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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7 (08:23:58)
<기호일보 2007.12,10> <박물관 산책>경기도미술관

경기도미술관, <경기, 1번국도>展 개막

【안산】안산에 소재한 경기도미술관(관장 김홍희)은 개관 1주년을 맞아 지난달 10일 `경기, 1번국도'를 개막했다.

 경기도의 정치·사회·문화를 이슈화해 매년 정기 연례전으로 개최할 예정인 경기미술프로젝트의 첫 기획전인 이 전시는 한반도 문화·경제의 실크로드이자 경기도 근현대화의 길목으로서 문화지리학적 상징기표 또는 분단의 실체인 `1번국도'를 주제화하고 있으며, 경기도의 당대적 삶을 미술의 언어로 기록하고 있다.

 총 56명의 국내·외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26명의 경기도 작가가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또한 `경기, 1번국도'는 경기도미술관의 정체성을 찾는 전시이기도 해 참여 작가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았다는 것이 미술관 관계자의 말이다.

 특히 경기도 곳곳에서 활발하게 전개됐던 현장미술과 그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계기이기도 하다.

가평의 대성리에서 `겨울대성리전'을 25년 동안 펼쳤고 현재는 자라섬으로 둥지를 옮긴 자연설치미술가 그룹 바깥미술회는 이번 전시에서도 의미 있는 작업을 야외 전시공간에 설치했다.

 미술관 바깥 공간을 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이들은 다섯 번이나 현장답사를 진행하며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콩깍지, 넝쿨, 바위, 가시 등 자연이미지를 활용한 이들 작가의 작품을 찾아보는 것도 전시의 재미다.

 화성에 작업실을 둔 윤석남 작가는 `보트피플은 바다에만 있지 않다'는 작품을 위해 100점의 목조각을 새로 제작했다.

 전시장 안쪽에 있는 사각의 푸른 색 파빌리온을 배의 상징으로 바꿔 놓은 작가는 지붕과 방 안에 이 조각(사람)을 배치해 마치 표류하는 1번국도의 풍경을 보여주는 듯하다.

 안성에 새로 작업실을 연 이윤엽 작가는 지난 4월 말에 사라진 평택의 대추리 마을을 소재로 했다.

 대추리 마을에서 2년 가까이 살기도 한 작가는 주민들이 버리고 간 사진(앨범), 농기구, TV, 장롱 등 살림살이 물품들을 이용해 거대한 탑을 쌓았다.

 탑이 부처의 사리를 모신 집이라면, 이 탑은 대추리 주민의 슬픈 역사와 애환이 응결된 탑이라 할 것이다.

일산과 뉴욕을 오가며 작업 중인 강영민 작가는 미술관 근처 여관에서 머물며 열흘 가까이 작품 설치에 매달렸다.

 출품작 중 설치가 가장 어려운 작품이기도 했던 그의 작품은 전시장 벽면에 일산신도시 풍경과 붕괴된 성수대교를 재현하는 것이었다.

 스티로폼과 우드락 소재의 이 작품은 제작기간만 3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중력제로'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급속한 도시화의 이면에 있는 불길함을 볼 수 있다.

 안성에서 활동하는 전원길, 최예문 부부작가는 안성시민 3천 명이 참여한 `평화의 조각보' 작품을 출품했다.

휘장처럼 걸린 12m 길이의 다섯 작품은 이번 전시의 의미가 분단의 상처를 고발하는 것이 아닌 평화의 연대를 상상하는 것임을 매우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뿐만 아니라 시민의 힘이 응집돼 만든 작품이라는 데서 미술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하게 된다.

 퀼트 조각보를 한 땀 한 땀 꿰어 만든 이 조각보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경기, 1번국도'의 주제를 새삼 느낄 수 있을 터다.

 최근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해 화제가 된 양평의 민정기 작가는 1993년 제작한 실크로드 연작 8점을 전시하고 있다.

1980년대 민중미술의 중심작가였던 그는 변화하는 시대를 온몸으로 체험하기 위해 실크로드 여행을 떠난 바 있다.

 그곳에서 본 중국과 인도의 풍경을 이 여덟 점의 작품으로 새겨 놓았다. 1번국도가 과거 실크로드였듯이 동강난 1번국도의 치유는 곧 오랜 세월 동안 문명의 유목지였던 실크로드를 복원하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이 작품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설치 작품 중 단연 돋보이는 작품 중의 하나는 일본 신예작가 그룹 안테나 팀이 제작한 거대한 `지폐도시'이다.

 `현대지폐도시만다라'라 명명한 이 작품은 1번국도에서 마주하는 신도시의 풍경을 돈의 도시로 바꿔 놓은 것이다.

휴머니티가 제거된 고층 아파트 숲이 밀집된 풍경에서 미래지향의 꿈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 작품 밑으로 가면, 동탄신도시 개발에 의해 떠밀리게 된 이윤기 작가의 작업실이 있다. 실제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은 개발논리의 미래가 어디를 향해가는 것인지 묻기 위해서다.

 그 외, 20년 넘게 비무장지대 예술운동을 펼쳐 온 안성의 이반 작가가 출품한 날개 작품, 김승영 작가의 나침반 글씨 `peace', 이산의 아픔을 간직한 이종빈 작가의 끊어진 1번국도, 독일 그룹 MSK7의 탁구대와 `핑퐁 : 동서남북' 동영상, 나흘 동안 1번국도 상의 버려진 가구를 모아 태워버린 박이창식 `1번국도-山水風景', 올해 한가위 보름달을 임진각 근처에서 촬영한 박준식 작가의 `월강소나타', 대추리와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해 전쟁의 상처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알게 하는 이종구 작가의 `두 개의 방 : 대추리와 바그다드' 연작 등 전시의 주제를 살리는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기간 동안 1층 체험교육장에선 `우리가 만드는 1번국도 풍경'을 주제로 한 체험 교육이 진행되는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며 교육비는 무료다. 또한 지난 8일에는 전시 동반행사로 서경식,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평화를 주제로 특별강연회를 열었다.

 `경기, 1번국도'는 여러 가지 면에서 문화와 예술의 지리학적 상징기표로 등장했다. 오랜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것들의 궤적과 흔적은 자연히 예술가들에게 창의적 씨알로 작동했는데, 문학과 미술, 전통연희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이 경계에서 꽃을 피웠기 때문이다.

 당대적 삶을 예술의 언어로 기록해 나간 이러한 역사는 향후 근·현대 경기도 예술사의 풍요가 될 것이다. 연례전으로 개최될 경기미술프로젝트의 첫 전시로 `1번국도'를 상정한 것은 이와 같은 상징을 이슈화해 경기도와 경기도미술관의 정체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는 내년 1월 23일까지 계속된다.

한편, 미술관 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요금은 성인 700원, 20명 이상 단체는 1인당 550원, 청소년·군인은 300원, 초등생 및 65세 이상과 장애인은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 주제별 참여작가

 ▶간이역 : 경기 북부 소재의 간이역과 폐군기지, 경기 남부의 대추리 등 마을을 `섬'으로
상징 화해 이주와 평화의 메시지 시각화.
 ▷출품작가 : 이종구(회화, 설치), 고길천(회화), 박이창식&노재철&문미희(설치),
이윤엽&최병수(설치), 박준식(영상), 임승천(조각, 설치)
 ▶DMZ : 분단과 자연 생태계 보고인 DMZ현장을 `숲'으로 상징화. 끊긴 1번국도의 복원이
통일과 대륙 실크로드의 새로운 시작임을 전파.
 ▷출품작가 : 이반(설치), 정정엽(회화), 김해심(영상), 고승현(설치), 노순택(사진),
이부록(설치), 바깥미술회(최운영, 김광우, 하정수 등), 문병탁(조각),
이시우(사진), MSK7(독일 그룹, 설치)
 ▶1번국도 : 평택↔문산, 국도의 현장을 `걷기'의 시선으로 기록. 국도의 경계와 다양한 삶을
문화지리학적 관점으로 해석해 샛길 공간에 배치.
 ▷출품작가 : 김태헌(회화), 김을(회화), 강영민(조각, 설치), 민정기(회화), 전원길&최예문
(보자기 공동기획, 회화), 김승영(설치), 이윤기(회화), 박광옥(조각),
안테나(일본그룹, 설치), 히로하루 모리&카즈 사사구치(일본), 성민화&요하킴
 ▶통일전망대 : 전시장 공간에 전망대를 설치해 한반도를 비롯한 `분단'의 상징적 장소
(예컨대 버마, 베트남, 팔레스타인 등)를 시각화해 `통일'의 단순히 한반도만의
지형적 통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치유로서의 `세계평화'임을 강조.
 ▷출품작가 : 윤석남(조각, 설치), 성동훈(조각), 배인석(설치), 이종빈(조각), 민영순(영상),
백기영&이정숙(국제웹네트워크 공동기획), 나지 알 알리(팔레스타인, 카툰)

# 김홍희 경기도 미술관장 인터뷰
 
-경기도미술관 1주년 기념으로 `경기 1번국도'를 택한 이유가 뭔가.
 ▶말 그대로 경기도를 상징화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경기도는 한국의 중심이면서도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경기 1번국도의 의미는 매우 크다.

 -참여한 작가들의 면면을 설명해 달라.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포진했다. 모두 50여 명이 참여했는데 어떤 작가는 수백㎞를 걷기도
하고 차를 가지고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작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전시를 계속할 것인가.
 ▶그렇다. 경기도의 정치·사회·문화를 이슈화하는 작품 전시를 연속적으로 할 계획이다.
경기도를 대표하는 미술관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싶다.

 -첫 번째 기획되는 전시치고는 전향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간이역이나 통일전망대 같은 작품이 그렇다. 특히 DMZ의 경우는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경기도미술관이 안산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계속적으로 홍보해 나가겠다. 특히 감명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내놓음으로써 자연적으로
경기도미술관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최제영기자 jy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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