한 경험을 직접 듣고 이와 관련된 작품세계를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평상시 현대미술에 대해 어려워하던 참석자들이 각자의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의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작품에 대한 진지한 소감을 나눔으로서 작가와 관람객들이 미처 예상치 못한 열띤 대화의 장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었다. 일종의 면책특권이 주어지는 토론의 장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너와 나의 사적 관계를 떠나서 작품을 매개로 서로의 느낌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야기가 진전되고 대화의 실마리가 잡힐 만하면 시간관계상 서둘러 마무리해야하는 제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대화의 장은 모두에게 의미있는 시간이었으며 좀 더 깊은 만남을 위한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혹시 작가로서 흡족하지 않은 토론을 했더라도 그 작품의 가치가 한 번의 토론으로 섣불리 평가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작업을 되돌아보되 쓸데없는 자존심이 지혜로운 충고를 가로막아서도 안 될 것이다.


III
지금까지 우리나라 전시문화 속에서 작가와 평론가 그리고 관람자가 함께 모여 작품에 대하여 토론하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동안 작품은 말이 필요하다기 보다는 척 보면 그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그런 공통의 판단 기준을 가지고 대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현대미술은 소수 전문가들 속에서 전유(專有)되고 판단되어졌기 때문에 작가들은 관객에게 관심을 갖기 보다는 미술계의 소수 권력층을 향해서만 자신을 노출하고자 하였다.
독립작가연구회 회원들은 이러한 화단 분위기속에서 배우고 자란 40대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이 작가들이 자신들의 체질을 바꾸어 새로운 전시문화를 주도해 나간다는 것은 실로 혁명적 각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예술에 대한 끼와 열정이 자신의 예술세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이웃들과 공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친절하게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하고 그 소박한 반응에 귀 기울인다는 사실은 지금까지의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식화가 일어나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발적 각성과 함께 작가들에게 요구되는 시대적 요청이 있었음을 또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성과 합리적 사고를 통한 절대주의를 추구하던 모더니즘적 사고가 붕괴되고 상대적 가치를 중시하는 다원주의가 중요한 시대정신으로 작용하면서 미술에 있어서도 절대적 판단보다는 상대적 가치가 중시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작품의 수준을 가늠 할 수 있는 공통의 잣대가 없어지고 개별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작가들은 분명한 자기 진술(Statement)를 요구받는다. 즉 결과보다는 작업의 과정이 중시되는 상황에서 명료한 자기발언의 필요성은 전통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나 동시대 미술(Contemporary art)을 하는 작가에게 있어서나 공히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독립작가연구회는 이러한 자발적 각성의 필요성과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새로운 미술문화운동을 전개하기 위하여 자기를 갱신해가고자 노력하였으며, 그동안 진행되었던 일련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모든 회원이 이 시대 신미술문화운동의 일원이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IV
2년 반 정도의 기간 동안 독립작가연구회의 ‘프리젠테이션과 인터뷰’(11회)와 세미나(2회)는 총 13회가 개최되었고 참가한 발제자와 질의자 발제자와 질의자
박남걸(예술철학), 임재광(미술비평), 안케멜린(작가,전시기획자), 도병훈(작가), 김성배(작가), 정재훈(문화인류학) 전원길(작가,전시기획자), 박우찬(미술비평), 김미경(미술사), 조규현(문화예술비평), 김성호(미술비평), 심경숙(작가)
고충환(미술비평), 류영주(작가), 김종길(미술비평), 정경미(큐레이터), 박일호(미학), 정준모(큐레이터), 김복기(언론), 이윤숙(작가), 류지숙(작가) 이상21명  
.  
는 총21명이었다. 관객만도 매회 평균 50명이 넘었고 많은 경우 약 170명 가까운 수의 관객이 참석하기도 하였다. 발제자와 질의자로서 참가하신 분들 중에는 수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나 이론가들도 있지만 서울과 타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대다수였다. 이렇게 많은 전문가들이 짧은 기간 동안 공적인 일로 이 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 볼 때 인적 교류의 가시적인 효과를 이끌어낸 중요한 프로그램이었다고 자평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론가 및 외부 작가와의 만남을 회원들이 공유함으로서 전시초대 등의 직접적인 효과 뿐  아니라 지역 미술계에 대한 이미지 재고 등의 간접적인 효과로 이어졌다는 점, 참여관객의 경우 전시 오프닝에 참석하여 일반적인 작품감상 혹은 전시관람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경험과 함께 작가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감동의 여운 등을 남겼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프로그램은 지역미술계의 전문화와 활성화를 위한 모델사업으로서 다른 지역에서도 참고할 만 한 일이라 여겨진다.
창립 취지문에서 제시한 과제들 중에는 아직도 미래의 과제로서 남겨두고 있는 것들이 있다. 세계미술의 중요한 흐름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만남으로 작가로서의 기본적인 교양의 수준을 높이고 작업역량을 극대화해나가자는 방안은 아직 구체적으로 실현되지 않았다. 국제적 활동의 장을 마련하기위한 방안과 작가들간의 교류를 위한 공간 마련에 관해서도 아직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하거나 다른 시스템을 통해서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한다.
독립작가연구회가 각자의 발전을 위해서 뿐 만 아니라 새로운 미술문화운동으로서의 힘을 갖기 위해서는 실질적이고도 총체적인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소수의 소극적인 활동을 통해서는 단지 이름뿐인 단체의 메아리 없는 구호가 될 확률이 높다. 지금까지 활동해온 작가들이 그야말로 독립된 작가로 돌아가서 그동안 독립작가연구회 안에서 취해왔던 태도를 미술현장의 다른 작가들과 더불어 확산 시켜나가고 한편으로는 심도 있는 연구와 발표를 통해 본래의 취지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신선하고 실력 있는 후배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그 의미를 살려나갈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었으면 좋겠다. 아무쪼록 독립작가연구회는 이번 행사와 책자 발간을 계기로 모임의 창조적 발전을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여 새로운 미술운동을 일으킬만한 힘을 기르는 계기가 되길 독립작가연구회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는 바이다.  

그동안 먼 곳을 마다하지 않고 전시장을 애써 찾아주시고 소중한 시간을 할애하여 애정 어린 격려와 더불어 진지하게 토론에 참가해주신 여러 관람객 여러분 모두에게 지면을 통해서나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작가들의 작품에 대하여 수준 높은 질문을 던져 줌으로서 작가 당사자는 물론 함께한 동료작가들과 관람객들에게 미술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신 질의자 여러분과 세미나에서 소중한 내용으로 발제를 맡아주신 선생님들께 독립작가연구회 회원 모두를 대신하여 또한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욱 의미 있는 만남을 이어감으로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작가와 이론가로서 커가게 되는데 피차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충분치 않은 조건 속에서도 전시 및 세미나의 기획과 책자의 편집을 위하여 애를 써주신 김성호 선생님과 이를 후원해 주신 경기문화재단에도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바이다.  2006년 8월 오양골 작업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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