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 7204
2010.03.25 (20: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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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추모 현상에 대한 단상  



얼마 전,《무소유》란 책의 저자로서 남다른 외모로서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법정 스님(이하 존칭 생략)이 길상사에서 입적했다. 그는 생전 사리도 찾지 말고, 탑도 세우지 말고, 그간의 ‘말빚’을 언급하며 모든 자신의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는 유언을 문도들에게 남겼다고 한다.
그가 입적한 이후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각계각층의 지식인들이 관심을 표하거나, 약속이나 한 듯 한결 같은 목소리로 망자를 기리는 글들을 대중매체를 통해 발표했다. 또한 각 언론 방송 기자들도 그의 삶과 저서들에 나오는 글의 내용들을 화제로 삼아 연일 대대적으로 그의 삶과 죽음에 대해 큰 뉴스로 다루거나 칼럼으로 다루었다 .  
이런 현상 속에서 그간 법정이 출간한 모든 책들은 독자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른바《무소유》를 소유하려는 아이러니한 현상까지 벌어졌으며, 심지어 그가 만년에 거처한 강원도 산골짝의 오두막집까지 사람들이 찾는 기현상까지 생겨났다.
나는 최근 이런 사회현상을 지켜보면서 이 땅에서의 대중매체의 속성과, 요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주로 언급하는 ‘관점perspective’, 또는 他者性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법정은 생전 많은 저술을 남겼다. 나는 대학재학시절부터 그의 저서인《무소유》,《산방 한담》,《텅 빈 충만》,《서 있는 자리》등을 읽으며, 때로는 그러한 생활을 동경하기도 했다. 또한 수년 전엔 겸재 정선 그림이 전시된 간송미술관에서 짧게나마 직접 그를 대면한 적도 있다. 그 후 법정의 무소유 정신으로 인한 인연이 계기가 되어 세우게 된 길상사에 얽힌 이야기도 쓴 적이 있다. 주1)
그는 저술을 통해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와 같은 글을 썼다. 이런 자신의 언급을 입증하듯, 그는 실제로 자신이 수행하는 장소에서 계절마다 대면한 자연이나 식물, 꽃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적지 않은 예찬의 글을 남겼다.
그리고 그는 "빈 마음, 그것을 무심이라고 한다. 빈 마음이 곧 우리의 본마음이다. 무엇인가 채워져 있으면 본마음이 아니다. 텅 비우고 있어야 거기 울림이 있다. 울림이 있어야 삶이 신선하고 활기 있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러한 법정의 글과 삶 이면엔 동양의 전통사상이나 한국 불교의 전통이 있으며, 특히 그의 스승인 효봉 주2)스님(이하 존칭 생략)이 있다. 효봉은 특히 ‘계戒 .정定. 혜慧’ 삼학三學을 매우 엄격하게 실천하고자 한 고승으로서 근현대 한국 불교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계.정.혜’란 고려의 보조 지눌이 제창한 정혜쌍수‘定慧雙修’의 근간이다. 먼저 ‘계’란 계율의 준말로 규칙적인 생활을, ‘정’은 ‘선정’ 즉 고도의 집중을 뜻하며, ‘혜’는 ‘지혜’, 곧 ‘바른 앎’, 또는 ‘깨달음’을 의미한다. 요컨대 계정혜란 불교의 수행(공부)과정이 집약된 말이다.
법정은 이러한 한국불교의 전통적 사상과 다른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거나 스승의 생각을 넘어선 다른 사상을 제창하지 않았다.
법정의 ‘무소유’ 정신 또한 동양에서만 독특하게 형성된 삶의 가치가 아니다. 중세 수도원에서의 수도사들이나 미국의 헨리 데이빗 소로우, 《소유나 존재냐》의 에리히 프롬은 무소유의 삶을 지향하거나 역설하였다. ‘무소유’ 정신은 법정만이 새롭게 주창한 가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무소유’ 하면 법정을 떠올리는 것은 순전히 그의 대중적 인지도 때문이다.  

‘앎과 삶의 괴리’라는 실존주의적 부조리에서 자각할 수 있듯, 인간은 누구나 근본적으로는 자신이 가진 일정한 틀(관점)으로 자연이나, 인간, 사상 및 예술을 인지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는 엄밀한 의미에서 그 누구도 타자성他者性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다. 바로 이 때문에 어떤 대상이나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그렇게 바라보는 자의 욕망과 인식의 틀에 의해 ‘구성’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시대는 대중매체의 영향이 워낙 지배적인 시대여서 대중들의 의식에 직 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최근 법정 스님에 대한 대중들의 큰 관심은 실제 법정의 삶과는 거리가 먼, 즉 타자의 삶에 대한 자신의 피상적 견해와 대중의 욕망이 결부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자신이 알고 있는 선입견으로 타인을 규정하고 심지어 함부로 비방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례로 지난 2007년, 장애인 자녀에게 성장 억제 호르몬을 투여한 미국 부모 이야기가 뉴스로 나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해 윤리적 여부를 떠나 부모 당사자가 아닌 이상 무조건 비난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져본다면, 우리가 자신의 잣대로 타자를 규정하는 일이 도리어 무지와 오만의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임을 자각할 수 있다.      

법정 사후의 추모 현상은 법정의 삶의 실체보다 그러한 현상에 의문을 갖게 한다. 개개인들의 느낌과 생각의 틀을 구성하는 바탕은 욕망이며, 이는 타자의 고유성이나 정체성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그 어떤 대상에 대한 아쉬움도 허전함도 실제로는 그 존재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결국 그러한 마음을 가진 이들의 욕망이 반영된 현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현대는 대중매체에 의해 개인의 욕망조차 확대 재생산되는 시대이다. 우리가 아는 타자는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가공의 이미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모든 타자는 타자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없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가 대하는 ‘타자는 과연 무엇이며 누구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이 중요하며. 이는 결국 ‘나’, 즉 자기 자신의 문제인 것이다.
                                        
                                  2009. 3. 25
                                    도 병 훈

주1) 지난 2007년에 ‘길상사를 다녀와서’란 글을 쓴 바 있다.
주2)효봉(曉峰, 1888년~1966년)은 평안남도 평양에서 출생하였으며 평양고보를 거쳐 일본 와세다 대학 법과를 졸업하였다. 그 후 판사가 되어 6년간 법관 생활을 하였다. 이때 한 죄수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것이 잘못으로 밝혀지자, 양심의 가책과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고 전국을 방랑하다가, 1925년 금강산 신계사로 들어가 승려가 되었다고 한다. 1929년 순천 송광사에서 불교 최고의 과정인 대교과를 공부하였다. 그 후 상원사 등 여러 절을 돌아다니며 불법을 편다. 1954년 불교 종단 정화 준비위원이 되어 불교 정화운동에 앞장섰으며, 1958년 대한민국 불교계의 최고 지도자가 되어 여러 파로 갈라져 있는 불교계의 통합을 위해 노력했으며, 1966년 밀양 표충사에서 입적하였다. 그의 열반송은 아래와 같은데, 나는 법정의 그 어떤 책이나 글도 이 열반송이 주는 임팩트의 강렬함에는 못 미친다고 생각한다. 나의 졸저,《나와 너의 세계, 미술》에필로그에도 이 시를 인용한 바 있다.

내가 말한 모든 법
그거 다 군더더기
누가 오늘 일을 묻는가
달이 일천 강에 비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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