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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482
조규현
조회 수 : 3429
2018.10.09 (12:12:27)
시카고의 두 시인 -3 -에드가 리 마스터즈(Edgar Lee Masters)와 칼 샌드버그(Carl Sandberg) 이 시의 화자는 상당히 재미있다. 그는 죽은 자신의 묘비의 비문을 읽으며 쓴 웃음을 짓는 것이다. “내 인생이 순탄했다고? 운명이 나와 잘 맞았다고? 내 일생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웃겠어? 인생이 결코 나에게는 순탄치 않았고 나의 운명은 전쟁이었다라고 써야 하는 거야. 그런데 그게 뭐야. 듣기에는 좋게 써 놓고 뭘 하자는 거야?” 이것이 아마 시적 화자의 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살아가는 자신을 욕하는 사람들에게 시달리다가 죽어가는 바보가 새긴 비문에 굴복하는 것이다. 상당히 시니컬한 시이다. 역시 세기말적인 전통에 그 기반을 둔 시라고 할 수 있다. 무언가 세상은 불합리하고 아무리 애를 써 봐도 인생이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런 것들이 이 시기의 서구를 사로잡고 있던 생각이었다. 쇼펜하우어의 염세론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고 영국에서는 토마스 하디, 하우스먼 같은 시인들이 끊임없이 그런 시를 서대고 있었다. 이런 시인들과 마스터즈의 차이는 그 사실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엘자 위트만](“Elsa Wertman”)이란 시는 좋은 예다. 독일에서 이민 온 농촌 소녀 엘자는 토마스 그린이라는 자의 집에서 하녀로 일하게 되는데 어느 날 주인 여자가 외출한 사이에 남자에게 겹탈을 당하게 된다. 임신을 하게 된 그녀는 주인내외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만 그것은 묻혀지고 아이가 없던 그 집에 아기를 빼앗기게 된다.
그리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 아이가 태어났다-그들은 나에게 너무나 친절했다. 나중에 나는 거스 위트만과 결혼해서 여러 해가 지났다. 그러나 - 어느 정치 집회에 참석했을 때 곁에 앉은 이들은 내가 해밀턴 그린의 연설에 감동해서 울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 그건 아니었다. 아니다! 나는 말하고 싶었다: 거건 내 아들! 내 아들이다! 라고.
And all went well and the child was born – They were so kind to Me. Later I married Gus Wertman, and years passed. But-at political rallies when sitters – by thought I was crying At the eloquence of Hamilton Greeen – That was not it. No! I wanted to say: That’s my son! That’s my son!
이 시는 그 마지막 부분에 비극적 클라이막스가 있다. 남의 집에 들어가 일을 하다가 그런 일을 당한 처녀가 한 둘이였겠는가? 당시 미국사회는 아직 이민자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보호책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낮선 나라에 이민 와서 정착하는 과정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이들은 부지기수였다. 이 독일처녀의 비극은 그렇게 해서 낳았고 빼앗긴 자신의 아이가 어느덧 훌륭한 정치가로 성장을 한 모습을 보는데 있다. 핏줄은 무섭다. 한 눈에 자신의 혈육임을 알아본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그 잘 생긴 젊은이 해밀턴 그린은 바로 자기가 낳은 그 아기였던 것이다. 그 비극은 이어지는 시 [해밀턴 그린](Hamilton Green”)에서 그 해밀턴의 이야기에 의해 배가되고 있는 데 좀 우습기까지 하다. (“나는 버지니아의 프란시스 해리스와/켄터키 출신 토머스 그린의 독자,/ 둘 다 다 용감하고 명예로운 혈통이었다./ 나의 모든 입지, 판사, 의회의원, 주의 리더 등은 / 다 그 두 집안의 덕택이다.” (I was the only child of Frances Harris of Virginia/ And Thomas Greene of Kentucky,/ Of valliant and honorable blood both/ To them I owe all that I became,/ Judge, member of Congress, leader in the state./ From my mother I inherited) 젊은이는 철석같이 이 두 사람을 자기의 친부모로 믿고 있다. 지금 현재 그가 이루어 놓은 모든 것, 정치적인 지위는 모두 그 부모의 덕택으로 얻은 것으로 생각하며, 어머니로부터는 활력과 상상력가 언어능력, 아버지로부터는 의지력, 판단력, 논리적 사고 등을 물려받았다는 것이다. (“어머니로부터 생기와, 환상과 언어를;/ 아버지로부터 의지, 판단력, 논리력을 물려받았다./ 그분들에게 영광 있으라.” (Vivacity, fancy language; From my father will, judgment, logic,/ All honor to them)) 아마 이 젊은이는 부모 양 쪽의 핏줄에 자랑스러워하고 있을 것이다. 그에게 가난한 독일계 이민녀의 피가 흐르고 있다면 어떻게 반응했을 것인가. 이것 역시 시인의 냉소적인 시각이 다분히 드러나는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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