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 5085
2010.06.12 (10: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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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모색2010전’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


일전에 조규현 선생님과 함께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젊은 모색'전을 둘러보았다. 이번 전시회는 81년부터 1989년까지의 청년작가전과 1990년부터 최근까지 개최된 젊은 모색전 출품작가와 작품을 다시 선별하여 기획한 대규모 회고전이다.  
이번 전시에 선정된 작가들 대다수는 젊은 시절 촉망 받던 작가로서 주목을 받았으며, 현재 한국미술계의 중견작가로서, 또한 대학에서 교수직을 겸한 사람들이다. 이러한 인적 구성은  이번 전시회의 성향을 어느 정도 짐작케 한다.
전시장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며, 또한 각 섹션마다 작가별로 공간이 할당되어 있어 당대, 또는 신작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업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래서 특정 시기마다 일종의 트렌드 경향과, 각 장르별로 또 세대별 작품들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었다.    
서양에서는 근대이후 예술가가 개별화된 ‘나’로서 절대적 존재인 시기가 있었지만, 현대에 들어 이러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관점이 대두된다. 이런 관점에서 예술가란 사회적, 문화적 차원의 가상의 존재이며, 예술 작품 또한 독립된 실체적 대상으로 볼 수 없음을 의미한다. 현대는 근대의 연장선에 있으므로 예술가들에 대한 위와 같은 양극적 관점은 우리 자신, 또는 예술적 대상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을 갖게 한다.          


이번 전시회 출품작가 중 가장 윗세대 작가들은 1981년 덕수궁 미술관에서 개최된 ‘청년작가전’에 선정된 작가들이다. 필자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그들의 당시 작품을 거의 30년 만에 다시 보았다.  
이들의 작품은 주로 ‘극사실(?)’ 계열이거나, 오브제, 또는 드로잉 작업이다. 이러한 작업은 당시에는 새로운 경향의 표현으로, 특히 극사실 계열의 경우 특정 대상을 선택하여 계속 집요하게 반복적으로 그린 것이다. 이들 중 대다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특정 소재를 묘사하는 틀을 고수하는 바, 그만큼 오늘의 다변화된 성향들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리고 '오브제'를 대상화한 작업이라든가 드로잉 작업들도 이제는 당시의 역사를 증언하듯 역사적 실재물로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러한 양상들에 내포된 함의를 짐작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이른바 당시 특정한 경향의 표현 양식으로 이해한 서구 현대미술에 대한 동경과 엘리트 의식이 빚어낸 '제스추어'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전통회화에 기반을 둔 작품들의 경우도 전통회화의 기반인 근본적 세계관이나 우리 전통 특유의 독특한 특성보다 기법을 트렌드화하거나, 표현주의적 거친 표현이 착종된 현상처럼 보였다.  

그리고 90년대 이후 당대의 트렌드를 급속하게 수용한 경향을 보여주는 영상매체를 위주로 한 작업이라든가, 설치작업들에서는 원래 이러한 작업의 태생적 기반인 급진적이고도 첨예한 정신보다 볼거리나 인상적 경험을 유도하는 연출 효과만이 공허하고도 맥 빠진 양상으로 표출된 느낌이었다.  
더욱 안쓰러운(?) 작업은 실제로는 아무 것도 아니면서 세련된(?) 형식으로 위장하는 작업이다. 법당은 화려한데 부처는 존재하지 않은, 즉 텍스트 속에 콘텍스트가 부재한 작업들이다.(*굳이 누구 작품이라 실명을 밝히지 않아도 조금만 주의 깊게 본다면 이에 해당하는 작품을 바로 알 수 있다)      
이처럼 통시적 차원에서 이번 전시의 실상을 보면 선별된 작가들 중에서도 정작 존재론적 성찰이라든가 미적, 예술적 가치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제기하면서 그 영역을 심화 확장하는 작업은 지금까지 언급한 진술 밖의 작품들에 국한되며, 이는 매우 드물다.

왜,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하는가라는 자기 나름의 내적 필연성, 즉 스스로 묻고 답하는 현대미술의 특성은 심미적 차원의 감각적 표현에 국한되지 않으며, 특별한 볼거리 제시는 더더욱 아니다. 현대미술의 제반 양상이 그토록 난해하고 급진적이기까지 한 것은 기존의 미술영역을 훨씬 넘어선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차원에서 어떤 방식의 작업이라 하더라도 왜, 무슨 가치를 바탕으로 한 것인지에 대한 근원적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삶의 축’이 문제다. 이런 맥락에서 스킬이나 테크닉보다 존재론적 물음이 전제된 방향성Direction이 사실상 작품의 특성과 가치를 결정짓는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기획전은 선정의 객관성 여부를 떠나 30년이란 결코 짧지 않은 현대사를 미술이라는 채널을 통해 바라보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함과 동시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다시 보게 해주었다. 단편적이나마 역사적 시공간이란 차원에서 특정시기의 미술을 비교적 다양한 표현 형식에 걸쳐 재조명함으로써 좀 더 근본적이고도 종합적인 관점에서 그 가치를 분별할 수 있는 전시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별 작가별로 심층 분석한다면 ‘별것 아니거나’ 또는 ‘아무 것도 아닌 작품’들은 반면교사로 삼게 되며, 그렇지 않은 작업에서는 감응과 지각을 통해 거기에 내포된 콘텍스트의 가치를 탐색할 수 있었다.
이처럼 어떠한 전람회든 각각의 작품은 삶의 이면이나 역사의 지층과 단면을 읽은 하나의 텍스트이다. 이런 관점에서 예술의 ‘명明’과 ‘암暗’에 대한 탐색은 특정한 관점에서의 흑백논리적 단정이 아니라 삶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일 뿐이다.  
예술가로서의 삶, 또는 예술적 가치는 ‘빛과도 어울리고 먼지와도 동거和光同塵’하며, 스스로 끊임없이 성찰한 탐색의 흔적들을 공유하고자 하는 진정성을 통해 형성되거나 입증된다는 것이다.
            
                                    2010. 6. 12
                                       도 병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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