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전원길 칼럼입니다.
조회 수 : 3101
2007.06.05 (13: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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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15- '작업실운동'을 위하여 (2003.10.10)

전원길

2004/2/20 (23:12)

‘작업실 운동’을 위하여

나는 지역 미술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예술가들을 위한 작업실이 무료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와 관련하여 여러 편의 글을 수원 미협 홈페이지 및 경기 문화재단 홈페이지에 올려왔다. 내가 이런 글을 올리게 된 것은 런던의 작업실 빌딩에 머물면서 그곳의 작가들과 함께 생활했던 경험이 있었고, 학교를 마칠 무렵 영국의 아트 카운슬(Art Council)에 소속된 직원이 학교를 찾아와 자신들의 작업실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입주 신청을 받는다든지(신청 후 1년 6개월 정도 기다리면 거주하며 작업 할 수 있는 작업실을 저렴한 임대료를 내면서 평생 사용할 수 있다.) 델피나 스튜디오(Delphina Studio)와 같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많은 레지던시 프로그램(Residence Program)들과 관련된 정보를 접하고 생각되는 바가 많았기 때문이다.
귀국 후 마땅한 작업실을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 하다가 조각하는 선배의 배려로 화성시 수기리에 있는 그의 작업실 한 켠에서 일 년간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2001년 서울 한전프라자 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을 위한 중요한 작업의 실마리를 풀었고, 그 이후 나름대로 발전적인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작가에게 있어서 작업실과 그 작업실을 매개로 다른 작가들과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독립된 작업실은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통로이며 상상력이 숨쉬는 공간으로서, 인습과 편견으로 가려진 세상 너머를 넘나들며 세상 이면의 비밀을 드러내는데 필요한 도구들이 언제라도 사용될 수 있도록 기다리고 있으며 어제까지의 작업의 흔적이 생생한 장소여서 작업의 리듬이 단절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는 장소이다. 그곳은 작가의 정신의 작용과 작업 과정이 때로 충돌해 해결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 찾아온 신비한 힘에 의해 완벽한 조화의 세계를 이루어내는 성스러운 장소인 것을 나뿐 아니라 많은 작가들이 경험하고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즉 작업실은 작가로서 살아가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생명 공간인 것이다.
그러나 대학 혹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학교의 실기실을 떠난 후에는 계속해서 자신을 검증하고 새로운 사상을 배울 수 있는 장소가 없으며, 작가가 창의성을 발휘함으로써 얻게 되는 최소한의 존재가치를 확인해 줄 공간 즉, 작업실을 마련하는 일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 된다. 그러나 예술작품이 보편적으로 유통되지 않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예술가들 스스로 작업실 공간을 마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부모님의 도움을 전폭적으로 받는 작가라면 별 문제다. 사실 요즈음 소위 잘나가는 작가들 중에는 경제적으로 넉넉한 집안을 배경으로 가지고 있는 유학파가 많다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국가는 “문화예술이 곧 국가 경쟁력”임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일을 수행할 작가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예술가들은 다가올 미래를 예견하고 제일 먼저 감각적으로 반응하는 레이더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그들을 통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넓어지고 깊어진다. 또한 사회의 통념을 벗어난 자유로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알려지지 않은 세계를 넘나들며 우리의 굳어진 감성을 자극해 풍요로운 정서 속에 살아가게 한다. 이것이 바로 예술가들을 자기만족에 빠진 사회 부적응자 혹은 고상한 한량들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며 오히려 그들의 삶을 격려하고 그들의 창의적 상상력이 온전하게 발휘되도록 돕는 공간을 제공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예술가를 정당하게 대우하지 않는 사회에서 창작 활동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고독하고 혼자 가기 힘든 길이다. 같은 길을 가는 동료들이 각기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되새겨주고 그 가치를 나누는 분위기속에서 세계 속에 우뚝 선 작가가 배출될 것이다.
세계 미술의 중심지인 지금의 뉴욕을 만든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익히 아는 뉴욕파(New York School)의 멤버들, 호프만, 고르키, 드쿠닝, 폴록, 로드코 등이 서로 작업실을 방문하고, 주말이면 만나서 작업에 대한 고민과 토론을 주고받는 분위기가 있었기에 유럽풍의 미술에서 벗어나 미국의 독자적인 미술을 출발시킬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물론 이들의 주변에는 구겐하임 같은 헌신적인 컬렉터와 그들을 이론적으로 격려한 그레멘트 그린버그 같은 평론가가 있었으며, 대공황으로 어려운 시기에 ‘예술가 고용정책’(The Works Progress Administration) 과 같은 방안을 마련해 시행한 루즈벨트 대통령과 같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가들이 만나서 서로를 확인하는 것은 출신학교를 따지는 일이 아니며, 얼마만한 활동 경력을 가졌는가도 아니고, 더욱이 무슨 아르바이트를 해서 어떻게 경제적으로 윤택한지 아닌지도 아니다. 다만 작업실에서 만들어내는 작품을 통해 그가 무슨 생각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으며 그것이 과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유와 작업의 과정을 통해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남의 것을 카피하고 있으면서도 자기 것인 줄 알고 있는지 서로 검증해 주는 과정을 통해 예술가로서의 삶이 정직하게 영위되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즉 작업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해 주는 진정한 동료 그룹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한 사람의 전문 작가는 천만금보다도 소중하다.
진정으로 작업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작업실을 제공해 주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또 작가의 길을 가기 원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작업실이 제공되기 위해서는 그것을 필요로 하는 당사자들, 그리고 그 가치를 아는 작가들이 이 운동에 함께 협력해야 한다. 자신의 절실한 상황을 표명하고 도움을 청해야 한다. 그래야 자치단체가 소유하고 있는 토지나 건물 중에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던 것으로 작업실 타운을 조성하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겠는가? 혹은 빌딩 한 층을 작업실로 개방하고 매년 작가들의 작업 결과를 전시회로 여는 뜻있는 건축주나 사업가가 나올 수 있도록 유연하고 실용적인 제도도 개발해 내지 않겠는가?
나는 최근에 프랑스의 한 작가로부터 자신의 작업실이 있는 건물이 과거에는 맥주공장이었는데 그 공장을 운영하던 사람이 자신의 공장을 예술가들을 위한 작업실로 개조하였으며, 이제 그 장소는 프랑스 미술계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명소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아이디어는 자치단체의 문화정책들이 행사위주의 단순함에서 벗어나 근본적이고 실제적인 정책을 실행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러한 작업실이 한 개 두 개씩 늘어간다면 유능한 작가들이 서울의 비싼 작업실을 비우고 이곳으로 모여들 것이다. 수원 일원의 대학 교수들도 방과 후 이곳의 작업실에 남고, 이곳 미술대학을 졸업한 예비 작가들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졸업한 학교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며 지역 문화 예술계를 살찌우는 작가로 성장할 것이 아닌가?
우리가 누리는 모든 문화적 현상들은 본래 작가들의 작업실에서 태어났으며 다양한 형태로 우리들 삶의 곳곳에 배어있다. 작가들의 작업실이 빈곤한 나라는 결국 다른 나라 작업실에 힘입어 살아가는 문화 예속국이 되고 마는 것이다. 글을 마치며 나의 의견에 공감하는 작가들과 자치단체, 문화예술 관련단체의 행정가, 그리고 지역의 유지 및 미술 애호가들의 적극적인 상호 협력으로 미술문화 활성화를 위한 ‘작업실 운동’의 새로운 시도가 이어져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역사회가 미래의 문화 중심도시로 발전하게 되길 바란다. (20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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