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 1953
2016.01.04 (05:37:10)
extra_vars1:   
extra_vars2:   

우주속 우리 인연전

 

도병훈편

 

평소 화업과 문체를 통해 兩手兼將의 奇才를 보여 주고 있는 도병훈이 이번 [실험공간 UZ]의 첫 전시에서는, 전시회 주제인 우주 속 우리 인연 과 원효대사에 관한 어록, 皆是 皆非 란 문자를 일종의 엠브렘(emblem, 記章)로 양기둥에 그려 넣은 것을 보여준다.

 

이 두 문자는 서로 저변에서 연관을 갖고 대응하고 있는데, 개시 개비는 원효선사의 [涅槃經宗要]에 나타난 和會의 세계를 상징하는 어록이고, 우주 속 우리 인연은 그 바탕이 되는 현실적 존재의 연기를 가르키는 말이다.

 

먼저 글을 쓴 이의 취지문을 읽으 보자.

 

   나는 이번 실험공간UZ 개관전으로서 이영길을 중심으로 여러 작가가 함께 참여한 컬레버레이션(collaboration) 전시회에서 김성배 작가의 요청을 받고 우주 속 우리 인연이란 전시 타이틀을 제안했다.

처음 원효는 개시개비(皆是皆非) 화쟁(和諍)을 말했다. 그렇다면 원자핵 주위 어디에나 산재할 수 있는 전자의 확률적 퍼짐 현상이나, 점점 빠른 속도로 팽창하는 우주 속 우리 인연은?이라는 문장으로 초안을 작성했으나, 전시장에서는 이 문장의 핵심어인 皆是皆非 우주 속 우리 인연이란 구절만 각각 검은색 기둥과 흰 기둥에 썼다.(*개시개비 아래는 간격을 띄우고 원효, 우주 속 우리 인연이란 말 아래는 내 이름을 씀)

 

개시개비 모두가(동시에) 옳을 수도 있고 모두가(동시에) 그를 수도 있다는 뜻으로, 원효가 『열반경 종요』란 저서에서 이전의 여러 불교 이론을 종합하여 화쟁론을 제시하면서 한 말이다. 원효는 이 책에서 여러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면서 하는 말이 부분적으로는 모두 옳다(皆是)고 하면서 코끼리의 전모(全貌)는 말하지 못하므로 다 그르다(皆非)고 한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말하는 모든 주장은 부분적으로는 옳을 수 있지만 큰 관점에서는 모두 부분적 인식에 지나지 않으므로 다 그르다는 논리도 동시에 성립한다. 이러한 비유 끝에 원효는 화쟁론을 제시한 것이다'



원효는 7세기 이전 인도와 중국에서 격렬하게 요동치던 불교사상을 네트워크의 중심에서 종합함으로써 최전성기를 이룬 7, 8세기 동아시아 불교를 대표하는 사상가이다. 원효는 중국 불교를 배우기 위해 바닷길로 당나라로 떠나고자 지금의 형도 인근인 당항성 근처 무덤에서 잠을 자다가, 잠결에 해골에 괸 물을 마시고, 세상의 온갖 현상은 마음에서 일어남을 깨닫는다. 그그후 원효는 당시의 다양한 불교 이론을 섭렵하여 새로운 사상을 제시하였다. 그 핵심은 큰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인 일심(一心)으로부터, 여러 개로 흐르는 지류와 강 같은 서로 다른 주장이나 신념을 화해시키는 화쟁(和諍) 또는 원융회통(圓融會通)이다.(*원효사상의 핵심은 일심, 화쟁회통和諍會通, 무애, 화엄, 일심이문, 이문일심, 기신론 사상 등으로 요약됨)

 

불교의 화엄적 용어로 표현하면 중중무진(重重無盡, 무한히 다층적이고 복합적의 구조)으로 중첩되어 있고 우리는 그 구조를 이루는 존재이다. 다시 말해서 이 우주는 점에서 시작되어 점과 점이 만나 선을 이루어 만들어진 그물이 끊임없이 출렁이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세상은 질서와 무질서가 공존함으로써 작은 변수들이 유기적·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불가사의한 복잡계(Complex systems)를 형성한다. 이러한 세계 인식은 현대물리학이나 천문학과도 배치되지 않고 일맥상통한다. 원효는 이러한 통찰을 아우르는 화쟁 사상을 바탕으로 자신의 사상을 정립하고 실제 감성과 지성을 아우르는 삶을 살았다.

 

원효 사상을 이번 전시의 화두로 삼은 것은 실험공간UZ가 지향하는 미학적 방향성과 내년 하반기에 실험공간UZ에서 예정된 원효의 원융회통을 주제로 한 전시회 주제를 염두에 둔 것이다. 나는 원효 사상을 통해서 얻는 깨침으로도 현대의 작가들이 좀 더 자유로운 상상력과 타인과 환경에 대한 저마다의 교류를 통해 그 자신의 진폭을 확장할 수 있다고 보며, 그래서 이 시대 이 땅을 살아가는 주체로서 외부 세계를 느끼고 받아들이는 능력인 감수성을 통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원융적인 삶과 예술을 지향하고자 한다

                                                                                                       

원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치밀한 사고력활달한 문장력 넘치는 인간미 가 드라마틱하게 육화된 한 인간의 모습이다. 그것은 곧 一心一和會-無碍의 축으로 압축된 그의 사상적 역정과 맞물려 있다. 원효는 오늘도 우리들 곁에서 살아나고 있다. 원효 이후에 아직 원효만한 사상가를 가지지 못한 오늘, 그는 우리에게 있어 절망이자 동시에 희망으로 다가온다. 


한국의 사상가 10 [원효]에서.

번호 제목 조회 등록일
1350 [아리랑] - 3 1639 2016-08-17
1349 [아리랑] -2 1899 2016-08-17
1348 [아리랑] -김산.님웨일즈 공저 - 1 1967 2016-08-17
1347 [Mismatch] 전 - 이해균 편 1882 2016-07-27
1346 [Mismatch] 전 - 안택근 편 1684 2016-07-25
1345 Mismatch 전 - 김희곤편 1707 2016-07-24
1344 Mismatch 전 - 차진환 편 1730 2016-07-23
1343 Mismatch 전 1518 2016-07-23
1342 [종합 선물 셑] 이성실전 1997 2016-05-27
1341 Georges Bataille 2504 2016-04-09
Selected 우주 속 우리 인연展 8 1953 2016-01-04
1339 우주 속 우리 인연展 7 1729 2015-12-31
 

17598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 이박골길 75-33 | Tel. 031-673-0904 | Fax. 03030-673-0905 | Email: sonahmoo@hanmail.net

Copyright ⓒ 2002- Alternative Art Space Sonahmoo all right reserved.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