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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전원길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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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7 (14:45:29)
몽상예찬 ‘몽상’의 사전적 의미는 ‘꿈속의 생각 혹은 실현성 없는 헛된 생각’이다. 흔히 사람들이 ‘딴 생각’ 혹은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우리는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딴 생각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으면서 자랐다. 저절로 빠지게 되는 이 딴 생각 왜 하지 말라는 것인가? 몽상은 두서없이 일하는 뇌의 움직임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다. 뜬금없이 떠오르고 사라지며 전혀 상관없는 과거 현재 미래의 일들이 만나서 엉뚱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생산하는 것이 몽상이다. 몽상가는 시험 잘 보는 사람들에게만 호의적인 이 세상과 친하지 않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이들은 많은 사람들이 탐내는 학벌, 돈, 명예 등을 쫒기 보다는 자기 생각에 빠지는 것을 좋아한다. 사방팔방으로 생각이 열린 몽상가들은 남들이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것을 느끼고 미세한 움직임에도 반응한다. 나무에 말을 걸고 작은 풀벌레의 울음소리에도 대답하며 주변의 사물들과도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가는 이들은 자신만의 별세계에 주소를 둔 사람들이다. 내가 아는 최고의 몽상가는 입을 열지 않고 눈빛으로 상대와 통하는 사람이다. 어느 자리에 서든 신선한 기운으로 사람들을 잡아끄는 그의 눈빛은 상상력을 자극하며 온 몸의 감각을 살아 움직이게 하고 주변의 모든 것을 다시 보게 한다. 때때로 우리는 엉뚱한 생각에 빠져든다. 길을 걷거나 운전을 하면서 생각의 꼬리를 이어가다보면 목적한 곳을 지나치기도 하고 책을 읽으면서 책의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생각을 떠올리기도 한다.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떨치려 하지 말지니 몽상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한다. 인간은 본시 몽상가로 태어난다. 몽상에는 기초 학습도 단계별 학습도 필요 없다. 아무 때나 아무데서나 시작하고 언제든지 끝낼 수 있다. 몽상의 질에 대해서 논하는 사람도 실적을 요구하는 사람도 없다. 몽상을 시작하자. 움직이는 생각을 그냥 내버려두자. 몽상 없는 삶은 반쪽짜리 시시한 인생이다. 알고 보면 인간의 문명은 몽상이 현실화 된 것이다.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달과 화성을 탐사하고, 지구 반대편 사람들과 얼굴을 보며 스마트 폰으로 대화하는 일은 딴생각을 일삼는 몽상가로부터 시작 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감탄해 마지않는 위대한 예술 작품들도 그것을 만든 이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린 몽상계에서 얻어낸 것들이다. 이 시대는 몽상을 장려하지 않는다. 서열화 된 사회 시스템 속에서 사람들의 몽상 본능은 도태된다. 열심히 일하지만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기계 같은 인간이 되기 쉽다. 몽상은 오늘날 우리가 잊고 지내는 세상이다. 돈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지만 누구나 모든 것의 주인이 되는 곳이며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살아도 비좁지 않은 곳이다. 여기 사는 이들의 생각은 높디높은 벽을 넘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좁은 틈을 찾아 빠져나가 신천지로 향한다. 이들을 가두어 둘 수 있는 곳은 없다. 몽상하라! 몽상과 일상의 경계가 사라진 땅에서는 누구나 시인의 언어로 존재하는 것들을 빛나게 할 것이며 충만한 상상력으로 전에 없던 것들을 만들어 이름을 부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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