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전원길 칼럼입니다.
조회 수 : 4158
2007.06.05 (13: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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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미술농장 프로젝트 실내전

 

                                          

2006 미술농장 프로젝트 실내전

2006.9.30(토)-11.3(금)

장소: 대안미술공간 소나무

www.sonahmoo.com

sonahmoo@hanmail.net

031-673-0904

참여작가; 고승현. 김도명. 김해심, 박봉기, 양태근. 전원길



미술로 자라는 식물 식물로 자라는 미술


전원길. 작가/대안미술공간 소나무 대표


I

  오늘날 자연은 미술표현의 대상으로서만이 아니라 작품의 실재 주체가 되기도 한다. 돌이나 물과 같은 자연물, 살아있는 풀이나 곤충, 동물, 자연의 현상 등이 미술 안에서 직접 작용하면서 감상자에게 다가온다. 이러한 방법은 미술이 더 이상 이론적 연결고리에 매달리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서 정당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대지예술(Land Art)등의 서구미술의 방법론적 확장으로서 드러난 자연 속에서의 미술(Art in Nature)보다는 1980년대 한국의

『야투(野投)』를 중심으로 발전되어온 자연미술(Nature Art)을 통해서 자연은 더욱 더 생생하게 작품 속에서 작용한다. 야투(野投)적(的)이라고 할 만한 작업들은 찰나적인 설치와 행위를 통해서 시도되었다. 당시 작업들의 대부분은 사진 등의 기록을 통해서만 남아있으나 자연을 일순간 미술 상태로 존재하게 하는 새로운 미술의 가능성을 실험했던 필자는 그 감흥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현대미술의 지적인 논법을 통해서 해독되기 보다는 자연의 제반 현상이나 질서, 혹은 가공되지 않은 살아있는 자연물 등을 통해 우리를 미술로 안내하고 다시 자연으로 되돌아오게 하며 그것을 바라보는 나 자신을 생각하게 하는 하나의 미술 상태를 보여주었다. 

  당시의 자연미술은 전통적인 회화라든지 조각 등의 시각미술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을 가졌으며, 아리송하게 뒤틀린 지적(知的) 장치를 달고 나타나는 개념미술의 논법과도 다른 특성을 지닌다. 자연에 대한 작가의 최소한의 개입을 통해서 그냥 자연이 아닌 자연미술이 되고 사람들은 작품 속에서 작용하는 자연을 어떠한 선행학습 없이도 자연스럽게 읽어낼 수 있으며 금방 그 뜻을 이해하는 동시에 모방 충동까지 느끼게 된다. 자연을 통해서 자연미술의 내용을 이해하게 되고 자연은 이전과는 달리 하나의 의미소로서 남아 평생 그와 함께 하게 되는 것이 자연미술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미술이 이렇듯 개념적인 전달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미니멀아트 이후의 확장된 현대미술 방법론들을 배경으로 하지 않고 자생적으로 발생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현대미술의 일반적인 가능성을 의외의 방식으로 확산시킨 자연미술은 자연의 해석이라는 형식에 초점이 맞추어져온 미술을 자연이 직접 작품과 감상의 과정에 작용하는 미술로서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그 근본적 차이를 찾을 수 있다. 자연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깊어질수록 자연미술의 향방도 그 각을 달리 할 것이라는 측면에서 자연미술은 하나의 가능태로서 존재한다.

  자연의 표피적 현상만을 경험하고 사는 인간이 자연을 논한다는 것은 가소로우면서도 어리석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자연의 면면에 대한 단상적 접근이 만들어내는 소박한 미술 상태를 통해서 나라는 작은 존재 속에 내재된 자연성을 인식하고 자연 속에 펼쳐져 있는 신성함에 마음을 기울일 수 있다면 그것은 의미 있는 자연과의 만남이 된다.


II       

『미술농장 프로젝트』는 지금까지의 자연미술의 방법들 중에서도 생태현상을 보다 긴 기간(약5개월)에 걸쳐 작업에 반영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기획되었다. 이는 제한된 공간과 운영시스템의 특성상 도시의 미술관이나 갤러리들이 시도하기 어려운 작업을 자연 공간 속에 위치한 대안미술공간 소나무가 장소적 특징을 살려 실현하였으며 따라서 대안미술공간 소나무는 이러한 전시를 실현하기위한 최적의 장소가 되었다.  

  지난 5월 13일에 있은 오프닝 겸 파종식에서 여섯 명의 참여작가들은 관람객들에게 작품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씨를 뿌리는 일종의 파종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하였다. 설치된 작품 안에서 식물이 자라고 꽃피고 결실하기까지의 진행 과정은 사진으로 기록되고 웹사이트(www.sonahmoo.com)를 통해서 공개되었다. 작품은 작가의 손을 떠나 자연에 맡겨졌으며 소나무를 방문한 많은 사람들이 그 작품을 감상하고 그 변화의 과정을 지켜보았다. 싹을 틔워내고 자라나 꽃을 피워내고 혹은 열매를 드리우며 작품으로서 자연과 함께 어우러졌던 식물들은 가을의 찬바람과 함께 스러지겠지만 맺힌 씨를 터트려 내년을 기약 할 것이다.

  작가들은 각각의 작품들의 변모과정을 기록한 사진과 야외 작업과 관련된 별도의 아이디어로 제작된 작업을 실내 전시장에서 보여 줄 것이다. 자연의 생명력이 작용하는 현장에서의 작업을 다시 실내작업으로 풀어내는 순환적 연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안과 밖이라는 경계를 허물고 모든 장(場)을 통털어서 작용하는 자유로운 예술의지를 각자의 작업에 수용하기 위해서이다. 자연미술이 실내 중심의 닫힌 사고를 열어젖히고 밖으로 나갔다면 이제는 밖에서 안으로 역(逆)확산되는 과정을 통해서 풍부한 예술적 상상력과 표현력을 발휘할 때임을 다시 선언하는 것이다.

  그동안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생태를 이용한 작품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미술농장 프로젝트』에서 보여진 작품들은 자연미술운동의 커다란 흐름 속에서 보다 섬세하고 집중적인 자세로 자연의 성장과 소멸의 과정을 장기간에 걸쳐 작업에 반영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III

  이번에 야외에 전시되었던 작품들에는 작가들의 체질화된 손맛이 어떻게든 드러나고 있다. 자연의 생태적 현상에 모든 것을 던져놓는 것이 아니라 자라나는 식물과 작가의 표현의지가 공조하면서 작품이 이루어져 나갔다. 워낙 참여작가들이 현장과 멀리 떨어져 있는 관계로 자주 작품들과 만나고 돌보는 시간을 가지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 하지만 많은 어린이들과 관람객들이『미술농장』을 찾았다. 인근 보체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미술농장 프로젝트를 기획해 보기도 하고 군포 디딤돌문화원 어린이들은 직접 주변의 죽은 밤나무 한 그루를 중심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미술농장 프로젝트』가 미술관이나 너른 들판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도시공간 작은 한 귀퉁이의 화분이나 나무 상자 등을 활용해서도 가능하다. 도심 속의 작은 미술농장들을 연계하고 각 나라의 곳곳에서 ‘미술로 자라는 식물 식물로 자라는 미술’ 프로젝트가 실현된다면  미술과 식물이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자라고 마음속에서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리라.


2006년 9월 오양골 미술농장에서 



박 봉 기

  박봉기 밥과나/ 유기그릇, 돌판, 씨앗, 흙/ 2006년 5월부터-9월

 

  박봉기의 ‘밥과 나’는 소복하게 올라온 싹들이 아름답게 그릇을 채워 작가의 의도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좁은 그릇에 많은 채소들은 더 이상 자라지 못했다. 그 중에 오이는 굵은 싹 하나만 남기고 솎아주었다. 버팀목을 세워 타고 올라가도록 하였으나 오이의 넝쿨 손이 감고 올라가기에는 좀 굵었던 것 같다. 거름을 충분히 뿌려주었으나 시기를 놓친 탓인지 오이가 많이 열리지는 않았다. 먼저 열린 오이 하나는 따먹고 마지막으로 열린 것은 황금색으로 늙어 가고 있다. 무성하던 오이잎들은 가을 바람 나며 차례로 말라버리고 윗부분 새로 난 잎들만이 햇빛을 받아내더니 이제는 자연의 순리를 따라 모두 갈변褐變하였다. 빛깔 좋은 황금색 오이는 무성하게 자라오를 미래의 씨를 배태하고 느긋하게 가을을 맞고 있다.



김 도 명

       

                김도명/ 장독대(그곳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종이(골판지), 흙, 야생화

                2006년 5월부터-9월

        

  김도명의 ‘장독대’는 강렬한 햇빛에 노출된 초기에 중심을 잃고 허물어진 이후 비에 젖고 다시 마르기를 반복하며 자연스런 퇴화과정을 보여준다. 종이 항아리 위로 봉숭아, 하늘풍선, 패랭이꽃들을 차례차례 피워냈고 장독대 주위로 코스모스들이 잘 자라서 초여름부터 갖가지 색깔의 꽃을 피웠다. 자연스럽게 색이 바랜 종이 항아리는 이제 땅에 몸을 기대고 평안하고, 한 장 한 장 떨어져 나도는 종이편片들도 항아리의 씨앗인양 이리저리 뿌리내릴 장소를 찾는다. 



고 승 현

    

         고승현/ 나팔꽃 쉼터/철근, 오동나무, 나팔꽃씨/ 2006년 5월부터-9월 


  고승현의 ‘나팔꽃 쉼터’의 나팔꽃이 여름철 뜨거운 철근을 타고 높은 구조물 끝까지 오를 수 있을까 반신반의 했었는데 잘 자라 주어 붉은 보라색 나팔꽃이 아침녘이면 만개하였다. 초기에 영양부족으로 자라기를 더디 했으나 거름으로 힘을 북돋우어 마침내 꽃 모양 구조물을 덮었다.  



양 태 근

   양태근/ 미술농장 속 동물농장/ 철, 동, 흙, 식물/ 2006년 5월부터-9월 


  대안미술공간 소나무의 마당을 지키고 있는 양태근의 젖소와 이상한 동물들은 싱싱한 풀을 먹고 건강하다. 젖소의 그동안의 노고에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풀들이 직접 뱃속으로 채워넣어 먹는 수고를 덜었으며 젖소의 등을 타고 오른 한삼덩쿨이 멋지다. 젖소를 따라나온 조그만 기형의 동물들은 치유를 기다리는 듯 한 여름 동안 풀 속에 모습을 감추었다가 최근에 풀을 베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는 석양에 번쩍이는 몸체를 드러내곤 하는 젖소는 여전히 그 빛깔을 잃지 않고 당당하다.    



김 해 심

   김해심/ 토끼풀 완상(玩賞)/ 토끼 풀/ 2006년 5월부터-9월


김해심의 토기 풀 보호구역의 토끼풀들은 여전히 푸르다. 이대로 겨울을 날 것이다. 마침내 둔덕을 덮어 편안한 완상의 터를 만들어 주길 기대했으나 흙을 부어 만든 둔덕을 자라 오르기보다는 있는 자리에서 뿌리를 든든히 한 듯 하다. 행운의 네 잎 크로바는 얼마나 달렸었는지? ‘토끼풀 완상’을 찾는 이들은 우선 마음이 설레건만 행운은 쉽사리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전 원 길

 

     전원길/ 파씨를 뿌리다/ 나무판, 흙, 파 씨 / 2006년 5월부터-9월


  전원길의 파밭은 몇 차례 변화를 겪었다. 불청객인 잡초들이 한 두개씩 돋아나더니 한 여름 잦은 비에 무성해졌다. 고민 끝에 잡초들을 뽑아내어 네 귀퉁이에 모아 심은 채 얼마간 그렇게 두었으나 그것도 마땅치 않아 모두 뽑아내고 파들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7월말 많은 비로 파밭의 일부가 유실되었지만 전체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 처음 싹이 나올 때 잘 드러나 보이던 손자욱과 선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구별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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