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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482
조규현
조회 수 : 3767
2018.10.22 (10:44:11)
현대 미국시인 – 6 로빈슨 제퍼스(Robinson Jeffers) – 몬트레이 해안의 명상가 바다에서 건진 영감 로빈슨 제퍼스(Robinson Jeffers 1887-1962)는 한국의 시인들에게 그리 많이 알려진 시인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활동했던 1920-30년대 당시로서는 매우 독특한 시인이었다. 우리는 앞에서 윌리엄즈의 시를 이야기하며 그의 지역성을 언급했었다. 이는 당시 세계시민을 지배하던 엘리엇이나 파운드의 세계주의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엘리엇의 [황무지]는 당대 서구문명의 종말을 우려하는 문명비판의 노래였고 파운드의 시도 역시 그러했다. 에이츠 또한 그의 독특한 가이어 상징을 창안하여 독특한 역사진행 이론을 내세우고 거기에 맞추어 자신의 우주관을 펼치고 있었다. 말하자면 이 시대는 뭔가 거창하고 현학적인 것을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분위기였는데 이 때 자신이 살던 지역에 깊이 천착하며 거기시 휴머니티와 아름다움을 찾았던 시인이 뉴져지의 월리엄 칼로스 윌리엄즈였다. 월리엄즈가 미 동부의 뉴저지에 천착했다면 미 서부 해안의 아름다움을 절경과 거기서의 삶에 몰두했던 시인이 바로 로빈슨 재퍼스이다. 윌리엄즈가 몰두했던 것은 당시 산업화가 진행되던 뉴저지 패터슨읍의 이민자들의 애환과 삶이었다. 그는 그들의 가난하고 힘든 삶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 그들의 상처 입은 마음들을 어루만졌다. 그러나 로빈슨 제퍼스는 사람이 모여 사는 동부가 아니라 당시 거의 무인지경이던 태평양 연안의 작은 마을에서 자리 잡았다. 그를 벗하는 것이라고는 대양의 파도와 갈매기뿐이었다. 월리엄즈가 사람들의 삶에 목을 맸다면 제퍼스는 바로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들의 모습에 집중했다. 이 시인과 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근처의 풍광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생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대륙의 끝과 바다가 만나는 절벽이 나온다. 빅서라고 불리우는 이 절벽위의 길을 수마일 따라가면 몬트레이라는 아름다운 해안이 나오는데 그 바로 아래 자리잡은 마을이 칼멜이다. 이 시인은 칼멜의 거주지 경계지역 쯤에 터를 구입하고 직접 집을 지었다. 그들의 “땅은 파도가 화강암과 둥근 돌들을 두들기는 작은 해변 위쪽으로 50야드쯤 올라가 위치한 하늘과 바다를 마주하는 땅”이었다고 한다. 그가 토르(Tor)라고 이름붙인 이 집은 사실 상당한 시간을 두고 계속 증축되며 나중에 두 아들이 성장하면서 완성된다. 거의 수도자나 명상가의 삶과 흡사한 이 생활은 1916년부터 칼멜에서 시작된다. 지금 이곳은 미려한 주택들이 들어선 일급 주택지이자 관광지이지만 그 당시는 거의 무인지경이었다. 제퍼스의 시는 이 지역에서의 거의 자연인에 가까운 삶과 당시 태평양 연안의 아름답고 광활한 자연을 소재로 삼고 있다. 초기의 다음 시에서 그의 생활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대양의 옛 목소리, 작은 강들의 새 지저귐, (겨울은 그들에게 은 대신 금을 주었고 물을 더럽히고 초록을 칼질하여 갈색으로 만들고 은행에 줄서게 했다) 서로 다른 목구멍으로부터 하나의 언어가 되어 나온다. 하여 나는 생각하게 되나니, 과연 우리가 병든 나라의 폭풍소리와 배고픔이 덮친 도시에서의 분노를 욕망과 공포의 갈라짐 없이 들을 수 있을 만큼 강한지, 그 목소리들은 또한 어린아이의 그것이다; 대양의 기슭에서 연인을 꿈꾸며 숨 막히게 춤추는 어느 소녀의 그것처럼 선명한 모양일 것이다.
The old voice of the ocean, the bird-chatter of little rivers, (Winter has given them gold for silver To stain their water and bladed green for brown to line their banks) From different throats intone one language. So I believe if we were strong enough to listen without Divisions of desire and terror To the storm of the sick nations, the rage on the hunger-smitten Cities, Those voices also would be found Clean as a child’ s; or like some girl’s breathing who dance alone By the ocean-shore, dreaming of lovers. -[자연의 음악](“Natural Music”) 전문 이 시인의 시에서는 “대양의 목소리”라는 표현이 자주 보이는데 물론 이것은 파도소리를 말하는 것이고 또 작은 강들의 맑은 조잘거림을 새소리에 비유하고 있다. 태고이래 끊임없이 뒤척이며 원시적인 소리를 반복했을 바다와 그 바다에 함류하는 무수한 작은 당들의 면모 중에서 특히 소리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괄호 속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당시 몰아치던 금광개발의 열풍(처음에는 은광 나중에는 금광이었다) 그에 따른 사람들의 정신적 타락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들의 것이 시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깨끗한 자연을 난도질 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을 터이니 말이다. “서로 다른 목구명에서 나오는 하나의 언어”란 여러 나라 출신의 이민노동자들이 공용어인 어색한 영어로 떠드는 것을 연상하게 한다. “벙든 국가들”이나 “굶주림이 덮친 도시”는 당시 노동자들의 삶을 우회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광산에서 결국 돈을 버는 것은 소수의 자본가였으니) 거기에 비하면 자연의 소리는 얼마나 깨끗한 맑은가. 시인이 두려워하는 것은 그러한 세태에 물들지 않을 수 있는 용기의 부족함이다. 끝으로 시인은 그 자연의 목소리를 어린 아이의 깨끗함, 춤추는 소녀의 숨결이라고 말한다. 제퍼스는 그가 살고 무수히 거닐었을 바닷가, 광대한 태평양 바닷가에서 천진무구한 아이의 숨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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