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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4 (22: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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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안성 작업실

 

지난 주말 나의 작업실에 손님들이 찾아주셨다. 경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경기지역 예술가 작업실 오픈 프로젝트 옆집에 사는 예술가 : 안성편 으로 진행된 첫 만남이었는데 이런저런 전시 준비로 분주한 가운데에도 손님맞이에 대한 기대 반 염려 반으로 설레었다. 그들은 나의 작업실에서 무엇을 볼까?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나? 나의 작업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등을 다시 생각 할 수 있었다.

 

내가 지금의 작업실을 지어 이사를 한 것이 200111월이니 이곳에서만도 벌써 15년째 작업하며 살고 있다. 십여 년간 일구어온 입시미술학원을 접고 늦은 유학을 다녀온 직후 작업실을 지을 생각으로 두달 여 부지를 찾다가 야트막한 언덕에 둘러쌓여 편안한 느낌이 드는 이곳 미양면 오양골에 안착하게 되었는데, 인적은 물론 길도 제대로 없는 땅을 나뭇가지 헤쳐 가며 찾아들어 여기가 좋겠다 하니 땅을 소개 한 부동산 사장님도 설마 했다가 정말 괜찮겠냐고 걱정을 해주던 곳이었다.

돌이켜 보면 도시를 떠나 외딴 골짜기에 집을 짓고 정착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전기는 다행히 설치되었으나 전화와 인터넷이 제대로 연결되기까지의 몇 년간은 전신줄을 남의 과수원 땅에 몇 백 미터나 연결하여 사용했는데 비가 오거나 바람만 좀 심해도 통신이 때때로 두절되어 어디가 끊어졌는지 그 전선줄을 모두 훑어야 했다. 포장이 안 된 진입로는 눈이 많이 오거나 봄이 되어 언 땅이 녹으면 4륜 구동차도 대책 없이 헛바퀴만 도는 그런 길이어서 인근 마을 사람들은 아마도 오래 살지 못하고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밤이 되면 사방에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 곳이니 지인들은 무섭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오히려 이런 곳에 사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도둑이 겁을 내겠다고도 하였다.

 

이렇게 마련된 나의 작업실은 지금까지 나의 작가로서의 삶을 지지하고 있다. 한 해 한 해 조금씩 심은 묘목들이 자라서 숲을 이루고, 사계절 따라 달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색의 조율과정 자체가 그림이 되는 나의 회화적 방법론을 일구었고, 마당에 서면 너른 호수같이 올려다 보이는 하늘을 보면서 무한하게 깊은 푸른색을 얻었다. 제멋대로 자라지만 언제나 더할 나위 없이 생생하고 완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잡초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를 비워 자연스러움에 도달하려는 생각도 갖게 되었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열다섯 차례 열린 개인전 작업의 아이디어를 이곳 안성 작업실에서 얻었으니 그간의 어려움은 갚고도 남으리라. 시류에 휘둘리지 않고 단지 우리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그것을 사람들과 나누기를 좋아하는 아내로 인해 나의 안성 작업실은 여러 사람들이 찾는 문화예술 공간으로서 활기를 유지하고 있으니 그 또한 감사할 일이다.

예술가의 작업실은 쓸모없는 상상력이 허락되는 자유 공간이며, 작가들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몽상이 마침내 새로운 존재물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또한 그곳은 개별 작가의 예술적 열망을 실현해나가는 사적공간이면서도 인간의 인식의 지평을 넓혀 나가기위한 전진기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안성에는 이렇듯 자신의 세계를 열어 나가기위해 묵묵히 작업하는 미술작가들의 작업실이 많다. 주로 마을의 끝자락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작업실들은 이제 십 수년 이상씩을 넘긴 작업 공간으로서의 관록이 느껴지고 말없이 서로를 격려하고 지탱하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

마침 옆집에 사는 예술가 : 안성편에서는 10월말까지 매주 토요일, 열다섯 명의 안성 작가들이 돌아가며 작업실 문을 연다. 방문객들은 이들의 작업실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세상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팍팍한 현실을 사는 우리네 마음속 깊숙이 잠들어있는 감성을 일깨워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삶의 또 다른 가치를 찾게 해주는 계기를 찾을 수 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가을의 만남이 내게 가져다준 행복감을 다른 분들도 많이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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