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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8 (11: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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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과 다른 현대미술의 단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는 중앙 홀에 거대한 TV탑인 <다다익선>이 설치되어 있다. 개관 직후부터 존재하는 것이라서 지금은 마치 과천 국립현대박물관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유명한 작품이다. 
그러나 다다익선을 볼 때마다 그곳에 없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란 상상을 하게 된다. 건물의 크기나 기능적 특성상 그 장소에 어울리지 않은 커다란 물체이기 때문이다.
수 년 전 광화문 광장 한 가운데 건립된 <세종대왕 동상>도 거대한 흉물이기는 마찬가지다. 우선 수도 서울 한 복판의 광장에 황금색으로 번쩍거리는 세종대왕의 상을 세우겠다는 발상 자체가 전근대적이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모뉴멘탈한 상징적 대상은 배리적 레퍼런스이다.
우리의 삶과 미적, 예술적 가치에 대한 감응의 수준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 당연하게 존재하는 듯한 인공적 사물에 대해 우상처럼 당연시 하는 것은 시민의식의 현주소를 드러낸다. 


먼저 다다익선은 백남준의 예술 세계에 비추어 보아도 자기모순의 이율배반적 작품이다. 세상이 유동적이고 변한다는 메시지, 즉 근대의 합리적 질서를 전위적 실험으로 거부한 것이 그가 비디오 아트를 시작한 근원적 문제의식이며, 실제로 그가 초기에 행한 실험적 작업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그의 의도이다. 그리고 바로 이 때문에 백남준은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로서 미술사적 위치를 갖는다.
그런데 백남준이 국제적으로 유명해지면서, TV 모니터 1대, 또는 마주 대하는 불상하나면 충분히 가능한 그의 작업이 점점 더 모뉴멘탈, 즉 기념비적인 형태로 규모가 커진다. 그러면서 결국 자신의 작업의 기본 컨셉마저도 스스로 배반해버린 형국이다.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은 광장의 규모에 비해 크기부터 적절하지 못하여, 공간과 장소에 대한 이해 없이 만들어져 있다. 무엇보다 조형적 어법에서 독창성이 거의 없어 100년 전 로댕의 조각(가령 ‘칼레의 시민’을 떠올려보라!)보다도 더욱 진부하고 평범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차라리 그 자리에 없다고 상상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작품을 비판하게 된 것은 그래도 유명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대형 빌딩마다 있는 조각품이나 벽화들 중 흉물이 아닌 경우가 거의 없다. 현대예술의 존재방식에 대한 기본적인 바탕이 결여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모두는 엄연히 수억, 수십억을 들여 제작하고 설치한 것이다. 

만년으로 갈수록 더욱 작업이 나빠진 작가로는 피카소가, 실제 작품의 예술적 감응과는 무관하게 매우 유명하고 상품적 가치까지 가진 스타는 엔디워홀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작가에 대한 과대평가는 생전부터 천재성 및 상품성이 조작된 결과였다. 사실 현대의 문제작들은 일기일회의 극한적 정신과 야성의 산물이다. 이처럼 현대미술은 특정 종교와 이데올로기를 넘어 인간의 정신을 뒤흔드는 생명 본연의 기질적 열정의 흔적이거나, 아니면 역설적으로 유머러스하거나, 이러한 극단적 진폭 사이에서 표현됨으로써 다양한 개성을 드러낸다. 그래서 이와 비슷한 양태의 사이비 예술, 또한 넘쳐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미적, 예술적 가치를 새롭게 만들어가야 한다. 가짜는 가짜고 진짜는 진짜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한 때 사회 변혁의 선구자로서 일익을 담당했지만 스탈린 체제라는 외적요인에 의해 그 정신이 말살되었다. 그러나 전위예술정신을 유린하고 말살할 정도로 그토록 강고했던 체제는 불과 1세기도 넘기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지금은 물신과 자본이 스탈린 독재체제보다 더욱 위력적인 시대다. 그래서 이윤을 창출하는 대상으로 만들기 위해 얼마든지 평범한 작품도 비범한 작품으로 포장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상품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를 혼동한다. 그러나 우리가 미적 패러다임을 바꾼 수많은 역사적 예술가들에 확인하는 것은 현실과 쉽게 타협하지 않은 불굴의 정신이다. 
전인미답의 수직 가파른 절벽을 한 걸음 한 걸음 등정하는 알피니스트처럼 순결할 정도로 우직하고도 무모한 정신과 물질, 또는 비물질의 만남에서 예술적 진정성이 생겨난다. 바로 이 때문에 예술적 감동이 유발되며, 이런 관점에서 진짜행세를 하는 수많은 가짜를 보게 된다. 

                                   2011년 10월 9일
                                      도 병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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