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일상입니다.
조회 수 : 4238
2007.06.05 (17:07:58)

수원미술전시관 NEWS LETTER


전원길, 자연처럼 그림 그리고 살기를 원하는 작가
- 자연의 내재적 질서 드러내기

김성호(미술평론가, 수원미술전시관 큐레이터)

이번 호 뉴스레터 작업실 탐방 코너는 작가 전원길이다. 햇살이 따스한 가을 끝, 지난한 여정을 감당하느라 허리를 앓아대는 차를 채찍질하며 오르막 외길을 올라 가까스로 전원길의 작업실에 도달한다. 휴우! 경기도 안성 인근의 한적한 시골길, 그 한 끝자락에 그의 소나무 스튜디오 갤러리가 시야를 탁 틔운다. 이 전원의 아틀리에는, 90년 서울 동숭동에 개관해서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현대미술의 발표의 장으로 기능했던 소나무갤러리의 취지를 계승하고자 당시 창립멤버와 큐레이터로 근무했던 그가 영국 유학이후 2002년 4월 안성에 터를 잡고 소나무S갤러리로 재개관한 것이다.
이 곳은 아틀리에와 갤러리의 특성을 아울러 표방하는 대안공간인 셈인데, 일반인들과의 만남과 그들의 문화체험 교육을 시도하는 ‘소나무 미술학교’ 운영이나 미술인들로 구성된 회원 간 커뮤니티와 비평문화의 활성화를 선도하려는 ‘독립작가 연구회’ 운영 등을 함께 하고 있다. 갤러리와 아틀리에를 겸하고 있는 특성상 소나무S 갤러리는 일반인들에게는 토요일에 정기 개방하고 평일에는 예약을 하고 관람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는데, 전원길에게 있어서는 나 또한 평일에 찾아든 ‘벼락치기 예약손님’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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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은 싹을 틔어서 자라게 하고 다시 그것을 받아들이는 대지를 닮고자 한다. 자란다는 것이 사라지는 과정이듯이 표면 속으로 돌아간다. 나는 마음 없이 움직이는 자연처럼 일하고 싶다.'
전원길이 그의 작가노트에서 밝히고 있듯이 그의 최근 작업은 호박을 키우고 포도 넝쿨을 올릴 수 있는 자연 환경과 늘 호흡하면서 지내는 연유로 인해 자연의 이미지를 많이 간직하고 있다. 개나리, 진달래, 참외, 오이, 토마토, 솔방울, 포도넝쿨과 포도, 호박잎과 호박 등등... 그러나 전원길의 작업이 자연물의 소재주의에 탐닉하고 있지 않고 자연의 원형적 혹은 내재적 질서 드러내기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그림들이 지향하는 태도는 일찌감치 자연주의, 전원주의를 벗어나 있다. 유학 이전의 작업 역시 자연에 내재된 근원의 질서, 그 안에 거하는 인간의 존재론을 그 화두로 삼고 작업해 왔던 만큼 컨텍스트(자연)와 텍스트(인간)의 문제는 여전히 최근 작업에서도 일관되게 지속되어 오고 있다. 단지 이전 작업에서 표면 위로 떠올라 있던 창작 주체인 화가의 존재의식이 최근 작업에 이르러 자연이미지 나아가 그 이미지의 내재율 속으로 침투해 들어와 존재론의 심각한 고민이 무화된 듯이 보일 뿐이다.
그의 석사 논문 ‘현대회화의 기하학적 형태와 표현성에 관한 연구’에서  우리가 살펴볼 수 있듯이, 전원길은 이전 작업에서 지적 측면과 감성적 측면이 병존하는 화면 경영을 시도해서 육체와 영혼을 함께 소유하고 있는 인간 존재 표현에 대해 골몰하고 있었다. 기하학적 형태와 표현적인 제스처, 이 두 대립항이 충돌하는 화면은 흡사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이것이 최근에는 작가의 독자적인 창작 논리에 의해서 매우 이지적인 면모로 탈바꿈한 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자연은 결코 이지적이지 않는 실체임을 확인하는 길이다. 자연을 대상으로 사색하고 그 위에 의미를 덧붙이는 우리들, 인간에 의해서 질서의 체계를 부여받았을 따름이다. 특히 미술의 세계에서는 원근법이나 투시법 등 자연을 끊임없이 가두어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화가들이나 자연을 근원적 질서의 세계로 되돌리려고 분석의 대상으로 끊임없이 설정했던 입체파 같은 이들의 시도에 의해서 질서 짓기의 결박을 당한 셈이다.
전원길 역시 자연을 대상으로 사색한다. 그가 여전히 이지적인 태도로 자연에의 질서에 집착하면서도 앞서의 우리들 선배들과 차별화되고 싶어 하는 것이 있다면 자연의 질서를 분석, 구축해내려고 하기 보다는 자연에 동화되거나 차라리 그 부분집합이 되기를 원하는 태도일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붓을 쥐고 그림을 그리거나 자연을 캔버스 삼아 ‘야투’ 활동을 통한 자연미술을 시도하는 전원길에게 있어서는, 자연의 흔적을 더듬어 그 원형의 질서를 따라가는 행위만이 의미 있을 따름이다. 그러니까 그는 미술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에 접근할 때,  그 창작에 있어 주인공이 되기를 포기하려는 태도, 단지 그 창작의 결과물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려는 태도를 견지한다.
그러나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우리의 질문은 그의 작업이, 그의 창작 결과물이 자연 앞에서 늘 미끄러지지 않는가? 라고 반문하는데 존재한다. 그의 작업이 결코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고 생생한 시각적 결과물로 작가 곁에 남기 때문이다. 화이트 큐브에서의 전시가 설정되고 있는 회화 작품에 관한 한, 이러한 이미지의 양상은 매우 극명하게 드러난다. 자연물의 이미지를 관통하는 유사색을 찾아내고 그 유사색에 자연의 이미지를 설정한 작가는 다시 그것에 도달하려고 하는 부단한 색 조율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 행위 자체가 겹겹이 쌓여있는 시각적 결과물의 이미지가 자연의 근원적 질서로 회귀되기에는 너무나 생생해 보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창작 결과물은 자연 앞에서 미끄러지거나 그 앞에서 모양새를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역설적이지만 필자로서는 이 창작 결과물의 미끄러짐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그의 작업의 본질적 의미가 찾아지지 않나 싶다. 결과물에 대한 관심보다는 과정 자체에 보다 큰 의미를 두는 작가를 이해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관건이 되는 것이다. 전원길은 자연의 흔적을 더듬고 그 원형의 질서, 내재적 질서를 따라가는 행위의 과정 자체를 색과 이미지가 침투하는 그의 회화 안에서 전개해 내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레드, 블루, 옐로우, 화이트 4원색만을 가지고 그가 설정하는 자연물의 다양한 색을 혼합, 구축하고 이처럼 설정된 하나의 혼합색에 다시 도달하려고 하는 4원색으로부터 출발하는 형상 만들기라고 하는 매우 독특하고 이지적인 창작 방법론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summer leaves 1’의 작품을 보면 그가 취한 실제의 나뭇잎 색에 근접하기 위해 화면위에 색조율 과정을 통해 계속된 붓질로 균일하게 단일색을 만들어내고 이 색에 다시 근접하기 위해 빨강, 파랑, 노랑색으로부터 출발한 각자의 나뭇잎들이 초록의 나뭇잎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자연의 원형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태도를 회화의 어법으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또는 ‘grapes’라는 작업에서 작가는 먼저 분홍빛으로 보이는 포도의 새순에 근접하는 색을 화면위에 균일하게 올린다. 그 다음 실제의 포도잎을 화면위에 부착시켜 그 위에 실제 포도잎에 근접하는 색으로 일일이 붓질을 통해서 코팅시켜내고 다시 포도줄기를 통해서 다른 포도잎의 이미지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배경의 색과 같아지려는 흔적들을 가시화 시켜 보여준다. 이러한 자연물의 색과 같아지려는 화면 만들기가 극대화 되어 있는 ‘컵의 위치’라는 작업은 그것이 컵이라는 사물의 색 만들기로 전치되고 있지만 자연의 원형, 그 흔적을 따라가려는 데 집중되어 있는  작가의 대상에 대한 이해의 태도를 찾아볼 수 있다. 실제의 참외를 화면위에 올려놓고 같은 색의 물감으로 계속 칠하여 캐스팅한 후 참외를 빼어내고 그 참외의 공간을 주저앉혀 보여주는 작업은 그의 표현대로 ‘이미지物로서의 회화’의 자격을 부여받으며 자연이미지의 물성을 강조해 보여주고 있다. 분석 대상의 자연을 끌어안고 차라리 그 자연의 질서를 흉내 내며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생성과 소멸의 내재적 질서를 따라가고자 하는 전원길의 ‘자라나는 그림’은 전통적이면서도 매우 이지적인 회화 어법을 통해 시간의 흐름, 창작자의 노동행위를 기록하면서 오늘도 여전히 ‘마음없이 움직이는 자연처럼 일하고’ 밭 매는 농부의 마음을 담아내고자 한다.(2004. 11.15)
    
      수원미술전시관 NEWS LETTER Vol.05   2004. 겨울호

(사진 :  ‘summer leaves 1’  전원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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