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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균 개인전 신호없음 No Signal-

 

임승균은 그동안 탐사와 계량을 동반한 실험을 통해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는 실증을 추구하는 과학적 연구라기보다는 리서치 과정을 작업의 도구로 사용하면서 삶의 언저리에 위치하는 무의미한 일이나 사건들을 미술이라는 형식 안으로 들여오기 위한 엉뚱한 접근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No Signal 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LED라이트 박스와 사진을 이용한 작업과 수성 펜으로 쓴 텍스트에 얼룩을 만드는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아울러 준비된 사진작업을 라이트박스에 붙인 다음 한 밤중에 숲속이나 한적한 길에 설치하고 촬영하는 작업을 병행하였다. 작업의 전개 방식 상 앞서 이야기한 유사리서치 형식은 아니지만 그의 관심은 여전히 의미 없는 공간 혹은 대상을 향한다.

 

그의 첫 번째 작업에서 보여주고 있는 사진들은 목초지에서 풀을 뽑아 바람에 흔들리는 풀들 위에 올려놓은 장면을 찍은 것이다. 그는 투명시트에 출력한 이미지를 3개의 LED박스에 살짝 걸치거나 떨어진 장소에 설치하였다. 그 중에 한 패널은 타이머에 의해 깜박인다. 본래 이미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준비된 밝은 라이트박스에서 비켜난 사진들은 마치 신호가 깨진 불통상태처럼 보인다. 한편 부여된 역할을 완전히 상실한 LED패널은 빛을 고르게 발산하는 본래 자기모습으로 되돌아간다.

 

두 번째 작업은 대안미술공간 소나무의 온실공간에 설치되었다. 임승균은 전기줄, 나무토막, 부직포등 작업 과정에서 사용된 물건들을 레드 카펫위에 설치하고 그의 생각을 빼곡하게 적은 종이 한 장을 받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천창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종이를 적시고 얼룩지게 하여 자신의 노트가 의미전달불가 상태가 되도록 하였다. 그는 자신이 생산한 부조리한 생각을 의심하고 그것을 해체하는 과정을 자연에 맡긴다. 그것은 아주 밀착된 상태로 자신의 생각 속으로 스며들어 모든 것을 읽어내지만 절대로 비밀을 발설하지 않는 자연, 누구보다도 자연스럽게 처리해주는 자연을 믿기 때문이리라.

 

마지막으로 임승균은 라이트 박스를 가지고 낮선 밤 풍경을 연출했다. 라이트박스로부터 나오는 강한 빛은 원래 보여주려던 사진 이미지를 투과하여 암흑 같은 어두움으로 가려져 있던 주변의 나무와 풀들을 드러내 보인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숲 속 사각 빛은 숨겨진 풍경을 신비롭게 열어 보이며 작가를 그 안으로 초대한다. 작가는 그 밤의 풍경들을 선명하게 기억하지만 그것을 우리에게 전달할 수 없다.

 

공간을 초월해서 실시간 문자, 음성, 영상으로 서로가 연결된 현대사회에서 No Signal 상태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강력한 신호이다. 그것은 어쩌면 한 인격체의 실종상태이며 단절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시스템의 에러 상황이다.

 

교신은 상호 약속된 시스템 안에서만 가능하다. 이메일주소의 점하나라도 틀리면 메일이 전달되지 않는 것처럼 시스템이 정한 약속의 한부분이라도 위반하면 신호는 작동하지 않는다.

임승균은 이렇듯 이미 보편화된 네트워크 사회에서 벗어나 소통이 불가한 지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대상으로 작업한다. 불통은 때로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이 불안감을 잠재우기위해 우리는 추리와 상상으로 상대와의 단절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그의 관심은 이 불통지대에서 발생하는 추리와 상상이 안내하는 이제 까지 본적인 없는 지대를 향한다.

 

임승균의 작업물은 보여지는 그 대상에 관한 것이 아닐 때가 많다. 다만 사람들로 하여금 그가 지시하는 곳을 주목 할 수 있도록 소리를 내는 역할을 한다. 임승균의 이번 LED패널 작업과 드로잉 작업은 또한 새로운 것이 잉태되고 자라날 가능성의 땅 즉 신호부재의 무의미 공간을 가리키는 또 다른 시그널이다.

 

나는 아직까지 삶의 주요 지점에서 벗어난 부수적인 지점을 공략하는 그의 작업 전략이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임승균의 이상하게 신선한감각이 계속해서 유지되길 바란다.

 

전원길 작가, 대안미술공간소나무 전시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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