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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0 (19:38:16)
*아래 비트겐슈타인 철학 부분은 주로 k.T. Pann의「Language」를 요약한 것임 철학과 예술세계에 대한 짧은 생각 어제 저녁, 홍대 앞 작은 갤러리에서 개최된 세미나 뒤풀이 자리에서 마침 세미나에 참가한 사람의 작품이 벽에 걸려 있어 그 작품에 대해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그 작품에 대한 대화가 끝날 무렵, 장소를 제공한 사람이자 세미나 발제자의 한 사람으로 참가한 나이 지긋한 미술비평가 한 분이 대화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간이 칠판에다 판서까지 하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그 분은 예술작업의 과정에 대해 칠판에다 몇 개의 개념으로 도식화한 후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와 아낙시만드로스의 철학개념까지 동원하여 설명했는데, 그 요지는 현대미술이 철학이란 학문을 바탕으로 성립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보며 ‘철학사적 사유’와 ‘철학적 사유가 도달할 수 있는 진정한 힘’의 차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에 의하면 철학적 사유의 목적은 더 이상 철학적 사유를 하지 않으려는 데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사유를 표현하는 언어에 한계를 긋고, 언어의 구조란 논리학에 의해 밝혀지며, 언어의 본래적인 기능은 세계를 묘사하거나 서술하는 것으로 본다. 이런 맥락에서 ‘논리학의 본질은 무엇인가?’ ‘언어는 세계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 라는 두 가지 물음이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핵심 과제가 된다. 논고에 나타난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이론은 ‘그림이론(picture theory)’과 ‘진리함수이론(truth-function theory)’ 두 가지로, 각각 ‘언어의 기능은 무엇인가’와 ‘언어의 구조란 무엇인가’라는 두 가지 물음에 대한 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비트겐슈타인의 논고 4.001에 의하면 언어란 명제들의 총체이므로 위의 두 물음은 ‘명제들은 세계와 어떻게 관련되는가’와 ‘명제는 어떻게 서로 관련되는가’라는 물음으로 바뀐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러한 명제의 진위는 명제가 아닌 세계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생각했으며, 이를 ‘요소명제(elementary propositions)’라 했다. 그래서 모든 명제는 요소명제로 분석될 수 있으며, 요소명제의 진리함수이다. 이 요소명제가 원자적 사실(atomic fect)들의 논리적 그림이므로 원자적 사실들은 서로 결합하여 세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복합사실을 구성하며, 이 복합사실이 비로소 인식 가능한 세계를 구성한다. 비트겐슈타인이 “세계는 사실의 총체이지 사물의 총체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비트겐슈타인은 파리의 법정에서 교통사고현장이 인형과 장난감 자동차 등으로 재구성되는 것을 보고 이러한 발상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러므로 언어는 진리함수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것의 본질적 기능은 '있는 그대로의 세계(as they stand)'를 서술하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언어의 한계를 갖게 되며 동시에 세계의 한계를 갖게 된다. 우리는 언어의 한계 안에서만 사물에 대해 의미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언어의 의미(sense)는 무엇인가 지시reference할 수 있는 것에만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한계너머에 놓여있는 어떤 것을 말하고자 하면 결국 헛소리(nonsense가 된다. 이 때문에 비트겐슈타인에 의하면 형이상학, 윤리학, 종교, 그리고 예술은 모두 말할 수는 없고 단지 보여줄 수 있는 영역에 속한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사유할 수 있는 것을 통해서 사유할 수 없는 것을 드러내고자 한다. 말할 수 있는 것을 명백히 나타냄으로써 말할 수 없는 것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해야 한다”는 유명한 비트겐슈타인의 명제도 이러한 문맥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처럼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그 이전의 서구철학에 대한 엄밀한 사유로써 출발했지만 역설적으로 다른 영역의 가치와 특색을 드러낸다. 비트겐슈타인은 말년의 주저인 『철학적 탐구』에서는 더 이상 언어가 세계의 그림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그는 '말놀이'와 '삶의 형식'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언어를 새롭게 조명했다. 그에 따르면, 언어는 놀이(게임)처럼 어떤 규칙에 의해 작동하며, 언어행위가 이러한 규칙에 따르는 행위라는 사실은 '사적 언어'가 불가능함을 뜻한다. 이 때 언어의 성격은 사용자인 인간의 삶의 양식과의 연관 속에서 규정된다. 동일한 언어라도 사용되는 맥락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다는 것이다. 데카르트 이후의 현대철학에 이르기까지 획기적 패러다임의 전환은 장구한 시공간 속에 일어난 문명사적 사건이지만 개인적 차원에서 보면 자전적 체험의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다. 나의 경우, 먼저 대학교 2학년 때 교양과목으로 만난 서양철학사, 그 중에서도 칸트와 니체, 특히 니체와의 만남은 당시 세상을 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된 사건이었지만, 이어 불교 및 노장(老莊)과 같은 동양사상, 그리고 미셀 푸코와 자크 데리다, 질 들뢰즈로 대표되는 후기 구조주의 철학에 이르기까지 오랜 탐색과 사색의 여정을 거쳐야 했다. 왜냐하면 이 모든 제반 철학들이 삶과 세계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제기하고, 무엇보다 근현대 철학자들 대다수는 철학의 중요한 과제의 하나로 예술 영역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철학도 어디까지나 언어로 기술된 개념인 만큼 가령 3차원의 실재를 재현하는 2차원의 그림의 경우에도 그 그림이 실재와 동일한 논리적 구조를 가지고 있을 때만이 서술이 가능하다. 이는 비재현적 그림, 이를테면 선 하나만 비선형적이어도 그것에 대한 언어적 기술은 불가능함을 뜻한다. 결국 개념화 차원이 아닌 어떤 감응(affect)을 유발하는 예술은 비트겐슈타인 철학이 도달한 지평처럼 사유될 수 없는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각의 과정은 ‘심매(尋梅)행’에 비유할 수 있다. 봄을 찾아 산과 들을 헤맸으나 발견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서 매화 핀 나무 가지에서 봄을 느꼈다는 얘기 말이다. 철학에 대한 관심과 공부가 준 작은 깨달음은 불교 논리학의 정점에 도달한 원효가 어느 시기부터 저잣거리로 나와 박 바가지를 두드리며 춤추고 노래 불렀듯, 예술이란 사유나 철학적 사유의 한계 너머 추구되는 세계임을 알게 한다. 실제로 현대에 들어 철학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는 오히려 인식의 부조리함을 자각케 한다. 겸재 정선의 후기 진경산수화나 김정희의 추사체 글씨와 그림, 폴 세잔이 만년에 그린 정물이나 생트 빅투아르산 연작, 그리고 마티스의 푸른 누드, 마크 퀸의 자소상 등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문제작은 한 결 같이 인간의 본능적 감각을 뒤흔들며 인간의 감수성에 호소하는 면이 두드러진다. 무엇보다 직관과 감성을 통해 감동, 즉 느낌이 움직이며, 언어적 서술인 철학적 개념화는 이 느낌이 촉발된 이후에 이루어지는 일이다.
2012년 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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