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전원길 칼럼입니다.
조회 수 : 3024
2007.06.05 (13: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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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그림자

전원길

2005/3/9 (22:11)

연재되는 글은 새로운 시대의 창의적 미술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관한 것으로써 미술교육의 주변적인 문제부터  예비작가들 혹은 전문작가의 길로 들어선 젊은 작가들이 생각해 볼만한 내용을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본 것들이다. 즉흥적이고 거친 아이디어에 의한 글이지만 관심있는 분들의 의견이 개진된다면 보다 풍부하고 알찬 내용으로 전개되리라 생각한다.


1. 스승의 그림자

우리는 사제관계의 새로운 정립을 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동안은 오랫동안 쌓아올린 자신의 작품세계를 제자들에게 전수하는 방식이 교육방식의 주를 이루었다. 따라서 학생들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옛사람들의 말을 따라 스승에 대한 수직적 존경심을 갖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한편 교수들은 제자들을 자신의 자식과 같이 여기고 챙기고 아껴주었으며, 따르는 많은 제자를 많이 두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이러한 미술대학의 사제관계는 과거의 도제교육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옛 사람들의 사제 관계와는 다른 점이 있다. 예전에 스승을 찾아 길을 떠날 때는 그동안 자신을 가르쳤던 스승이 소개서을 써주거나 아니면 적어도 그 분야야 명성이 있는 분의 성함 정도는 알고 찾아갔다. 단지 자신의 성적에 맞추어 대학을 결정할 뿐 자신이 가고자 하는 대학에 어떤 교수가 어떤 사상을 가지고 그림을 가르치고 있는지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고 대학에 입학하는 지금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대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하여 이야기해주는 이가 없습니다. 이것은 대학의 이름이 작가로서의 성공을 가늠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름도 모르고 만난 스승과의 관계지만 이상하게도 다른 분야의 학문을 하는 사람들보다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그에 따르는 미담(美談)과 악담(惡談)을 많이 남겼다. 아마도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작가들은 예외 없이 미담과 악담의 주인공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의 미술계를 본다면 대학을 통해 맺어진 일방적인 인맥관계가 파벌화되고 미술작가로서의 성공이 소수대학을 중심으로 한 학맥과 인맥의 역학적 관계속에서 주어졌기 때문에 더더욱 비화가 많다.
여기서 그 모든 부조리를 들추어 성토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 시대에 사제관계의 새로운 정립은 왜 요구되고 있으며 그러한 관계 속에서 미술교육은 어떠한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모범 답안 같은 전형적인 삶을 추구하기보다는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차이를 존중함으로서 각각의 삶이 의미 있게 여겨지는 이 시대의 다원주의적 사상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미 영화나 드라마와 같이 파급력이 큰 매체를 통하여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삶의 태도는 이미 현대인이지만 변화하지 않는 교육 시스템 속의 미술학도들은 물론이고, 뭔가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가르칠 것을 요구받는 교수들 역시 이른바 과도기적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자신이 배워오고 경험한 방식이외에 다른 교육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교수들은 뭔가 맘대로 안되는 현실을 한탄하고 분개하거나, 교육의지를 상실한 채 시간을 때우거나, 사적인 아트비즈니스에만 몰두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생각이든다.
현대미술의 다양한 매체의 등장은 더욱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각종 디지털 영상 기계를 다루어온 학생들에 비하여 기성세대는 아무래도 기기에 대한 이해와 사용에 있어서 굼뜨고 배우는 속도도 느리다. 따라서 비디오나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작업을 하는데 전공교수는 주도적으로 수업을 이끌어 갈 수 없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배워야 될 기술들이 많은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은 미술 형식이 시각적 감상을 전제로 하기보다는 작품의 개념과 제작과정 전체가 중시되는 개념미술이 보편화 되고 있는 현대미술에 있어서 더욱 심화된다. 묘사능력과 시각적 밸런스 그리고 재료에 대한 물리적 이해가 중시되던 미술방식에서 발휘되던 선배의 노하우는 개념적 방식으로 접근하는 미술에 있어서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유럽과 미국의 중요 미술학교에서는 교수와 학생들 간의 새로운 관계정립에 관한 고민을 하고 있다. 극단적으로는 미술학교는 과연 이 시대에 필요한가? 하는 질문을 던지며 현재의 미술교육의 문제를 생각하고 있다.
세월이 변하고 새로운 방식의 사고가 요구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거룩한 스승의 그림자를 지키기 위해 변화하지 않는다면 학생과 교수는 서로를 진심으로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함께 해야 하는 모순 속에서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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