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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7 (20:46:17)
3인의 전시회에 대한 새해 원단의 소감
김도희 개인전 김도희는 지난 2006년에 첫 개인전을 한 작가로 그간 예술로서의 형식적 ‘조형화’나 어법을 원천적으로 거부함으로써 예술적 의미와 가치조차 무화하려는 듯한 ‘비미술적인’(?) 작업을 해왔다. 그 중에서 장지 한 장만을 덮고 깔고 자며 생활한 후 그 흔적을 전시한 작품이 <신치로이드 60>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행인들의 발자국과 타이어 바퀴 궤적을 탁본처럼 종이에 떠낸 작업, 모기를 잡은 흔적과 종이배를 만들어 태운 자국을 드러낸 소품, 각종 채소류와 소뼈를 모아 놓은 쇼 케이스 오브제 작업, 작가 자신이 포함된 남녀가 각각 스스로 뺨을 때리는 장면을 두 개의 모니터로 보게 한 <대칭>, 그리고 작가 자신이 여러 개의 무의식적 꿈 이야기를 하는 장면을 오버랩 시킨 비디오 작업인 <회상몽>을 볼 수 있었다. 구스타프 융에 의하면 꿈이나 환영은 사실에 대한 심리적 상태이다. 실제로 전시장에서 그녀로부터 들은 <회상몽> 꿈 이야기들은 매우 초현실적일 정도로 섬뜩한 분열증적 양상과 같았다. 최선의 ‘실바람’ 최선의 작업은 대학시절 그림을 벗겨낸 작업에서부터 동냥젖을 캔버스에 바른 작업과 자신의 피를 썩혀 그린 드로잉 작업에 이르기까지 주요 작업 등을 보아 왔는데, 이 모든 그의 작업은 다다 이래 현대미술의 전위적 특성이나 기질과 매우 상통하는 급진적인 양상들이었다. 아직도 이런 작업에 대해 무조건 불쾌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바로 이런 통념과 선입견이야말로 이전의 미술과 확연히 다른 현대미술의 존재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게 하는 담벼락이다. 최선은 이번 보고전에서 여러 사람들의 숨결의 흔적이 프랙탈 기호처럼 보이는 먹물 드로잉을 비롯해서 여러 작업들을 선보였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오감에 와 닿는 작업은 일본 요코하마에서 전시 준비를 하면서 어렵사리 얻은 사람의 유골 가루를 전시장 바닥에 뿌린 <실바람>이란 작업이었다. 강석호의 개인전과 ‘Hubris Disembodied’ 강석호는 휴전선 철책선이 있는 GOP에서 육군 장교로 군 복무를 한 특이한 이력의 작가이다. 이번 개인전은 주로 이때의 체험 및 ‘사막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photo-documenting' 작업과 오브제 작업, 그리고 흰개미를 이용한 작업들이 출품되어 있었다. 눈 위의 빗자루로 쓴 자국을 사진으로 찍은 <호흡> 시리즈 중에는 마치 ‘설중매’와 같은 문기 가득한 문인화의 운필을 연상케 하면서도, 또한 귀얄로 대충 거칠게 마감한 분청사기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도 볼 수 있었다. 특히 <날렵한 호흡 #3-Vivacissimo> 이미지는 역동적인 기세가 느껴지는 운필의 효과로 마치 추사 김정희가 만년에 쓴 글씨와 유사한 느낌을 주었는데, 우연적 행위의 결과에 대한 발견이라는 점에서 인문학적 문자향 서권기를 중시한 문인화와는 차이가 있다. <고장난 브레이크 #2>란 오브제 작업은 군복무 중 근무지에서 주운 전쟁의 여러 상흔과 철선 뭉치, 하얀 백자 대접, 안경의 표면에 실크스크린으로 찍힌 피난 장면과 전쟁터로 행군하는 군인들의 장면들이 인골 뼈와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이 모든 사물들은 전시장이란 공간에서 시간의 흔적이 담긴 물질감을 생생히 드러낸 텍스트로서 역사적 콘텍스트의 단서를 제공하고 있었다. 또 다른 작업은 오래된 영한사전 한 권을 산에서 채집한 흰 개미들과 함께 플라스틱 상자 안에 넣어 이 사전을 먹이 겸 집 삼아 살게 하여 그 흰 개미들에 의해 변형되는 사전의 모습을 찍은 사진 작업들이었다. 마침 흰 개미가 갉아먹은 사전의 한 부분에는 지도부분이 있어 마치 인간의 영토를 자연이나 생물이 잠식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의 작업들은 전시도록에 실린 비평 글의 제목인‘Hubris Disembodied’ 란 개념에서 드러나듯, 문명이나 인간의 생각이 자연이나 생물학적 진화과정 앞에 무력한 상황을 드러냄으로써 교만한 인간의 삶에 대한 회의를 담고자 한 것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Hubris Disembodied’란 제목은 그의 문제의식이 집약된 말이다. 이 개념은 우리말로 번역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말이지만 굳이 번역한다면 ‘현실을 떠난 인간의 오만, 또는 교만’이라 할 수 있다. 3인의 작업에 대한 가치나 의미에 대해 재단하고 분석하는 것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지만, 이들의 태생적 기질과 삶의 태도를 직관하는 것은 한 시대를 지배하는 인식적 틀이나 외적 상황과는 다른 ‘깨달음’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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