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 5290
2007.06.05 (17: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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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준비해온 저의 졸저, "나와 너의 세계, 美術"이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글을 읽다'의 의  김예옥 대표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책 표지 그림으로 <바람>을 허락해주신 이승택 선생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책을 내면서


지난 1세기 동안 우리 사회는 외세에 의해 문화적 기틀이 무너지고 개발지상주의 일변도로 급속하게 변하면서 가치의식의 혼미 상태가 지속되어 왔다.
그 결과 최근에는 물질적 부(富)만을 좇는 현상, 또는 자본주의 전략에 의해 포장된 소비성 향락풍조가 만연하고 있어서 우리 사회는 삶의 질을 높이는 다원적이고 생산적인 가치 창출이 미약한 상태이다.
이러한 잘못된 문화풍토 속에서 나는 미술(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더 절실하게 느껴왔다. 예술은 진정한 삶을 지향하는 정신적 도전과 모험으로써 삶을 확장하고 심화해 온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의 미술 수업을 정리하게 되었고, 지난 수년 간 쓴 글을 더 보탠 것이 이 책이다.  

첫 장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지각 및 인식 차이에 따른 동 서양의 전통적 미의식과 현대 미의식에 대한 고찰이다. 그리스 이래 서구 특유의 전통적 미의식이 ‘시간 밖’의 초월성을 지향해왔다면, 동양에서는 ‘시간 안에서의 ‘유동적인 정감’의 미를 추구하는 특성이 두드러짐을 시공간에 대한 의식을 중심으로 탐색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 절대공간 절대시간 개념이 무너지는 패러다임의 전환과 함께 그리스 이래 근대까지 고수해온 서구의 예술적 가치도 가변적인 양상을 띤다. 이어 서양의 전통적 미의식과 노자와 공자로 소급되는 동양의 전통적 미의식의 차이를 고찰했다.  

‘시지각적 체험과 미술 ’이란 장에서는 사회생물학적 관점에서 몸의 감수성과 시지각적 체험을 다루었다.
‘미술감상과 미적 가치'란 장에서는 현대미술이 절대적 치로 우상화된 ‘미술’에서 정서적 위안을 얻고자 하는 대상이 아니라 미술과 담론의 경계와 사이에서 존재하는 능동적 가치임을 드러내고자 했다.    

‘고대 미술 다시보기’장은 미술이란 영역이 왜 형성되었는가에 초점을 준 것이다.  
  
네번째 장은 ‘근 현대미술 들여다 보기로 근대미술과 현대미술을 다루었다. 현대미술은 근대의 ‘주체’적 세계관으로부터 출현한 근대 미술과는 전혀 차원을 달리하는 미술이다. 다시 말해서 현대미술은 근대적인 인식주체로서의 자아의 위기와 명증될 수 없는 삶이 전제되어 있다. 또한 개별자의 고유성을 교환가치로 전락시켜버린 도구적 합리주의가 초래한 파국적 현실, 상업자본주의의 폐해 등도 현대미술의 배경이 된다.
그러므로 현대 미술이란 근대적 인간관에 근거한 미적 주체의 심미적 표현이 아니라 그러한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의도된 굴절’이며 ‘소통의 굿거리’를 지향한다. 그래서 현대 미술가들은 전통적 표현방식을 거부하며 부단히 ‘급진화’한다.
따라서 현대 예술은 기존의 질서와 가치를 비틀고 재구성함으로써 틀 지워진 미적 가치의 향수가 아닌 관객(혹은 비평가)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상호 만남과 작용 속에서 형성된다. ‘관객이 곧 작가’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대미술의 특성을 선구적으로 구현한 서구의 현대미술작가인 마르셀 뒤샹과 요셉 보이스 등을 이 장에서 다루었다.

‘한국현대미술의 비평적 담론’이란 장에서는 먼저 비평에 대한 성찰과 한국 현대미술의 단면을 현시대 미술사적 시각과 다른 관점에서 기술하였으며, 이어 현대미술의 특성을 이해하는 단서로서 첨예하면서도 흥미로운 작업을 해온 몇몇 현대작가(이승택, 김성배, 오상길, 전원길, 최선, 이태한) 들을 다루었다.  

마지막으로 ‘전통 예술 다시 보기’ 는 ‘서양 인종의 이데올로기’, 혹은 현시대 우리 미술계를 지배하고 있는 서구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적 대응의 장이다. 그래서 먼저 동양의 전통화론과 수묵화의 사상적 배경을 다루었다. 이 장에서는 먼저 진경산수화에 대해 그 이념적 시대적 배경을 서술하였으며, 이어 겸재 정선의 예술세계를 당대의 의미망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과 감수성으로 다시 해석하고자 했다. 이어 조상 묘에서 출토된 조선시대 도자기에 대한 부분도 이런 의도를 담고 있다.
이어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초상화가인 이명기에 대한 소고는 해 주로 문중에 전해지고 있는 글과 그림을 통해 이명기의 행적과 화풍을 다루었다. 마지막으로 『완당평전』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통해 ‘세상에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아는 사람도 없는’ 추사 김정희의 예술세계를 재해석하고자 했다.

엄밀한 의미에서 미술에 대한 그 어떤 언어적 접근과 해석도 언어의 기호학적 특성상 간접화된다. 그럼에도 언어에 의한 비평적 담론에 의해서만이 또한 언어를 넘어선 미술의 가치를 규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부단히 예술적 가치를 성찰하고 드러내는 것이 담론의 진정한 역할이므로 이러한 의미에서 ‘언어화된 미술’, 즉 미술에 대한 담론을 지적 사고에 동화시키는 것으로 여긴다면 어처구니없는 오독이다.  

끝으로 책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 항상 진지한 눈빛으로 수업에 임해준 진성고 학생들, 작가로 다루는 것을 허락해주었을 뿐 만 아니라 작품 슬라이드를 제공해주신 작가들과, 수 십년의 인연으로 미술의 참된 가치를 일깨워준 오상길 선배님,  마르셀 뒤샹에 대해 조언을 해주신 김찬동 선배님, 인류문화사적 시각과 문체를 지적해주신 조규현 선생님, 아울러 제자 황은향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원고를 보고 선뜻 발간을 결정해준 '글을 읽다'의 편집진께 깊이 감사드린다.  
                        
                                 2007년 3월
                                      광명에서
          
책을 마치며

내가 말한 모든 법
그거 다 군더더기
누가 오늘 일을 묻는가
달이 일천 강에 비치리.

평생 ‘무無’자를 화두로 삼아 ‘삼학(三學: 戒․定․慧)’을 실천하는 삶을 살았던 효봉曉峰, 1888-1966 스님의 열반송이다.
비록 삶의 방식은 다르지만 나는 ‘무’자 화두가 현대 미술가들의 철학적인 물음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술은 구도적 실천 행위가 아니며, 철학도 아니다. 현대미술의 특성은 잘못된 통념으로 인한 ‘허상’과 ‘미망’이 지배하는 현실에 대한 대응에 있다.
그러므로 현대 미술가들은 참된 감성Genuine feeing을 본바탕으로 삼으며 진정한 정신적 가치를 지향하기 위해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모험과 유희를 마디하지 않는다. 문명 차원의 거시적 콘텍스트 속에서, ‘몸’이 알파와 오메가인 인간의 삶 속에서. 새로운 감수성과 새로운 가치를 찾아.

이 책이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도중에 출판사를 옮기기도 하고 여러 차례 원고를 수정하였고,  어떤 원고는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되었다.

‘항구에 도착한 줄 알았더니 어느 새 다시 바다 한 가운데 있더라’는 말이 있다. 미술이란 화두는 결국 사유되는 것에 한정될 수 없는 인간의 본성과 삶에 대한 탐색이다. 삶과 예술은 시시각각 세상 속 숱한 인연으로 형성된다. 새잎으로 출렁이는 저 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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