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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생태의 위기와 한국의 자연미술 -야투의 자연미술운동을 중심으로-

 

야투인터내셔널프로젝트 디렉터

전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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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후세에게도 여전히 삶의 터전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은 단지 환경보호론자의 관심을 넘어 이미 시대적 화두가 되었다. 예술가 역시 이 문제에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60-70년대에 미국에서 대지미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작가들이 실내중심의 미술을 야외공간으로 확장했고 과정이 미술이 되는 새로운 미술 개념을 만들어 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유럽에서도 리차드 롱, 골드 워시, 볼프강 라이프, 닐스 우도 등의 작가들이 서정성이 곁들여진 부드러운 대지미술을 지향하여 한층 자연친화적인 태도를 시도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요셉 보이스의 행동주의적 태도 그리고 아그네스 데니스와 같은 생태 중심적 접근은 환경문제에 직접개입하려는 예술가들의 선구적인 역할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 속에서의 예술가들의 작업은 결국 자연을 재료로서 다루든 하나의 유기적인 생태로서 인간의 삶에 직접 작용하는 자연으로 대하고 접근하든 간에 자연으로 부터 자신을 분리시켜 자신의 존재성을 인식하는 유일한 존재인 인간이 어떻게 자연과의 관계설정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작품 속에 반영한다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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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연현장을 무대로 미술활동이 시작된 것은 1981년 창립된 바깥미술회와 한국자연미술가협회-야투(이후 야투)에 의해서일 것이다. 나는 야투적인 자연미술이 형성되던 1980년대 초중반에 그 현장에 있었던 작가로서 위에서 서술한 미국과 유럽의 대지미술과는 어떻게 다른 태도로 자연을 대했으며, 야투의 자연미술이 이 시대의 생태위기와 관련하여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대안적 삶의 방식을 제안을 하고 있는지 간단하게 살펴볼 것이다.

야투의 자연미술은 미국의 대지미술이 갖는 개념주의적 양상과 유럽의 대지미술이 보여주는 자연친화적 태도를 모두 포함하고 있으나 그 어느 쪽과도 완전히 겹치지 않는 독특한 영역을 가지고 있다. 1981년 야투 창립당시 야외현장미술연구회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1980년대 야투의 활동은 당시 한국에서 실험미술을 추구했던 70년대 선배그룹들과는 달리 서구 현대미술의 새로운 방법론을 이해하기위한 이론적 학습 대신에 자연과의 순수한 맞대면을 우선시 했다. 이들의 미술행위는 방법론적 신념을 추구하는 지적인 판단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하고자 하는 몸의 본성적 요구를 따랐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야투그룹의 작가들은 사전에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자연과 만난다. 담담하게 자연과 만나기 위해 마음을 비우는 준비를 할 뿐이다. 가장 기본적인 도구인 손과 몸을 이용한 간단한 움직임이나 현장의 자연물 혹은 빛과 그림자, 바람 등과 같은 보이지 않는 자연의 현상을 작업에 반영한다. 작업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자연이 말을 걸어 올 때 까지 기다리는 것이 최선임을 그들은 알고 있다. 야투의 자연미술 작업은 아주 짧은 시간 자연 속에 존재하며 심지어는 작가가 그 장소를 떠나는 순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야투의 자연미술가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연 속에 밀어 넣기보다는 자연으로 부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따라 작업하며 자연 속에 우뚝 세우기보다는 작은 규모의 가벼운 작업을 선호한다. 작품으로 내세우기 보다는 자연 속에 스며들면서도 시적인 메타포(metaphor)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볼 때 환호한다.

자연과 인간의 본성적 만남에 근거한 작업을 수행하며 자연과 인간의 예술의지가 균형을 이루는 ‘미술상태’를 지향하는 야투의 작업 태도는 자연에 대한 도전적 관계를 시도하는 미국의 대지미술이나 비록 짧은 시간 존재하더라도 확실한 시각적 결과물을 지향하는 유럽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3.

야투가 출발할 1981년 당시는 현재 전 세계적 화두인 지속가능한 지구환경의 문제(Sustainability)가 대두되기 전이었다. 당시 야투는 자연의 질서와 그 생생한 생명력에 몸을 맞길 따름이었지 자연을 걱정하거나 그 지속성을 염려하지 않았다. 야투는 지금도 행동주의적 명분 보다는 자연과 인간의 예술 의지가 균형을 이루는 상태 속에 존재하는 창의적인 작품을 소중하게 여긴다.

현재의 환경파괴로 인한 각종 문제가 한 천재과학자의 놀라운 발명으로 일시에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자연을 파괴함으로서 얻어지는 지금의 쾌적한 삶의 방식과는 또 다른 삶의 가치에 관심을 갖게 될 때 문제의 해결점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근본적으로 자연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야투의 작가들처럼 자연으로 부터 무엇인가 듣고 반응하기 시작하고 이로서 자연을 이용하여 부를 취하는 가치보다 자연과의 만남을 통해 얻어지는 소소한 깨달음을 더욱 귀히 여기는 변화가 일어날 때 의미 있는 변화는 시작될 것이라 생각한다. 말하자면 야투는 직접 생태적 위기에 대하여 웅변하지는 않으나 자연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가 어떤 미술적 결과를 내보이는 가를 보여줌으로서 이 시대에 필요한 자연과 인간의 대안적 관계를 예시하고 있다.

야투는 1991년 이후 부터 이러한 자연미술의 정신을 확산하기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것은 개인의 작품 활동을 넘어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의 미학을 주창하는 미술운동으로서의 가능성을 실현해나가고자 하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야투가 진행하고 있는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와 야투레지던스프로그램 그리고 야투인터내셔널프로젝트 등은 이러한 운동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미술운동을 위한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도는 어린이로부터 어른까지 참가할 수 있는 자연미술워크숍을 기획하여 자연을 새롭게 바라보고 자연과 인간과의 평화로운 공존의 삶을 회복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일 것이다.

 

4.

야투는 출발당시 자연환경의 문제에 대해 경고하거나 그 해결방안을 예술 활동을 통해 추구하는 실천적 태도를 견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야투의 자연미술의 정신과 방법론적 특성이 위태로워진 지구 환경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균형 잡힌 관계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식하고 그 가치를 새롭게 생각하고 있다. 자연미술은 야투 회원들이 처음 자연 속에서 무엇인가 시작 할 때 마찬가지로 전문적인 훈련이나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연미술은 우리의 영혼과 언제든지 공조하는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며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은 생각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자연미술이 섣부른 이론으로 무장하고 미술관에 모셔지기보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삶속에서 살아서 작용하는 미술로 자리 잡게 되길 바란다. 아울러 자본주의의 지나치게 상업화된 시스템 속에서 그 자유로운 영혼을 저당 잡힌 작가들에게 인간의 예술적 의지를 가장 자유롭게 실현할 수 있는 자연속의 해방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길 바라는 바이다.

 

Public art 2014 3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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