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전원길 칼럼입니다.
조회 수 : 5819
2007.07.06 (00: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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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림 씀

4월 8일

워홀 전시회를 다녀왔다. 일단 그림들은 일단 이미 봐왔던 거였다. 하지만 그곳에 비디오 작품이 하나 있었는데, 나에게 참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 비디오는 여러 사람들의 얼굴들(자신의 스튜디오를 방문한 다양한 일반인, 영화배우 등등..)을 2분 45분 동안 촬영하여 4분으로 늘려 상영하는 작품이었는데, 가만히 카메라를 응시하는 사람도 있는가하면, 다른 사람보다 더 눈을 더 깜빡이는 사람도 있고, 자신감에 찬 얼굴로 자신의 심장을 꺼내거나, 방이 좁아지는 듯한 마임연기를 한 여성도 있었다. 담배를 피우며 평소 모습처럼 이야기하는 배우, 옆모습만을 찍으며 계속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여배우 등.. 하지만 나에게 가장 재미있던 건 카메라를 무표정하게, 솔직하게 응시한 사람들 이었다! 하얀 조명아래 두 눈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라는 워홀의 주문을 받은 사람들은, 사실 그 어떤 것도 숨길 수 없었다. 그들은 알았을까? 자신은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4분 동안 아무런 의식적인 방해도 없이 바라보게 될 것을. 그들은 아마 처음엔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지어야하는가에 대해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평소에 어떤 표정을 지어왔는가 생각했을 것이고, 어떻게 화면에 보이고 싶은가 생각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선 지루하고 어떤 면에선 흥미롭고, 어떤 면에선 종교의식 같은 그 작업을 하며, 그들은 자신에 대해서 생각했을 것이다. 자신의 코가 맘에 안 든다거나, 아니면 어느 곳이 가렵다거나, 눈의 어색함을 느낀다거나, 오늘 아침에 먹은 빵이 다 떨어져 간다거나, 자신의 혀에 남아있는 음식의 뒷맛을 느끼거나, 작업실안의 페인트 냄새, 눈동자의 미세한 움직임도 자신에게 신경 쓰였을 것이다. 어제 본 티비방송이나, 갑자기 생각난 언어 유희적 발상을 머릿속에서 굴리고 있었을지도. 아니면 더 깊은 생각을 했을까? 자신의 주변사람들, 자신이 지금 이 고요한 조명아래 숨죽여 이 카메라를 보기 전까지의 인생을 더듬어 봤을지도…….

1. 소통

나는 그 사진도 동영상도 아닌 얼굴들을 보며, 일종의 짜릿함을 느꼈다. 보지 말아야할 것을 봐버린 듯 한 느낌, 눈을 피해야할 것 같은 느낌, 훔쳐보고 있다는 느낌... 우리들은 보통의 경우 타인의 얼굴을 5초 이상 정면으로 응시하지 않는다. 자신이 아무리 잘 아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두 눈을 정면으로 마주쳐 오랫동안 바라본 적은 얼마나 되는가? 길거리에 지나치는 사람들은 물론, 친구, 주위사람들, 심지어 가족까지도 말이다. 보통 남을 그렇게 바라본다면 그것은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일종의 도전으로 받아들이거나, 혹은 곧 어색한 시선을 서로 피할 것이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그것은 연인들이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본다. 그리고 달콤한 말들을 정신없이 속삭인다. 그들은 (적어도 자신들의 생각으론) 서로를 완벽히 이해한다. 나에게 그 얼굴들은 그렇게 다가왔다. 완벽한 소통으로! 내가 바라던 '소리 없고 침착한, 거의 무심한 상태의 서로의 완벽한 이해'에 대한 일종의 정답이며 힌트였다.
어디선가 읽은 바에 의하면, 개미들은 서로의 안테나를 맞대어 서로의 메시지를 완벽하게 전한다고 한다. 난 그 개미들처럼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이 남자건 여자건 상관은 없었다. 소통의 한계에 대한 생각, 즉 자신에 갇혀 절대 자신 외의 그 어떤 것도 본질을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또, 경험의 보편은 있을지라도 의미의 보편은 인간의 각자의 역사에 의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외로움과 소외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외로움이 소통을 갈구하고, 그것을 무엇으로든 표현하고싶었던 나의 막연한 소망에 대해, 워홀은 시원하고도, 섬뜩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제안을 하였다.

2. 인간성.

난 그런 침묵 속에서 진정 그들의 인간 그 자체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얼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한 특정인물을 떠나, 모든 걸 상징했다. 불안을 상징하고, 히피를 상징하고, 사랑을 상징하고, 미국을 상징하고, 인류를 상징하고, 60-70년대를 상징하고, 워홀을 상징하고, 소통을 상징했다. 그의 생김새 또한 의미를 잃기 시작했다. 동영상이 이미지화되었다가, 이미지가 반복되고 의미가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그 얼굴을, 그 눈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친구 같은 가까움으로, 경이로운 상징으로. 말도 표정도 없는, 개인성이 절제된 얼굴들에게서 어쩌면 보편적인 인간에 대한 의미밖에 남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섬찟했다. 우린 인간으로서의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우린 얼마나 겉모습에, 말에, 외면적인 것에 집중하는가? 어째서 한사람에게 4분 동안도 집중하지 못하는가. 우리는 왜 눈을 보고 이야기 하지 않는가? 워홀은 카메라로 사람을 응시하며 그 얼굴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그리고 묻는다. '무엇을 앗아갔는가?' 그것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와 전쟁, 산업화, 즉 현대사회가 앗아간 '인간성'이다.
예를 들어 그는 한 때 타이프라이터 같은 사무용품을 주제로 했다. 그는 말했다, '나는 지루한것이좋다'고. 그리고 몇 년 후 그는 엘비스와 마릴린 먼로를 주제로 작업했다. 그는 말했다, '나는 스타가 좋다'고. 저 두 개념은 어쩌면 상반된 개념이다. 하지만 그 둘은 통한다. 그것은 그 둘이 가지는 '일반화된 의미' 이다. 타자기는 종이에 글씨를 찍어내고, 엘비스는 머리에 무스를 바르고 라큰롤을 부른다. 현대인은 현대인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갔다. 그리고 워홀은 그 아름다운 시체들을 대놓고 까발린다. 현대인은 재난에게서 의미를 앗아갔고, 최후의 만찬의 신비로움을 앗아갔으며, 마릴린먼로와 스타들의 인간다움을 앗아갔고, 음식의 다양성도 앗아갔다. 그리고 인간성마저도 앗아가려한다. 이때 요즘 읽은 카뮈의 ‘페스트’를 생각하게 되는데, 그 책은 페스트라는 전염병으로 전쟁을 불러일으킨 어리석은 이데올로기들을 상징하며, 그것을 반대하며 카뮈 특유의 ‘인간미’와 휴머니즘을 지향하는 책이다. 그 책엔 이런 말이 있다. ‘모든 불행에는 추상적인 일면이 있다. 하지만 그 추상이 우리를 죽이기 시작할 때, 우리는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한다.’

워홀은 보통 은둔자니, 신비주의니, 거짓말쟁이로 불리지만, 그는 마일스 데이비스처럼, 작품을 통해 소통하고 싶었을 뿐 일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발견한 단순하면서도 속 깊은 아이러니를 감각적이게 포장하여 대중에게 전달했다. 그는 스타를 사랑했지만, 스타의 아이러니를 더 사랑한듯하다. 스타의 비인간성, 스타의 이중성, 스타의 상품성.. 그는 분명 자신의 작업에 심취했다. 그랬기에 자신도 스타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도 아이러니를 남겼다. 그도 역시 비밀스러웠고, 그도 역시 자신을 상품화했다. 하지만 난 그 비디오를 통해 감히 짐작해본다. 그의 크고 대담한 자화상을 통해 그도 비디오 속 사람들처럼, 또 그 비디오를 보고 있는 사람들처럼 자신의 본연의 인간성으로서 다른 인간들과 소통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아니라면 적어도 난 그렇게 하고 싶다. 죽은 지 20년이 지난사람인데, 전시회엔 온통 젊고 패셔너블한, 시대의 젊은 피들이었다. 축하합니다 앤디. 당신은 여전히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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