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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전원길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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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9 (13:13:13)
「자연미술」의 확산과 순환을 위하여 전원길 (작가, 대안미술공간소나무 전시감독) I 1980년대 초반 한국 야투그룹의 젊은 작가들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유형의 미술을 시작했다. 나는 이들과 함께 작업하며 자연과 미술이 함께 존재하면서 서로 그 경계를 만들지 않는 예술을 실험했다. 자연미술이 발생하게 배경에는 1960-70년대 서구로부터 한국에 유입된 개념미술이나 대지미술 등의 영향이 있었다. 하지만 야투는 단지 서구 현대미술의 이론을 따르지 않고 자연과의 단도직입적인 만남을 시도함으로서 야투만의 독특한 방법론을 발전시켰다. 당시 야투작가들은 자연 속에 자신의 생각을 밀어 넣기 보다는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풀을 뽑아 나무에 올려놓고, 마른나무가지에 손가락을 대어보기도 학고, 때로는 잔잔한 물에 돌을 던져 파문 속에 흩어지는 자신의 형상을 바라보면서 자연과 교감하였다. 자연미술현장에서 작가들은 최소한의 행위로 자연과 만났으며 자신의 표현의지가 자연과 균형을 이루는 미술상태를 보고자 하였다.
전원길 Jeon Wongil, Untitled, 1986 강희준 Kang Heejoon, 풀 Grass, 1985 1986 신남철 Shin Namchul, 1982 이 글을 통해 나는 새로운 미술운동의 전개과정에서 발생하게되는 유형화와 자연미술의 방법론적 특성에 기인하는 탈개성화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자연미술이 사진과 영상매체를 통해 기록되면서 다시금 인간의 미술 안으로 확산하게 되는 현상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자한다. 자연미술에 대한 객관적 인식은 자연미술이 나가야할 방향을 탐지하는데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II 자연미술의 위치 1980년대 초반 야투는 자연과의 맞대면 하는 것으로 부터 작업을 시작하였다. 이는 미리 준비한 아이디어나 재료들이 현장 상황과 맞지 않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개인의 예술적 경험이나 미적 신념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면서 자연 자체가 가진 생명력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는 자연과 하나되길 원하는 인간의 본성적 의지의 발현으로서 '인간의 미술'에서 '자연의 미술'로 그 중심을 이동시키는 것이었다. 1. 유형화 야투가 40여 년간 자연이라는 무한생성공간에서 활동을 이어 오고 있지만 발표된 작업 모두가 자연과의 생생한 만남을 반영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연이라는 절대가치를 내세우는 것 만으로 자연미술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의 움직임과 작가의 표현의지가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는 '자연미술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자연의 변화와 인간의 창의적 상상력이 교차하는 지점을 잡아내야만 가능한 것이다. 자연미술의 방법론이 정착된 1980년대 이후 기존 야투 작업을 훌쩍 뛰어넘는 작업을 찾기 쉽지 않은 것은 새로운 미술을 탐색하던 시기에 보여주었던 참신한 감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자연과의 만남 자체가 의례적인 일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 시대에 새롭게 추구되었던 미술운동이 일정기간이 흐르면 유형화의 단계로 들어가게된다. 그동안 많은 현대 미술사조들은 자기비판과 시대 상황에 부응하는 형식 실험을 통해 창의적 역동성을 회복해왔다. 인간의 원초적 표현의지를 반영하는 자연미술은 과연 어떤 진화를 통해 그 참신성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할 것이다. 2. 몰개성화 자연미술현장에서는 간혹 비슷한 작업을 하는 작가가 있더라도 이를 심각하게 문제삼지않았다. '나'로부터 출발하지 않고 자연이 우리에게 건네준 영감으로 작업하는 과정에서 다른 작가들과 유사한 감흥을 공유할 수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를 내려놓고 자연을 따른다는 자연미술의 방법론적 전략은 무한한 자연의 생명작용에 나를 맡기고 나아가는 것이다. 몰개성화는 자연미술의 전제적 태도이면서 결과 현상으로 나타난다. 자연미술가들의 수행적 태도가 가져오는 탈개성화 현상은 자기세계를 추구하는 예술가에게 있어서는 자기부재 상황을 맞이하게 한다. 이는 자연미술이 여전히 미술로서 존재하는 한 벗어날 수 없는 속성이다. 나는 이러한 반동적 현상 즉 나를 내려놓는다는 초탈한 심정 이후에 찾아오는 자기 실현 욕구를 창의적으로 발산하기위한 방안을 생각해 볼 것이다. III 자연미술의 확산과 순환 자연의 있는 그대로의 상태와 그 안에 내재된 생명과 힘의 작용을 그대로 받아내야만 성립하는 자연미술은 작가의 개성이나 의도를 조금이라도 더 강조하면 자연전체로 연결된 열린미술에서 자연과 유리된 일반적인 '미술'로 전이하게 된다. 또한 현장에서 행한 작업을 사진과 영상 등으로 기록하는 순간 그 작업은 인간의 미술로 곧 바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곧바로 작가만의 고유한 세계가 어디 있느냐는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이러한 질문을 피하는 방법은 사진이나 영상 등의 기록을 일체 남기지 않음으로서 기존의 미술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것일 것이다. 예술가로서 자기만의 세계를 창의적으로 찾아나가고자 한다면 우리는 자연미술과 인간의 미술과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해야한다. 순수 자연과 만나는 자연미술을 통해 나를 무화시키는 한편 나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미술작업으로 이어지고 다시 자연으로 나아가는 창의적 순환의 흐름을 만들어야한다. 상호 작용하는 자연계와 인간계 이 두 세계를 관통하면서 자신의 예술적 가능성을 넓혀 나가야한다. 1. 몰입 자연미술의 방법론적 확산을 위한 시도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연 속으로 더욱 깊이 몰입해 들어가는 것이다. 그동안 아무리 많은 자연 속에서의 자연미술 작업이 있었더라도 자연은 날마다 새롭고, 사회 환경 역시 언제나 변화의 과정에 있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역시 성장, 경험, 학습 등을 통해 달라지기 때문에 자연과 인간의 만남은 언제나 새로울 수 있다.
2012 임승균 Lim Seungkyun, 2017 전원길 Jeon Wongil, Marking with Saliva, 2014 김순임 Kim Soonim, 내가 무엇인가 해보려는 의지가 최소화되는 순간 창작 열망이 반작용을 일으킨다. 나의 생각을 비워냄으로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과 환경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게 되고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그것들을 보게 된다. 자연을 경제적 이용 가치로만 생각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자연예찬 시각으로만 자연을 바라보는 것 역시 피상적 접근에 그치게 할 수 있다. 자연과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면서 자신의 몸과 의식이 어떻게 남다른 반응을 하는지 느껴야만 나의 고유한 존재성 또한 자연과 더불어 드러낼 수 있다. 2. 동시대미술로의 역확산 1980년대 초반 야투현장에서는 한 대의 카메라로 모든 작품을 촬영하였다. 작가들이 흩어져 작업을 하다가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카메라를 가진 작가를 소리쳐 부르거나 찾아서 사진을 찍었다. 때로는 미처 사진촬영을 하지 못하고 지나간 작품도 있었다. 사진기록보다는 작업행위 자체에 더 큰 비중을 두었던 시기였다. 당시 사진 기록이 자료집을 위한 부수적인 것이었다면 지금은 대부분의 작가가 직접 촬영하고 컴퓨터상에서 디지털 이미지를 보정하고 트리밍, 콜라주등의 사진 편집 작업을 하고 있다. 자연미술이 사진적인 측면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권오열 Kwon Oyeol, 차이와 반복 1735, 2017 전원길 Jeon Wongil, palm leaves, 2014 Marty Miller, 2017 자연미술은 카메라로 기록되는 순간 자연의 생생한 작용이 사라지고 하나의 이미지로서 감상의 대상이 된다. 기록된 이미지도 일정 부분 자연의 느낌을 가지고 있지만 온전히 자연과 함께하는 미술 상태라고는 할 수는 없다. 사진은 작가의 미적 판단의 결과로서 존재한다. 사진을 통해 기존의 미술로 귀환한 자연미술은 자연이 지녔던 생동감을 시각 언어를 통해 되찾아야하며 참신한 개념을 통해 미적 쾌감을 불러일으켜야만 미술 안에서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 또한 사진이나 영상 매체의 특성을 활용하여 자연의 생명력을 드러내야 할 것이다. 이제 사진이나 비디오와 같은 기록 중심 매체뿐 만아니라 회화, 설치, 사운드아트 등의 미술 영역으로 들어가서도 자연의 생명력과 관계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 나가야한다. 최소한의 개입을 통해 자연과 미술의 경계 지점에서 미적 교감을 실현했던 야투의 초탈한 태도가 또 다른 형식의 미술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순수 자연과의 접촉면을 풍부하게 넓혀온 작가라면 삶의 다양한 생태적 양상 속에 담겨있는 미생의 미적요소들을 확장된 미술 개념 안으로 연결하는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원길 Jeon Wonil, 夢遊똥源圖, 2018 김순임 Kim Soonim, 노자와 차를, 2012 전원길 Jeon Wongil, 백초를 기다리다, 2015 IV 지금까지 자연미술이 필연적으로 이르게 되는 탈개성화와 유형화에 따른 작가부재상태의 문제를 지적하고 어떻게 새로운 확산과 순환의 길로 나아 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이 시대의 자연미술작가들은 어쩌면 동시에 잡을 수 없는 나의 독자적 예술세계와 보편적 자연 세계 사이를 끊임없이 왕복해야하는 딜렘마에 처해있는지도 모른다. 이는 자연미술이 그 자체로서는 불충분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상황이라기 보다는 자연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자기초월의지와 자기를 실현하려는 또 다른 본성적 의지가 동시에 작동하는데서 오는 것이다. 우리는 다만 언제 어디서 만나게 될 지 모르는 자연과 미술이 함께 존재하는 그 상태를 경험하기 위해 더 깊이 자연 속으로 들어갈 것이며 더 넓게 인간의 삶과 예술을 바라보는 노력을 끊임없이 지속하는 수밖에 없다. 나는 자연미술이 반드시 사진, 영상, 회화, 설치 등의 매체를 통해 동시대 미술 안으로 들어와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누군가 아마도 그랬듯이 아무도 보지 않는 숲속에서 홀로 작업하고 그 흔적과 기록을 남기지 않는 작가의 작업 또한 존재하길 바란다. 대안미술공간소나무 기획 -2018 프로젝트 그린- 카탈로그 수록 특강원고/원고수정중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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