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전원길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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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5 (13: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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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를 마치고

전원길

2004/11/3 (0:19)

2004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를 마치고
-야투野投의 새로운 발전을 기대하며-
전 원 길 (작가/2004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조직위원)

I
자연과의 접촉이 가져다주는 예술적 영감靈感을 진정 사랑했던 공주 금강 백사장의 청년들이 20여년의 작업의 여정 끝에 2004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를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하여 그 모든 일정을 마쳤다. 예산의 확보에서 행사 장소의 결정 그리고 모든 작가들의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과 마무리까지가 모두 난관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겪었던 모든 어려움은 차후 진행될 비엔날레의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경험으로 남게 되었으니 그것이 야투의 크나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 행사를 마치며 80년대 나의 소중한 작업들의 산실産室이었던 야투의 발전을 기대하는 작가로서 야투에 관한 평소의 나의 바램을 밝히고자한다. 이것은 현재의 야투회원들이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나에게 보여준 변함없는 우정이 아니었다면 생각지 못할 일이였을 것이다.

II
자연에서의 새로운 표현 방법론은 80년대 청년 야투 멤버들의 사계절 연구 활동을 통해서 발전되었으며, 90년대 현 회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루어진 국제전을 통하여 그 외연적 활동영역을 확대하였고 2000년대 초부터 진행한 야투의 비엔날레 프로젝트를 금년에 실현하였다. 이제 야투의 자연미술국제전은 국고지원사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고 자그마한 지역에서 출발한 소박한 미술운동이 마침내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이다.
야투그룹의 초기 형성과정은 미술계에서의 가시적 성공을 담보로 하지 않은 순수한 정신적 결합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그러면서도 당시 야투그룹은 강한 결속을 강요하는 대신 자유롭게 참여하고 연구하는 열린 구조를 취하고 있었다. 아직은 어린 대학생이었던 대다수 회원들은 자연 속에서  발휘되는 인간의 본래적 감흥을 바탕으로 표현했다. 살아있는 자연이 예술작품이 되고 예술작품이 자연 속에 신비롭게 머무는 새로운 방식의 작업에 대하여 스스로 놀라면서도 알 수 없는 통로를 찾아 한 발 한 발을 전진했던 순간들을 나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사계절연구회에 참가한 회원들은 말없이 행해지는 작업들을 통하여 서로의 마음의 눈을 열어주었으며 평상시에는 그냥 지나치던 자연의 다양한 측면들을 보게 하였다. 또한 이전에는 무심히 행하던 삶의 방식들을 자연 속에서 작업의 중요한 개념이 되도록하는 방식을 서로에게 전수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창립자로서의 역할을 했던 임동식이 독일로 유학을 떠나서도 그를 지도하고 있던 뵈뮬러교수와 학생들의 반응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고국의 후배들을 격려하고는 있었으나 학습된 작가로서 조력을 해줄만한 선배작가들이 현장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 당시 회원들은 단지 자연과의 맞대결을 통하여 자신들의 작업을 진행했었다. 사계절 연구회는 지속적으로 이어졌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연구 작품집들을 만들어냈다. 이 모든 열정은 오로지 자연이 가져다주는 영감을 통하여 다시 자연을 드러내는 방식의 상호작용을 경험하는 가운데서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회원들은 현대미술의 형식적 변화 과정에서 다루어진 미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작업하기보다는 자연의 인도를 받아 자연이 내보이는 순리적 질서와 자연 그 보이는 대로의 양태를 보고자 하였다. 이것이 야투20여년의 역사를 끌어온 원동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야투가 그 당시 어설픈 사변의 늪에서 공허해지는 뇌腦운동의 산물을 만들기 보다는 자연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하여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인간 본래의 직관적 감흥을 중시하려는 태도를 가졌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고 이러한 기본정신은 앞으로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III
그러나 이제 야투는 이제 자기 분석에 필요한 미술이론과 이와 관련된 사상적 흐름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풀어낸 작품의 수가 적지 않고 그러한 작업의 주체였던 회원들의 나이 또한 적지 않다. 말하자면 이제까지의 작업을 분류하고 비교하는 작업을 통하여 개별적 특성을 강화해야하는 시기이며 대 사회적인 요구에 부응 할 수 있는 역할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야투 작업의 대부분이 시각적 완성도를 높여가는 방식보다는 자연과의 대면에 있어서 직관적 아이디어에 무게를 두면서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야투의 방법론은 인간 의 정신과 자연의 어떠함이 합일하는 순간에 발휘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고양된 인간정신의 충일함이 없이는 피상적 제스츄어에 그치게 된다. 자연과 문명에 대한 이론과 사상이 다양하게 표출되는 이 시대의 새로운 시대정신과 조응하고 반응함으로서 자신의 정신적 지평을 넓히는 일 또한 작품제작과 더불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모름지기 생명력 있는 미술운동은 자기 진화를 거듭할 수 있을 때 힘 있게 발전 할 수 있다. 작업을 수행하는 작가들은 언제나 자신을 일신해나가는 가운데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언제나 열려져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상태에서만 작가의 정신세계는 깊어지고 작업으로 드러나는 외적결과와 그것을 뿜어내는 내적요인이 연결되어 삶과 예술이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창기의 의미 있는 작업태도가 20여년이 넘은 이시기에 까지도 유효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야투자체가 쌓아온 작품 활동의 역사, 그리고 사회적 성장을 해온 작가들의 경력과 위치가 그것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자체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내외적 요구를 무시한다면 그것은 미술 운동으로서의 힘을 상실하고 단지 전시 기획팀으로 그룹의 성격을 한정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제 야투는 국내 자연미술운동을 이끄는 리딩그룹(leading group) 일 뿐 아니라 자연미술계에 있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고 그 역할이 기대되는 시점에 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즉 역사 속에서의 일정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지점에 서있다는 말이다. 자연미술 운동을 23년간 진행해온 주체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확인해야 함은 물론이고 이러한 미술운동에 계속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자연과 인간과 예술에 대한 풍부한 사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만일 이러한 공공의 책임을 담당 할 필요가 없다면 야투가 그룹으로서 미술운동을 지속할 이유가 모호해진다. 왜 모여서 활동하는가? 작가로서 개별적인 행보를 한다고 해서 아무도 말릴 사람은 없다. 이제 더 이상 청년이 아닌 미술계의 중진적 역할을 담당해야하는 연배에 회원 모두가 들어섰으므로 더 이상 낭만적 열정이나 의리가 목적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IV
나는 지금이 야투의 자연미술운동을 재점검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간의 그룹과 개인의 성과들을 분석함으로서 그 내용의 폭과 깊이의 정도를 가늠하고 정리함으로서 자신들이 일구어온 일들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준비를 해 나가야한다. 한편으로는 다른 지역,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같은 정신을 가진 작가들이나 그룹과의 연계를 통해 확장된 네트워킹을 만드는 일도 병행해야한다. 아울러 자연미술연구에 연계될 수 있는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과의 만나는 프로그램이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자신을 가다듬으면서도 외연의 성과에 부응하는 위치에서 미술계와 이사회에 의미 있는 발언을 해야 하는, 안과 밖을 동시에 챙기며 전진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말이다.
나는 이렇듯 야투가 직면한 현재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러한 기회를 발전적으로 살려내기 위한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모든 회원들과 관심을 가진 이들이 함께 모여 토론하는 가운데 발전적인 아이디어들을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첫째는 그동안 야투의 중요한 활동 중의 하나였던 사계절 연구회의 현재 분위기를 일신하여 보다 실제적인 연구의 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상시 자신이 일하고 거주하는 장소를 중심으로 개별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연구회 기간에는 자신의 작업을 공개하고 회원 및 초대된 전문가와 더불어 토론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또한 필요한 분야의 강의를 청해듣는 재충전의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함으로서 자연에 반응하는 우리의 지성과 감성이 더욱 탄력적인 상태를 유지하게 될 것이고 작업의 폭은 확장 될 수 있다. 물론 초대된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프로그램을 통해 공적 사적인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향후 야투가 진행할 다양한 사업의 지원그룹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전략적 효과 또한 중요하다.
둘째는 자연미술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하는 일이다. 명실공히 자연미술의 본산으로서 학술적 연구가치가 있는 자료를 제공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연미술관련 정보를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세계의 중요한 작가들과 기획자 및 미술이론가들을 불러들이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생각해야한다.
셋째는 그동안 관계를 맺어온 자연미술가 및 단체들과의 국제적인 네트워킹을 활용하면서 자연미술운동의 주도적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해외의 자연미술운동의 현장을 방문하여 그들의 움직임을 직접 살펴보고 그들의 연구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확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넷째는 지금 야투가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젊은 작가들이 작업하는 살아있는 작업공간과 대안적 미술연구장소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국제적인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발전된다면 더욱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서 자연미술운동에 합류하는 젊은 작가를 맞이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차세대 자연미술 작가 없이 야투는 자동 소멸된다.
마지막으로는 자연미술이 지금의 현대미술(contemporary art)과 불가분의 관계선상에서 이해되는 만큼 다양한 매체와 방법론으로 작업하는 현대미술작가들과 열려진 관계 속에서 교류하는 가운데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해나가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확장된 태도를 바탕으로 야투만의 자연관과 작업방법론을 강화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시도를 통하여 야투는 창립 당시의 정신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시대적 임무(?)을 실현 할 수 있으며 제시한 방안들을 추진하는 과정을 통하여 차기 비엔날레는 그 내용의 무게를 더할 것이다.

V
이 글을 통하여 비엔날레의 결산적 발언보다는 앞으로 해야 할 미래지향적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비엔날레를 통해 드러난 운영상의 문제점 보다 차후 야투가 나가야할 발전적 모색이 더욱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아이디어의 일부는 이응우 회원이 금번 비엔날레 카탈로그에서 “우리는 그간의 과정을 토대로 자연미술의 미학적 연구와 이론적 체계 확립은 물론 자연미술운동의 국제적 네트워크 참여확대와 자연미술의 발전을 위한 항구적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언급한바있다. 또한 다른 사항에 관해서도 이미 회원들간에 논의가 되고 있거나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을 통하여 회원들간에 보다 분명한 비전을 재정립 할 수 있다면 차기 비엔날레를 진행하는 방식도 합리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훨씬 많은 대화를 통해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내고 함께 보람을 느끼는 방식으로 모든 일들을 진행 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한다.
야투는 한국 미술계의 대안적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공공적 책임을 느껴야 한다. 또한 이제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그 실행방안들을 하나씩 검토해 나가는 치밀함이 요구되는 시점에 있다. 이제 모두 숨을 고르면서 지내온 날들을 돌아보고 처음의 그 순수한 열정을 되살려 내야 할 것이며 마침내 도달해야 할 작가로서의 미래의 위치를 넘겨다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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