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 4797
2007.06.05 (17: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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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준비해온 '청소년을 위한 서양미술사(두리미디어)'을 출간했습니다.(오래전부터 출간 준비 중인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은 12월에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된 예정임)
청소년을 위한 책이어서 일견 다른 청소년을 위한 책들과 겉으로 보기에 유사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 내용에서는 사뭇 다른 관점에서 쓴 책입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주시고 애쓰신 분들께 이 면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머리글인 '책을 내면서' 부분을 아래에 옮깁니다.    
  

책을 쓰면서


  “도시의 공기를 더럽히는 자동차와 공장의 매연처럼, 예술을 해석하는 사람들이 뱉어 놓은 말들은 우리의 감성에 해독을 끼친다.”라는 말이 있다. 동서양의 예술에 대해 획일적으로 해석하고 길들임을 비판한 것이다.
사실 과거의 예술 그 자체를 완전하게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역사는 과거의 사건이나 사실을 바탕으로 글 쓰는 이들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의 틀로 쓴 것이다. 이는 미술사도 다르지 않으므로 과거의 어떤 예술 작품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느끼려 한다면 반드시 이러한 면을 생각하면서 보아야 한다.  
  흔히 보는 오류는 ‘위대한 예술이란 타고난 위대한 천재들이 창조한 것이다.’ 라는 식으로 예술가들을 신화화하거나 영웅시하거나 예술작품에 대해 항구 불변의 가치를 지닌 실체인 양 미화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평가되는 가치 있는 미술은 한 시대를 진실하게 살고자 한 예술가들의 정신적 모험의 과정이자 흔적이다. 이 책은 이러한 한 시대의 정신성을 잘 드러내는 서양 미술을 살펴보고자 한 것이다.

  서양의 역사는 그리스 문명 이래 그들의 지역성을 바탕으로 삼아 삶과 문화를 잇고 또한 극복하고자 한 과정이다. 이러한 서구의 문명은 르네상스, 종교개혁, 구텐베르크에 의한 금속활자의 발명, 프랑스 혁명이라는 사회 정치적인 사건, 산업혁명, 과학의 발전 등으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즉 인간이 삶의 주체가 되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열망이 강하게 표현됨으로써 서양의 고대나 중세와는 질적으로 매우 다른 새로운 시대가 도래 한다.  이는 정치 경제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나타나지만, 무엇보다 과학과 철학 그리고 예술 영역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이들 세 영역은 당시 서양의 의식과 정신세계를 대표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기도 했다. 이 가운데에서 예술 영역은 인간의 의식과 감성이 함께 확장되고 심화되어 온 과정이며,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예술가들은 이전 시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게 해주었다.
이러한 작가들의 새 의식은 특히 현대미술의 경우 새로운 시각적․조형적 ‘코드code’와 ‘어법idiom’으로 드러난다. 이 코드와 어법은 약속된 도상(icon)이나 기호로 의사소통을 하는 체계가 아니며 보는 사람의 관점과 미적 감수성 그리고 가치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각자의 주관대로 감상하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 자신이 보기에 어떤 작품이 무의미하게 느껴져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주관 중에는 편향적인 기억이나 체험에 의해 옳지 않은 편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주관적 관점을 끊임없이 극복하려는 태도와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태도와 자세로부터 우리는 편견과 인식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그만큼 삶의 폭은 넓어지고 깊어진다.  
이처럼 예술에 대한 다양한 체험은 삶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우며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감성적이고 지성적인 체험을 통해 삶과 세계를 자각하는 데 있고, 이를 바탕으로 참된 미술은 예술과 아름다움이 우리의 삶 그리고 우리의 모습에서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가치임을 알게 한다.
누군가 히말라야 산 속을 다녀와서는 그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예술작품과의 진정한 만남을 통해서도 이처럼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며, 더 열린 마음으로, 더 풍요로운 정신으로 이 세계를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나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청소년들이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다른 예술의 가치를 알고 삶과 문화를 깊고 넓게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대학의 선후배로 만나 미술을 보는 시각을 일깨워준 오상길 선생께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이 책을 쓰도록 인연을 만들어준 류대곤, 김인기 선생님, 필자에게 선뜻 집필을 의뢰해준 최용철 사장님, 두리 미디어 편집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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