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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5 (15: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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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4일부터 7월 15일까지 경기도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생각여행-길 떠난 예술가 이야기전>에 출품하는 작품에 대한 작가노트입니다.. 

  

  

여행, 그 비선형적 감응의 공간

‘의식consciousness은 뇌세포들의 단독공연이 아니라 뇌, 몸, 환경이 함께 연출하는 춤’이라는 말이 있다. 이런 차원에서 여행 또한  뇌, 몸, 새롭고 낯선 환경이 연출하는 춤이다. 우발적으로 마주치는 감각적 경험을 통해 자신을 가두는 의식적 틀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여행인 것이다. 이러한 감각적 경험이‘아펙트affect'이며, 해월 최시형 식으로 말하면 천지만물과의‘감응’이다.

여행은 종이나 캔버스 위에 선을 긋는 드로잉에 비유할 수 있다. 어떤 재질이든 물질성을 갖는 선을 그을 때 몸으로 느끼는 존재의 리얼리티와 두 발로 대지를 느끼는 과정은 공통점이 있다. 여행과 드로잉은 사유만으로는 알 수 없는 세계의 존재성을 몸으로 느끼는 과정이다. 거대한 히말라야 산맥과 장강대하, 다양한 생명의 진화와 인류문명도 최초에는 미미한 비선형적 에너지에서 시작되었다. 이 에너지를 선과 색채이미지로,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 더욱 새로운 존재방식으로 진화해온 것이 미술의 역사이다.  

우리의 탁월한 전통건축물이 있는 공간은 경계선 안의 폐쇄적 공간이 아닌 넉넉한 비움의 공간이다. 이러한 전통 건축은 절제된 독특한 균형감으로 가장 적절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부석사, 병산서원, 소쇄원, 서석지에서 느낄 수 있듯, 그곳들은 종교적 신념과 이데올로기만으로 규정할 수 없는 다질적 공간이기 때문에 몸과 마음으로 감응하게 된다. 굳이 말한다면 프랙털 기호처럼 나선형의 진입 동선으로 이어진 수렴공간이면서 동시에 확산되는 지층적 무한 공간이다.  

현대 물리학적 우주관과 선조들의 세계관이 반영된 수묵산수화, 그리고 인식적 틀에서 벗어난 급진적 현대예술은 서로 공유하는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 겸재 정선의 뛰어난 수묵산수화는 에너지-힘-이미지의 유동성으로 인해 기세 넘치는 역동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감응의 공간이다. 이처럼 산수山水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수묵화의 어법을 융합하여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비선형적 현대드로잉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지난 수십 년간 추구해 온 나의 작업이다. 여행의 과정에서 존재를 뒤흔드는 마주침이 그러하듯 이 감응의 진폭에서 나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201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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