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전원길 칼럼입니다.
조회 수 : 4121
2007.06.05 (13: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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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현장에서

전원길

2006/9/5 (9:34)

제2회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현장에서

2006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기획총괄팀장
전 원 길

I
2006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GNAB2006)참여 작가들의 입국을 2 주 정도를 앞두고 고승현총감독과 사무실 스텝들이 모여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고 걱정과 각오의 심정을 토로한 적이 있다. 자연 현상으로서의 쓰나미는 미리 알 수 만 있다면 거국적인 대비할 수 있지만 우리가 맞이하게 될 비엔날레는 사무실 스텝들과 조직위원들이 온 몸으로 온전히 받아 들여야 할 상황이었다. 이러한 일종의 공포와 우려감은 2004년 창립 비엔날레를 경험한 스텝들로서 앞으로 진행될 상황에 대한 예측이 가능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적은 예산을 가지고 국제적인 큰 행사를 진행해야하는 딜렘마를 그대로 안고 시작된 행사였다. 현장에서 재료를 구하고 숙식을 함께하면서 작품을 완성하여 전시하는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여느 비엔날레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힘든 과정을 거치게 된다. 기획과 진행의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요구되는 전문성과 아울러 이 십 여일을 언어와 문화가 다른 외국작가들과 몸으로 마음으로 부대끼면서 움직여야하는 행사이다.
20대 청년 시절부터 일박 혹은 삼박사일 야영을 하면서 다져온 야투회원들의 야외현장작업에 대한 노련한 진행경험이 없었다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야투는 언제나 주어진 예산 규모 이상의 일을 성공적으로 치러 냈다. 이번 비엔날레도 조직위원회에 속한 회원 모두가 일의 흐름을 읽어내고 전체를 보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마무리 해 나갔을 뿐 아니라, 각자의 직장생활과 작업스케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나 주어야 할 때 나타나서 문제 해결를 자청하는 자발적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한 행사였다.

II
이제는 모든 것이 과거의 일이 되었다. 커다란 파도가 밀려와 해변의 모든 것을 휘저으며 와글거리다가 어느 순간 밀려가버린 백사장처럼 고요하다. 다만 나의 뇌리 속은 순서 없이 맴돌며 스쳐지나가는 행사의 순간순간들로 붐빈다.
미국에서 유럽에서 그리고 가까운 아시안 작가들이 한 사람 한사람 입국하고 그때마다 픽업 스케줄을 잡고 분주히 움직였다. 편지와 사진을 통해서만 대하던 작가들이 커다란 가방들을 들고 나타났다. 말없이 반가움을 표시하는 작가들과 환한 웃음으로 오랜 친구처럼 친근한 표정을 지어주는 작가들 그들과의 첫 만남은 모두 달랐다.
피차 적당히 예의를 지키던 탐색의 시간은 마침내 먹는 일에 있어서 속내를 드러내면서 긴장감을 풀었다. 예외 없이 한식으로 제공되는 기숙사의 식단은 외국작가들에게 견디기 힘들었던 것 같다. 적어도 아침만은 커피와 빵을 먹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작가들을 통해서 인간의 제일순위 관심사는 역시 먹는 것인가 보다 생각했다. 기숙사 식당의 아침식사를 거부하고 사무실로 몰려와 부지런히 커피를 타먹는 모습들은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을 활기차게 해주었다.  
작가들에게는 역시 작업 할 수 있는 재료가 최우선 순위에서 빠질 수 없다. 미리 재료가 짠! 준비되어 있는 작가는 군소리 없이 행복하다. 머릿속은 이미 완성된 작품을 향해서 줄달음치고 만사 오케이다. 그렇지만 도착한지 몇 일이 지나도록 작업재료가 제공되지 않을 경우 신경이 날카롭다. 비엔날레 관련 스텝이다 싶으면 붙잡고 이야기한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이야기해보아야 일은 꼬이게 마련이다. 성질 까다롭기는 이편도 저편도 작가로서 마찬가지 아닌가? 이러다보니 때로는 노골적으로 부딪친다. 낮선 나라에서 자신의 손에 익은 재료를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알 수 없고 부르는 명칭이 다르다 보니 속이 답답하기는 양편이 마찬가지이다. 결국 이렇게 저렇게 애써서 재료가 제공되면 그제야 작가들의 굳은 얼굴이 펴진다. 은근히 밉살스럽던 작가에 대해서도 “작업에 대한 욕심이 대단해!” 하면서 오히려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현장에서 재료를 구해서 작품을 완성해야하는 행사의 특성상 작가들의 긴장과 조바심은 이해 할만한 일이다. 물론 미리 필요한 재료를 확인하고 대부분의 재료들은 작가들이 도착하기 전에 혹은 도착한 후 바로 준비되었지만 몇몇 작가의 확인 이 필요한 재료들이 문제가 된 것이다.  
외국작가들이 한국의 날씨와 음식 그리고 한국인의 일처리 스타일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순발력과 창의성으로 넘치는 일처리 방식이 한편으로는 조직적이지 않은 느낌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적은 예산과 적은 인력을 가지고 일을 처리해야 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기도 했다. 비엔날레에 참가한 외국인 스텝 중에 한 사람이 아주 조심스럽게 조금만 더 조직적이고 효율성 있게 움직인다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맞다. 그러나 현재의 야투의 힘은 조직에서 온 것이 아니다. 이 십 육년간을 이끌어온 그 바탕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라고 대답해주었지만 그의 우정어린 충고는 가슴에 넣어두었다.  
비엔날레에 참가한 작가들이 주최 측의 작가들 그리고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작가들과 완전히 긴장감을 풀고 하나가 된 계기는 아무래도 원골 ‘자연미술의 집’에서의 파티가 아니었나 싶다. 7월20일 원골에서 비엔날레 스텝들과 국내외 작가들이 모두모여 참여 작가 환영식을 위한 바비큐파티가 있었다. 공주시 신풍면 동원리 원골마을 깊숙이 자리 잡은 ‘자연미술의 집’은 회원들이 오랫동안 가꾸어온  매력적인 이층 구조의 건물이다. 건물 안 쪽에는 안 뜰이 있어 자연을 품고 있고 천연 생수가 사철 끊이지 않고 솟아나는 정원은 이제는 훌쩍 커버린 나무들이 서로 어우러져 한결 분위기 있는 장소가 되었다.
작가들은 자연미술의 집의 편안안 분위기 속에서 펼쳐진 이걸재님의 소리와 장단에 몰입되었고 금방 한 덩어리가 되었다. 어깨동무를 하고 춤을 추고 손을 잡고 강강술래도 했다. 마음껏 웃어도 보았으며 늦은 밤을 지내고 새벽이 되도록 춤과 노래와 이야기로 즐기다가 모두가 한 방에서 잠을 잤다. 어느 나라 어떤 미술행사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미술을 통한 세계인의 화합의 장을 현실로 일구어낸 파티였다.
작업기간 이십 여일 중에 팔 일정도 비가 내렸다. 마음 바쁜 작가들에게 말했다. “비올 때가 좋다. 비 그치면 폭염이 계속되면서 때로 태풍이 온다”고 말하자 눈을 크게 뜨면서 걱정하는 얼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작업 기간 중에 태풍은 없었다. 다만 무지하게 더웠다. 자기 작업이 아니라면 30도를 넘기는 태양 빛과 더위에 가파른 산을 오르내리면서 일을 할 수 있을까? 작가들은 작업을 마무리하기위해서 전력을 다했다. 허술한 작품이 없다. 잘 됐다.
이젠 하루 작업 일과를 마치면 끼리끼리 알아서 호프집, 노래방 잘도 다닌다. 한국에서의 20여일을 마무리하는 작가들의 표정을 살펴본다. 불만은 없었는지? 가기 전에 마저 해야 할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먼저 말도 붙여본다. 원더플(wonderful), 웰 오르가나이즈드(well organized!) 자기나라에서 주최하는 이벤트를 소개하고 거기서 만나자는 이야기도 들린다. 교환방문형식의 교류는 어떠냐는 제의도 있다.  
언론인 초대 간담회와 자연미술상 수상자 선정 및 개막식 준비는 행사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서 잘 챙겨야 하는 중요한 일들이었다. 적은 인원으로 폼나고 완벽한 행사를 치루기위해서는 빨리 움직이고 집중력 있게 일을 마무리해야 했다. 차분하게 좌중을 이끌면서 노련하게 사회를 진행한 이응우 회원이 부족한 준비를 메워주었다. 공주시장님의 축사 중 한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이준원 시장의 축사는 정해진 원고와 상관없이 즉석에서 작가들을 격려하고 현장의 분위기를 살려내는 띄워내는 연설이었다. 까까머리 학생시절 금강 변에서 무슨 일인가 벌이던 작가들의 행태를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던 그는 그가 자란 도시의 새로운 시장이 되었고, 계속해서 자연미술운동을 펼쳐 마침내 국제적인 미술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그 작가들과 만난 지금의 심정을 이야기하였다. 이 말을 들은 한 회원은 몸에 감동의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런 것을 인연이라고 해야 할까? 역사의 과거와 현재를 가로지른 한 단면을 본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예술가와 지역의 행정가가 같은 경험과 같은 비전을 공유하면서 문화예술의 발전을 꾀한다면 그것은 멋진 일이 될 것이다.


III
지난 창립 비엔날레에 이어 2006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아 혼신의 힘을 다한 총감독의 체중이 많이 빠졌다. 가파른 연미산을 누구보다도 많이 오르내린 탓일 것이다. 고승현 총감독은 수첩이 없다. 새로운 일을 의욕적으로 만들어내고 또한 동시에  진행되는 모든 일을 순발력 있게 대처해나가는 그의 일처리 능력은 연구대상이다. 언젠가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마치 정글을 헤쳐 나가듯이 달려드는 일들을 처리해나간다고. 적은 예산으로 막대한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서 총감독의 역할은 일당백이었다.
책임이 뒤따르는 큰일을 마주하면 신경이 곤두서기 마련이다. 전체행사의 책임을 맡은 총감독과 조직위원들의 두서없는 주문사항을 짜증 없이 처리해준 김태형 사무국장과 이원하 현장지원팀장의 역할이 없었다면 전체적인 분위기를 즐겁게 유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특히 김 국장은 예산 신청에 따르는 각종 서류작업의 복잡한 절차와 초대작가 심의를 위한 준비 그리고 몸으로 때워야 하는 작업장 정리에 이르기까지 전천후로 움직여주었고 이팀장은 들어 닥치는 외국작가들과의 일처리를 눈치코치 혹은 몸으로 우선 움직이면서 상황을 정리해 나가는 기지를 보여주었다.
비엔날레의 모든 절차를 챙겨주고, 정서가 다른 외국작가들을 안심시키면서 조직위원회와의 관계를 부드럽게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담당한 국제협력팀장 안케멜린과, 외국작가 제작지원을 위해 자원봉사자로 일한 안케멜린의 아들 벤자민씨의 테크니션으로서의 역할은 차기 비엔날레 때에도 적극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남았다.
행사의 호스트로서의 야투회원들의 움직임은 마치 보이지 않는 해결사 역할이었다. 많은 국제자연미술행사 통해 서로 호흡을 맞추어온 회원들은 알아서 빈 구석을 메워주었고 그 일은 꼭 필요한 일 이었다. 26년을 함께 해 온 회원들 간에 보이지 않는 결속력은 난관을 극복해나가는 힘의 원천이었다. 앞으로 새로운 비전을 위해 지금까지  이룬 것을 내세우지 않고 끊임없이 전진함으로서 그야말로 미술의 신천지를 개척하게 되리라 믿는다.      
이제 사람들은 작가들이 흘린 땀을 밟으며 연미산자연미술공원을 방문하고 있다. 편안한 산책로를 예상한 사람들은 다소 당혹스럽다. 오르기 힘들 뿐 만아니라 내려오는 길은 미끄럽다. 다음엔 좀 더 완만한 관람로를 개발하고 작품을 설치 할 것이다.  다소 가파른 언덕이 불안하지만 한 작품 한 작품 더듬듯이 추적하고 그 의미를 새기다 보면 늘상 대하던 자연이 이젠 새롭게 다가온다. 마침내 도달한 연미산 정상에서 탁트인 전망을 내려다보면서 우리의 상상력도 그들의 작품과 같이 막힘없이 퍼져나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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