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전원길 칼럼입니다.
조회 수 : 5409
2007.06.05 (13: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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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기실을 통해 본 영국미술대학/아트한남 2005.6 게재

전원길

2005/7/22 (23:14)

실기실을 통해 본 영국미술대학

전 원 길/작가, 대안미술공간 소나무 관장

                                        I

영국 미술대학의 교육과정과 시설은 우리나라 미술대학의 그것과는 다른 점이 많다. 필자는 런던예술대학교(University of the Arts. LONDON)에 속해있는 첼시미술대학(Chelsea College of Art & Design)의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보다 분명한 작업 방향을 설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이 기간 동안,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영국의 미술교육 환경 및 그 교수방법에 대하여 살펴볼 기회를 가진 것 또한 값진 경험이라 할 수 있다.
내가 공부한 첼시미술대학은 100여년의 전통을 가진 학교이고 영국의 현대미술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미술대학 중의 하나이므로 첼시의 교육내용을 살펴보는 것은 영국 교육시스템의 중요한 일단을 보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통해서는 실기수업을 위한 시설환경을 중심으로 살펴 볼 것이다. 다른 기회가 있다면 영국미술교육의 그 내용적 측면을 소개 하고 싶다.

                                      II

학교에 입학한 후 있은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학교 시설 전반을 둘러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데 한국의 대부분의 미술대학들과 다른 점들을 많이 보게 되었으며 수업과정을 통해 이러한 시설들이 어떻게 유용하게 사용되는지 알게 되었다. 간단하게나마 영국 미술대학의 실기실 및 연계된 중요 시설들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1) 실기실(Studio)

영국미술대학의 실기실은 첼시를 입학하기 전 왕립미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의 실기실을 방문하면서 분위기를 파악 할 수 있었다. 수십 개의 실기실이 마치 미로처럼 배치되어 있었는데 학생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의 공간을 활용하고 있었다. 드로잉으로 온통 채워진 벽면, 단지 작은 책상 하나 이외엔 아무것도 없는 공간,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찬 실기실, 주렁주렁 작품(?)을 매달아 놓은 학생 등 어느 공간 하나 비슷한 곳이 없었다.
요즈음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모두가 같은 크기의 파렛트에 찔끔찔끔 짜놓는 물감 배열 스타일 그리고 사용하는 붓의 종류도 거지반 비슷하고 모두 다 규격화된 캔버스를 사용하는 우리의 실기실과는 아주 달랐다.
영국의 대학들은 기초 과정(Foundation Course) 때부터 공동 실기실 보다는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고 작업한다. 이것은 공통 소재를 놓고 수업하는 한국의 기초과정 수업과는 달리 개별 프로젝트(Project)가 튜터리얼(Tutorial)이라고 불리우는 개인 면담 중심의 수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 미술대학의 졸업전은 보통 자신이 작업하던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그동안 지저분하게 사용하던 벽도 깨끗하게 칠하고 보조 벽이 필요하면 전시를 위해 벽도 만든다. 필요에 따라 좁은 공간들을 터서 큰 공간을 만들고 서로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작품을 디스플레이 한다. 이렇게 꾸며진 각각의 스튜디오를 돌아다니다 보면 너무나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다른 방식으로 작업하는 학생들이 한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비록 학생들의 졸업전이지만 미술계는 신진작가들의 탄생에 관심을 가지고 주목한다. 전시기간동안 평론가, 큐레이터, 컬렉터 등이 초대 되어 미술대학 졸업작품을 관람하고 때로는 신진작가를 발탁한다. 1997년 런던에서 열린 센세이션(Sensation)전을 기획한 사치 컬렉션의 챨스 사치가 어느 대학원 졸업전 작품 전체를 사들였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2) 워크샵(Workshop) 및 테크니션(Technician)
  
위에서 언급한 각기 다른 실기실 분위기는 다양한 워크샵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를테면 판화공방, 도예공방, 주물공장, 철공소, 목공소, 컴퓨터실 등이 있는데 학생들이 떠올린 아이디어를 작품화하는데 필요한 시설과 공구 등이 대부분 학교 내에서 해결된다.
나는 영국의 학교에서 완성된 캔버스를 사서 쓰는 학생을 본 적이 없다. 물론 화방에 가면 아주 좋은 캔버스들이 종류별, 사이즈별로 많이 쌓여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그런 비싼 물건을 살만한 여유도 없거니와 직접 기계와 공구를 다루어 만들어 씀으로서 자신이 원하는 크기와 모양의 작품을 만드는 것을 즐겨 한다고 할 수 있다.
입학 첫 날 담당 교수가 목재상, 철근 사는 곳, 건재상회, 화공약품 가게 등을  알려준 이유가 무엇인지 얼떨떨한 시간이 좀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아무튼 섣불리 덥석덥석 모험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나도 목공소를 들락거리며 캔버스도 만들고 액자도 만들어 사용하는 재미를 누려본 덕에 지금도 작업실에 목공작업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두고 있다.
각 공방에는 작업을 돕는 테크니션들이 상주하며 찾아오는 학생들이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3) 시청각실

영국의 대학에서 특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전임교수 이외에는 모두 방문교수진에 의해 수업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우리처럼 한 학기 내내 일주일을 단위로 반복되는 정규적인 수업을 진행하는 제도와는 다른 방식인데, 한 교수를 학기 중에 많아야 세 번 정도 만나게 되고, 일 년에 단지 한 번만 특강 형식으로 방문하는 작가들도 있다. 방문하는 작가들은 우선 자신의 작업을 소개하는 슬라이드 쇼(Slide Show)를 갖는데 이러한 슬라이드 쇼에는 때로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이 모두 참석한다. 슬라이드 쇼는 대개 시청각 시설이 완비된 시청각실에서 이루어지고 슬라이드 쇼가 끝나면 그 자리에서 학생들과 작가와의 대화(Talk)가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미리 예고된 특강 스케쥴을 확인하고 원하는 경우 개인면담(Tutorial)을 사전에 신청할 수 있으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슬라이드 쇼가 끝난 후 자신의 작업실에서 방문 작가와 1:1로 만나서 자기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방문 작가들은 현장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는 유명작가들이 많다. 학생들에게는 미술계의 중심에 서 있는 작가들을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격려가 될 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실질적인 지도를 그들로부터 받을 수 있다.

4) 미술전문도서관(Library)

학교의 시설을 소개하면서 그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도서관이었다. 실제로 학생들이 석사과정을 마치고 연구과정(Research Course)에 남으려고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도서관을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첼시미술대학의 도서관은 런던의 다른 미술대학들 중 미술 관련 자료를 많이 소장하고 있는 학교 중의 하나로, 풍부한 미술관련 도서 및 비디오 자료를 소장하고 있으며, 특기할 만한 사항은 지난 수십 년간의 중요 전시의 거의 모든 카탈로그를 수집 보관해 학생들은 사서의 도움을 받아 원하는 작가들의 전시자료를 찾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자료의 수집을 위해 촬영 담당자를 별도로 고용해 중요 미술관에서 전시되는 전시회는 물론 학생들의 졸업 작품까지도 슬라이드로 찍어 보관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오랜 역사와 더불어 쌓여진 도서관의 자료는 현대미술의 다양하고 새로운 형식을 탐색하기위해 필요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여 준다.

5. 전시 공간(Bookable Space)

첼시의 대학원에는 학생들이 필요하면 예약해서 쓸 수 있는 10평 남짓한 전시공간이 있었다. 필자도 당시하고 있던 드로잉 작업들을 전시하면 좋겠다는 담당교수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틀간의 짧은 전시회를 가졌었다. 이러한 전시가 열리면 별도의 그룹 튜터리얼(Group Tutorial)이루어지는데 담당교수들과 학생들이 모두 모여 전시 작품에 대하여 질문하고 의견을 듣는 수업이 된다.  작은 개인전 형식이지만 알차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이 공간은 전시형식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하고 있는 작업을 전시공간에 전시했을 때 어떤 느낌이 들 것인지 가늠해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공간으로서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학부 건물에도 이와 비슷한 공간이 있었는데. 학생들 뿐 만아니라 외부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하는 보다 일반적인 갤러리 성격의 전시공간을 가지고 있어서 교내에서도 다양한 전시를 관람 할 수 있다.
런던예술대학교 본부 건물에는 수준 높은 내용의 전시회를 기획하는 갤러리가 있어서 대학교가 세계 미술계의 흐름을 읽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점 또한 인상 깊었다.



                                      III

지금까지 런던의 첼시 미술대학의 실기실과 연계된 시설들과 그 사용 내용을 살펴보았다. 다양한 시설과 인력을 확보하고 보다 발전적인 미술교육을 실행하고 있는 영국의 대학들의 장점을 우리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데 응용하고 적용한다면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이 시대에 부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국의 젊은 작가(Young British Artists)들이 최근 들어 국제무대의 주역으로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는 새로운 미술형식의 탐구라는 전위적 역할을 자처하는 런던의 대학들이 학생들에게 필요한 환경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실천했던 학교 교육의 결과일 것이다.
이제 한남대학교의 미술대학은 독립대학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미래지향적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보다 활기차고 생생한 반응을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실기실 분위기를 만들어 학생 각자의 작업의 발전은 물론 한남대학교 미술대학이 새로운 발전과 혁신의 길로 나아가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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